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자유게시판

[RE:18618]당신의 자리내어 주는 사랑...

스크랩 인쇄

김성은 [canis] 쪽지 캡슐

2001-03-20 ㅣ No.18661

사순제3주간을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저는 봄옷을 꺼내입었답니다.

가벼운 옷을 입으니

마음도 몸도 가벼워지는 것같은 느낌입니다..

참 좋습니다.

 

사순의 가운데에 서 있는 제 모습을 봅니다.

사순시기인지도 가끔식

잊고사는 저의 모습을...

 

몇년동안 저와 함께 편지를 나누고 있는

어느 사형수 형제님께서

지난 겨울 제게 보내주셨던

글을 함께 나누어볼까 싶네요..

 

"죄 많은 저에게 하느님께서는 너무나도 큰 사랑을

베풀어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서 있으셔야 할 자리에

저를 세워주시고,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에

당신께서 대신 서 계시며

그 온갖 모욕과 조롱과 침뱉음을 받고 계십니다.

바로 내가 받아야 할 그 고통을

우리 주님께서 말없이 받고 계십니다.

저는 온갖 격려와 사랑과 위로 속에서 살고 있구요.

제가 잘나서가 아닌데

바로 예수님께서 받으셔야 할 그 영광과 사랑을

제가 받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겨울 30일피정을 하는 저에게 보내주신

편지의 일부내용입니다.

 

예수님의 수난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순시기..

주님께서 걸으시는 수난과 아픔이

바로 내가 겪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내가 해 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그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저의 모습이

마치 제가 잘 나고 능력있어서 받고 있는 것처럼

착각을 하며 살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주님께서 서 계셔야 할 자리였습니다.

그 자리에 저를 세워주시고,

당신은 그렇게 말없이

나의 자리에서

내 죄의 댓가를 받아 안고 계시는 것입니다.

 

사랑입니다..

가슴 시리도록 아픈 사랑입니다.

그 사랑 잊지 않는 사순이어야 하는데..

그 사랑에 감사하는 사순이어야 하는데..

그 큰 사랑 받고 살면서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한 적이 없습니다..

 

나를 위해

나의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우리 주님..

남은 사순동안 그 사랑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무슨 사업을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아무튼 잘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봄기운에 언 땅에서

푸르고 여린 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생명의 힘입니다.

그렇게 다시 오실 주님 부활을 준비하기 위해

사순기간동안

많이 많이 아파해야 하겠습니다..

 

건강하시구요,

주님 안에서 함께 나누는 사랑이 참 좋습니다...

 

혜화동 낙산의 봄을 느끼며...

베드로가 드립니다...



143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