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자유게시판

노조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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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원 [dizimon] 쪽지 캡슐

2002-10-30 ㅣ No.42019

 

저희 엄만 언론계에 종사하십니다. 기자냐고요? 아님 방송 매체와 관련 있냐고요? 아닙니다. 저희 엄마는 지하철 신문판매소에서 근무하십니다.

97년도인가 한창 IMF로 누구나 다 어려울 때 저희 집도 빚보증에 대출이자에 밀려 월세방으로 집을 옮겨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집에서는 웃음소리보다는 돈 걱정에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그때껏 집에서 살림만 하던 엄마는 처음 보험아줌마로 나섰습니다. 사실 남에게 원래부터 아쉬운 소리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정말 숫기 없던 엄마는 누구보다 애를 먹으셨죠. 하지만 밤낮으로 뛰어도 한계가 있는지라 1년 뒤 지금의 직업을 얻었습니다.

엄마는 아침 11시부터 저녁 12시까지 꼬박 일하십니다. 앉아만 있으니 다리며 허리 안 아픈 데가 없고요. 거기다 무거운 신문 옮기시느라 일을 막 시작했을 때는 수저도 제대로 못 드셨습니다.

하지만 지금 엄마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하십니다. 그 사이 저를 시집 보내셨고, 더 넓고 좋은 집에 대한 꿈을 품으셨거든요. 물론 힘도 들고 사람들 사이에서 치이고 신문 무게에 치여 가끔 푸념도 하시지만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앉고 정정당당하게 고정수입을 얻을 수 있으니 좋다고 고마워하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손자에게 당신이 해 주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해 줄 수 있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신이 나 계십니다.

 

사람들은 자꾸 높은 곳만 보지요? 얼마 전 저희 아버지가 말씀에 “60평생 살아보니 너무 높은 곳만 보다가 목이 너무 아팠어. 지금은 현재 삶에 만족하니 더없이 행복하다” 하시더군요. 한 차례 큰 폭풍을 잘 이겨 낸 우리 가족은 지금 작은 것에 감사하고 행복해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목이 너무 아프시진 않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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