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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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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2-10-10 ㅣ No.40137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어릴 때 기억입니다.

아버님, 어머니, 동생과 시골 외가댁을 갔었습니다. 외가댁에서 며칠 지내고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께서 이것저것 챙겨서 주셨습니다. 고춧가루, 들깨, 마늘 머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오는 길에 어머니는 동생을 업고, 양손에는 짐 보따리를 들고 그렇게 가셨고, 아버님은 맨손으로 뒷짐을 지고 앞서 가셨습니다. 지금도 그 모습이 기억에 나는 것은 아마도 그때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아버님 시대에는 다들 그렇게 사셨던 것도 같고,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없는 것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요즘은 아버님이 부엌에도 들어가시고, 어머니가 성당 일로 어딜 가시면 혼자서 밥도 해서 드십니다. 아직도 빨래만은 잘 못하시지만 이제 웬만한 일은 다 하시고 또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십니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아버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아버님의 권위를 무시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아버님도, 어머니도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세상의 삶을 그렇게 지혜롭게 이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며칠 전 분주한 명동거리를 거닐다가 아주 예쁜 젊은이들을 보았습니다. 서로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젊은 남, 여가 길을 가다가 잠시 멈춰 섰습니다. 그러더니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의 신발을 벗겨 주고 그 신발 바닥에 묻은 껌을 손으로 떼어 내고 있었습니다.

 

 젊은이의 어깨에 손을 대고 기대어 서서 남자 친구를 바라보는 여자도, 여자 친구의 신발에 묻은 껌을 떼어내는 그 친구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껌을 떼어내고 다정스럽게 손을 잡고 다시금 길을 걸어가는 그 모습이 행복해 보였고,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안 치환이 부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이제 함께 늙어 가시면서 그동안 너무나 고생만 하신 어머니를 배려하시고 어머니의 일을 함께 하시는 아버님의 사랑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 신발에 묻은 껌을 기꺼이 떼어낼 수 있는 희생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다면...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비난하고, 비판의 비수를 들이댄다면...

사람이 꽃보다 나을 수는 있겠지만 꽃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분주한 이 거리에...

나의 모습은 또 어떻게 비쳐질까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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