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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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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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shell88] 쪽지 캡슐

2002-04-15 ㅣ No.32042

   침 묵

                     (이 해 인 수녀)

     

 

맑고 깊으면  

차가워도 아름답네

 

침묵이란 우물 앞에

혼자 서 보자

 

자꾸 자꾸 안을 들여다보면

먼 길 돌아 집으로 온

나의 웃음소리도 들리고

 

이끼 낀 돌층계에서

오래 오래 나를 기다려온

하느님의 기쁨도 찰랑이고

 

‘잘못 쓴 시간들은

사랑으로 고치면 돼요’

속삭이는 이웃들이

내게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고

 

고마움에 할 말을 잊은

나의 눈물도

동그랗게 반짝이네

 

말을 많이 해서

죄를 많이 지었던 날들

잠시 잊어버리고

 

맑음으로 맑음으로

깊어지고 싶으면

오늘도 고요히

침묵이란 우물 앞에 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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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는 이 아침

 

언젠가 피정하면서 적었던

저의 짧은 시 한 편. . .

침묵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엽서 한 장 부치듯 놓고 갑니다.

 

늘 주님의 은총 속에 고요하고 겸손하고

성실한 하루 하루를 보내시고.....

마르지 않는 기도의 샘에서

오늘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부산 광안리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서

빗 속에 지는 꽃잎들을 바라보는 작은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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