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자유게시판

정원경님께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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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senuri] 쪽지 캡슐

2001-10-26 ㅣ No.25778

님은 제가 누군지 잘 모르시겠지만

저는 님에 대해서 잘 아는 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얼굴이나

성품이 어떻다는 것을 잘 안다는 것은 아니고,

님의 글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오랫동안 여기 저기 통신 공간마다 올라온 정원경이라는 이름을 보면서

참 대단한 자매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보통 이곳저곳 헤집고 다니는 사람들 중에

쓸모 있는 소리를 하는 사람을 별로 찾아 볼 수 없음에 비해 정원경님의 탁월한

논리와 판단력...그리고 문장력은 가히 일급 논객의 수준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 게시판에서 올라온 자매님의 글 몇편을 보고서도 침묵을 지켜 왔습니다.

교회의 주류적 태도에 맞서서 사후 피임약과 낙태에 대해 여성적 시각을 보여 줄 수 있는

분이라면, 분명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지금과 같은 글을 쓰고 있으리라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제는 님의 논리에 대해서 한 마디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그것은 님이 게시판의 ’자유’를 언급하면서도 실제로는 검열관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명예 훼손에 대한 법적 처벌을 운운한 대목은 다분히 전청구님에 대한 위협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분도 주일학교 교사에 지역 단체장을 역임한 분이라면 그 정도의 상식은 당연히 가지고 계시겠지요?

새삼스레 님께서 그 사실을 깨우쳐 주지 않으셔도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분의 가지고 있는 정보, 그분이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은 과정되었거나 허위일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고

어떤 식으로 개입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전청구 형제의 양심과 책임에 따른 것입니다.

 

님께서 전청구 형제의 사법처리까지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될 줄 압니다.

 

둘째, 님은 나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다. 나는 명백한 증거를 원한다고 주장하고 계십니다만

사실은 그러한 논리를 통해 이 사건과 관련된 글들의 신뢰성에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정말 중립적이라면 오히려 침묵을 지키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습니까? 피해자, 혹은 피해자를 위해

싸우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실명을 내 걸었고 나름대로 수집한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님이 그 이상을 원한다면 아예 직접 사실 확인에 나서 보시지요?

 

셋째, 제가 무엇보다도 님에 대해 실망한 것은 ’그러면 고소해라!’는 말씀입니다.

 

정말 성폭력 피해자들이 법에 호소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줄 모르십니까? 게다가 전청구 형제는

자신이 당사자는 아니고 제3자 임을 이미 밝히지 않았습니까? 개신교 여성 신학자들이 교회 내

성 폭력이 실제로 드러나는 것의 3-4배로 집계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모르십니까?

 

그러면 고소하라고 윽박지르는 님의 자세를 보면서 저는 님에 대해서 가졌던

존경심을 철회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진실로 여성 문제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결코 그렇게 쉽게 말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진실은 이성과 논리를 넘어서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아직도 자매님께서 이 문제에 대해 보이는 시각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글을 통해 자매님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혹시 이 사람이 자신이 애초에 이 문제에 대해 취했던 부정적 태도를 수정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해서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어쩌면 이성과 논리의 한계에 갇힌

사람이 빠질 수 있는 함정에 자매님이 걸려 넘어진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인천 어느 곳에 있는 섬 본당과 관련한 글이 올라왔고 님 또한 거기에 개입하셨던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천리안이지요...) 그 논쟁에서도 역시 님의 명쾌함은 탁월하게 빛났고 저도

님의 논리에 많이 동조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그 신부님을 저 역시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훗날 그 섬에 직접 갈 기회가 생겼고 그 본당 신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애초에 신부님을 공격한 글이 악의적인 동기로 작성된 것이긴 했지만

그 신부님 또한 사제로서 비판 받아야 마땅한 실수를 반복하셨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논리나 지적인  명철함 만으로는 다 알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물론, 님의 문제 제기처럼 전청구 형제의 글들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 안에 또다른 진실들이 있을 수도 있는 법이지요...그러므로 참되게 중립을 선택하시겠다면 차라리

침묵하시는 편이 낳으리라 권해드립니다.

 

객관성을 가장한 편들기 만큼 비겁한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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