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자유게시판

김성국 형제께 답합니다.

스크랩 인쇄

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1-10-14 ㅣ No.25286

†. 사랑·평화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김성국 형제께.

 

 안녕하신지요.

 오늘 연중 제28주일 본 미사를 지내고 와서 이 글을 씁니다.

 

 어제 ’굿 뉴스’에 올라와 있는 김성국 형제님의 나에 대한 질문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질문의 내용은 꽤 진지성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만, 질문을 하시는 방식에 (또는 불필요한 언사에) 다소 장난기가 있지 싶더군요. 그리고 그 장난스러움에 약간의 야유조도 섞여 있는 듯싶고…. 제가 오해한 것이라면 너그러이 관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글을 쓰며 사는 나의 노고를 헤아리시어 "고생이 많습니다."라고 위로를 베풀어주신 점 고맙습니다.

 

 그러나 저는 별로 고생스럽지 않습니다. 어차피 글을 쓰는 일이 업인 이상 그것은 저의 숙명이지 싶습니다. 저 하늘의 태양 같은 대작가 이문열 씨에 비한다면 한적한 농촌의 풀밭 위를 나는 반딧불이에 지나지 않는 미약한 존재지만, 그래도 명색이 글쟁이인 고로 글을 쓰는 고생에는 꽤나 이력이 붙어 있다고도 볼 수 있지요.

 

 다만 소설가가 소설 작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요즘 이런저런 잡문에 전력 투구하는 듯한 저 자신에게 스스로 회의가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곧 극복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그다지 염려하지 않습니다.

 

 김성국 형제님의 질문들이 명확하기보다는 다소 난삽한 느낌도 없지 않아서 저 역시 명확하게는 답변을 드리기가 곤란하군요. 그러나 형제님이 충분히 감을 잡고 이해하실 수 있도록 저 나름의 최선의 방식으로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신문 추천 건입니다.

 

 형제님이 바라시는 아무런 성격도 없는 수수무탈한 신문은 저도 아는 바가 없고 그것을 확신할 수도 없으므로 추천을 하기는 어렵군요.

 형제님이 <조선일보>는 보지 구독하지 않으신다니 저로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만, 설령 <조선일보>를 보신다 해도 내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나무랄 수야 있겠습니까. 저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처신의 정도를 잘 생각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참고가 될지 몰라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저는 <한겨레>를 창간 때부터 구독하며 삽니다. 우선은 저와 우리 가족 모두가 ’창간주주’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암울했던 저 유신 시절과 5공 시절을 살아오면서 진정한 언론자유를 갈망했던 사람입니다.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참 신문이 절실히 필요함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살았지요. 그리고 <한겨레>가 창간되었을 때는 누구보다도 기뻐하며 지역에서 구독자 확보를 위해 나름껏 큰 활약을 하였지요. 지금도 저는 <한겨레>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그 암울한 터널 속을 눈물을 흘리며 살아올 때는 족벌 신문 중에서도 특히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에 치를 떨곤 했지요. 내가 유명 작가로 살든 무명 작가로 살든 조선일보 지면에는 평생 동안 내 이름 석자도 올리지 말아야겠다는 결심도 저 5공 시절에 했고….

 

 오래 전부터 구독해 오던 <동아일보>는 석달 전에 끊었지요.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라는 그 인연 때문에 수없이 망설이고 고민했습니다만, <조선일보>를 따라가는 <동아일보>의 후안무치한 보도 태도를 더 이상 참고 볼 수가 없더군요.

 

 지역에서 사는 고로, 그리고 연재소설을 집필했던 인연으로 지방지 <대전일보>와 <중도일보>도 구독을 했습니다만 지금은 <대전일보>만 받고 있습니다.

 

 천주교 신자로서 <가톨릭신문>과 <평화신문>도 구독하고 있고, 월간지 <가톨릭다이제스트>와 <야곱의 우물>도 구독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내 친구들>을 보게 하고….

 

 

 ★둘째 질문, 차기 대선 주자 관련 건입니다.

 

 제가 이회창 총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김성국 형제께서 정확히 보셨습니다.

 저는 같은 가톨릭 신자인데도 이회창 총재를 좋게 보지 않습니다. 그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는 부드러운 정치,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정치를 할 사람은 못되는 것 같고,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개혁과도 거리가 먼 사람으로 파악됩니다. 강성의 정치가 우리 사회에 비전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에게는 시대 역행적인 요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나는 노무현 같은 사람을 여러 가지 면에서 ’확실한’ 사람으로 봅니다만, 더 이상은 긴 얘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자칫했다간 이 게시판이 또 한번 요란스러워질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나의 ’출마’ 관련 건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저의 직접적인 답변보다 다음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올해 중학교 2학년생인 제 딸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지요.

 그때는 해미성지에서 물을 길어오지 않고 해미성지보다 더 먼 <태암석산>이라는 데서 물을 길어다가 열 집이 넘는 이웃들과 나누어 먹었지요.

 그런데 물통이 너무 많아서 낮에는 물을 긷기가 어려웠습니다. 내 뒤로 물을 길러 오는 사람이라도 있게 되면 너무 미안해서지요. 그래서 일주일 간격으로 주로 새벽에 물을 길어오곤 했지요.

 

 그런데 하루는 덕산 온천에서 온 가족이 목욕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러니까 낮에 태암석산에 들러 물을 긷게 되었지요. 내 12인승 승합차에서 스무 개도 넘는 물통을 죽 꺼내 놓고 아무도 오지 않기를 바라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절반쯤 물을 긷는데, 승용차 한 대가 오더군요.

 

 그 승용차에서 내린 중년의 남자가 내 승합차에 실린 물통과 차밖에 있는 물통들을 번갈아 보더니, "음식점 허슈?"하고 묻더군요.

 나와 아내가 미안한 마음을 머금고 물통이 많은 이유를 설명했지요. 그 설명을 듣고 난 그 사람의 다음 질문은 정말 걸작이었습니다. 그는 내 행색을 위아래로 살펴보더니, "군의원 나오려구 허슈?"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국회의원 나오려느냐고 물을 것이지…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잠시 숨을 고르는 순간, 내 딸아이가 아빠 대신 대답을 하더군요.

 

 "아니에요. 우리 아빠는 천주교 신자인데요, 하느님께 점수 딸려구 그래요."

 

 그때 나와 아내와 내 어머니까지 참으로 기분 좋게 웃었지요.

 

 

 ☆김성국 형제님.

 내 딸아이가 6년 전에 이미 확인을 해 주었듯이 나는 군의원도 도의원도 국회의원도 뜻이 없습니다. 그런 꿈을 가질 만한 실력도 없고 그릇도 못되고 또 돈도 없습니다.

 

 작가로서 글쓰기에 열중하고, 천주교 신자로서 하느님 사업에 열중하며 살면 됩니다. 우리 태안천주교회 사목협의회의 본당설립 40주년 기념행사 준비위원회 위원장, 태안본당 40년사 집필위원장, 성인 예비자 교리반 교사, 레지오 쁘레시디움 단장, 성가대 베이스 조장 등으로 교회 활동을 하는 것이 나로서는 더 중요한 일들입니다.

 

 그러니 나로서는 김성국 형제님께 한 표를 부탁할 일도 없을 것이고, 출마 기탁금이 부족해서 형제님께 도움을 청할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형제님께서는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설사 제가 출마를 한다 하더라도 가난한 김성국 형제님에게까지 손을 벌려서야 되겠습니까.

 

 김성국 형제님이 가난한 사람이라니 저로서는 다행입니다. 저도 가난한 사람이거든요. 천주교 신자 중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은 그저 예수님밖에 의지할 데라곤 없습니다.

 

 하느님 신앙 안에서,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우리 서로 격려하며 삽시다. 우리의 믿음이 진전한 믿음, 늘 살아 있는 믿음이 되도록 노력하면서….

 

 형제님의 건승을 기원하며 이만 마칩니다.

 

 

 2001년 10월 14일

 충남 태안의 지요하 막시모 드림

   

 

jiyoha@netian.com

http://my.netian.com/~jiyoha

 

tamh@com.ne.kr

http://tamh.com.ne.kr                         

 

 



880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