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자유게시판

죽음에 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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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3-04-19 ㅣ No.51258

 

 

 어제는 성금요일이었습니다. 수난 복음은 예수님을 배반하는 제자, 재판 받으시고, 조롱을 받으시는 예수님, 십자가를 지고 가다 넘어지는 예수님,  십자가에서 죽으시는 예수님을 이야기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을 묵상하면서 죽음에 대한 기억들을 몇 가지 생각해 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할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염이 무척 길었던 할아버지셨습니다. 여름에는 아이스 케키도 사주셨던 할아버지셨습니다.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많은 친척들이 오셨고, 동네 길가에 천막을 치고  음식을 먹고, 어른들은 누런색 상복을 입었습니다. 어린 저에게 할아버지의 죽음은 그렇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4학년 때는 육 영수 여사가 죽었습니다. 그때 형들과 우이동 계곡으로 놀러갔었는데 돌아오는 버스에서 육 영수 여사가 죽었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참 고았던 분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육 영수 여사를 기념하는 우표가 나왔던 기억입니다.  어린 아이의 눈에는 초등학교 운동장도 크게 보이고, 세상은 더 크게 보이고, 그래서 그때 육 영수 여사의 죽음도 참 크게 보였습니다.

 

 고등학생 때, 박 정희 대통령이 죽었습니다. 그때 저는 장충동에서 신문을 돌리고 있었는데, 신문을 보면서 알았습니다. 새마을 운동, 잘살아 보세, 수출 100억불, 국민소득 1000불을 이야기 하던 대통령이 죽었습니다. 나중에는 그분의 또 다른 면이 있음을 알았지만 대통령의 죽음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사제가 되어서는 더 많은 죽음을 보게 됩니다.

본당 교우들의 죽음을 보고, 그분들을 위해서 연도를 하고, 장례미사를 드립니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여러 가지겠지만 죽음이 이 세상과의 단절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죽음을 통해서 살아있는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기억 속에서 만날 수 있을 뿐입니다.

 어제 성금요일에 신부님께서 한분 돌아가셨습니다.

초등학생 때 본당 신부님이셨습니다. 빛바랜 사진 중에 신부님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첫 영성체 기념사진입니다.

미사 시간에 떠들다 신부님께 혼이 나기도 했고, 어린시절 저에게는 엄하고 무서우신 분이셨지만, 사제가 되고 나서는 참 부드럽고, 온화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죽음이 끝이 아님을 신앙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제 죽음은 또 다른 시작임을 신앙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죽음과 어둠의 권세를 물리치시고 부활하셨듯이 이제 죽은 모든 이들을 주님께서 또한 이끌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2000년 전에 주님께서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으로 가리라!”라고 말씀하셨듯이 어제 세상을 떠나신 한 희동 그레고리오 신부님께서도 주님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으리라 믿습니다.

 

 죽은 모든 이들의 영혼이 천주의 자비하심으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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