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홍)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성지순례ㅣ여행후기

[시몬]성지순례기..무명순교자6인의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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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석 [simon] 쪽지 캡슐

2000-10-05 ㅣ No.252

신부님의 공소터를 나와서 다시 배티고개방향으로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고개를 지나게 되면 안성으로 넘어가는 길이 나옵니다. 한참 걷고 있을 때 왼편에 레스토랑에서 라이브 가수의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던 것은 가수의 안내를 써놓은 간파에 성지순례자들의 기도를 할 때는 잠시 노래를 멈출 수도 있으니 이해해달라는 글이 쓰여져 잇었습니다.

 

아마 그 가게의 주인도 신자인 모양입니다.

 

고개를 향해 20분 정도를 올라가면 왼편으로 ’무명순교자 6인의 묘 여기서부터 1km’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사실 이 고개를 올라오는 데도 적잖게 힘이들어서 저기를 올라갈까 말까하는 갈등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곳까지 왔는데 가보자하는 생각으로 그 길을 들어섰습니다.

 

길은 사람하나가 다닐 수 있는 좁은 오솔길로 되어있습니다. 처음엔 뒷산에 오르는 것 처럼 완만하게 시작되는데 사실 이게 저의 실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묘지로 오르는 길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2분정도를 걸어가면  본격적인 경사가 시작됩니다. 산에 오르는 것을 싫어하는 저로서는 또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숨이 턱까지 차서 숨쉬는 것도 힘들었고 발은 아파서 절룩거리고 무엇보다 경사가 만만치 않아서 한걸음 옮기는 데에도 너무 힘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배낭을 풀어놓고 오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묘지로 오르는 경사를 표현하면 ●/ 약간 부풀려서 이정도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배낭을 풀어놓고 올라가는 것도 너무나 버거웠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앞을 내다보니 이 경사가 끝이 없어 보였습니다. 쉼없이 오르다가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더 이상 오른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가야한다는 마음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몇군데 의 성지를 보면서 이름없는 순교자들에게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시 오르기를 시작하엿습니다. 5분정도를 오르니 멀리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였습 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중 ’하늘에도 연못이 있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마치 그 연못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조금을 더 올라가니 아! 비석이 보입니다. 군대에서 선점에 올라갈때처럼 거기서 부터가 너무 힘이들었습니다. 눈앞에 묘지를 두고 몇발자국이 어렵습니다.

 

묘지에 오르니 누군가 야생화를 꺾어 묘지에 바친 것이 보였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초라하게 누워계시다는 것이 모두가 다 신앙을 증거하시다가 돌아가신 분들의 현실이 이렇듯 초라하다니. 가만히 망연자실하게 서있었습니다.

 

묘지에는 총 6기의 순교자 묘가 있었는데 인사를 드리고 잠시 기도를 한 다음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내려오는 길...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몇번을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어찌어찌 하여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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