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홍)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일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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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진수는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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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2-06-05 ㅣ No.34708

 다시 4년을 기다렸습니다.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당시 멕시코에 역전패를 당하는 모습을 보고 원통하여 뜬눈으로 밤을 새웠고 다시 네덜란드에게 샌드백 맞듯이 두들겨 맞는 모습을 참담히 바라보며, 전의를 상실했던 기억이 4년여동안 희미해지지도 않고 아주 생생하게 제 기억을 괴롭혔었습니다.

 

그리고 와신상담 4년이 지나고 다시 우리는 축구전쟁터로 나갔습니다.

 

이날을 어찌 제가 그냥 지나칠수가 있었겠습니까?

 

그때는 혼자였지만 지금은 내게 나탈리아가 옆에 있었습니다.

 

빨간 붉은악마 커플티로 장식을 한후 우리는 그 열광의 현장, 광화문으로 향했습니다.

 

가슴은 콩닥콩닥, 긴장감에 광화문으로 향하는 그 거리마다 공중화장실을 들른것이 몇번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수많은 인파속을 헤치며 드디어 저만큼 광화문에서는 아직 경기시작을 하려면 두어시간이 남았음에도 붉은악마의 함성소리가 쩌렁쩌렁 들려왔고 걸어가는 우리들은 너나 할것없이 박수소리와 대한민국!의 함성소리 그리고 오오~필승 코리아!!! 의 노래소리가 벌써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 시켰습니다.

 

월드컵공원, 대학로, 한강시민공원, 잠실야구장등등 응원단을 충분히 분산시켜 줄수 있는 요소가 많기에 자리는 충분할거란 계산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압도 시킬만한 붉은색 인파는 나탈리아를 겁먹게 만들었고 그녀는 인파속에 혹시나 나를 놓칠까 싶어 나의 옷자락을 한껏 움켜잡고 그 좁은 틈바구니 속에서 눈만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습니다.

 

경찰들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그 거리를 일부 통제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헤아릴수 없는 태극기의 물결과 당장이라도 건물을 무너뜨릴것만 같았던 그 함성소리, 광화문 한거리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 계신 이순신 장군의 눈매가 그날따라 더욱 비장하고 매섭게 적들을 노려보고 계셨습니다.

 

나를 비롯한 붉은악마의 인파는 장군의 당당한 졸개가 되어 목이 터져라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순간 저는 느꼈습니다.

 

오늘의 경기는 무조건 이겼다!

 

싸움의 결과는 장수들의 눈빛만 보고도 예측 할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눈빛들 하나하나가 모아져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의 우리 선수들에게 전달이 되었고 우리의 붉은전사들은 그 기를 받아 죽어라 뛰었으며 우리는 승리를 쟁취할수 있었습니다.(여기서 여러분들 박수!)

 

반만년 유구한 역사가 끊이지 않음은 힘이 아니라 지혜와 용기였음을 다시한번 확인할수 있는 값진 기회였습니다.

 

지금 저에게 묻지 마십시요.

 

목은 멀쩡하냐고 묻지 말아 주십시요.

 

어제 흥분의 도가니에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묻지 말아 주십시요.

 

오늘 출근은 늦지 않았느냐고 묻지 말아 주십시요.

 

그냥 이대로 이기상 그대로 밀고 나가 민족의 숙원들을 하나하나 풀어갈것 같은 자신감에 제정신이 아닙니다.

 

어제 웃도리를 벗어 손에 흔들어 쥐고 반라의 모습으로 뛰어다닌 한 미친X과 그를 말리려고 웃으며 따라다니던 작은 여인을 혹시나 TV에서 목격 하셨다면 그것이 바로 나이값 못하고 뛰어다닌 우리 부부였음을 알려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게시판 가족 여러분들 모두모두에게 이런 행복이 늘 함께 하기를 지금 이순간도 제마음속은 반라의 광란으로 여러분들 모두에게 축복을 기원합니다.

 

사족: 예선전 더 안하고 그냥 16강 가면 안되나? 이러다가 저 진짜로 미쳐 버릴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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