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일)
(녹)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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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티 신부님의 낡은 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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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숙 [shwang] 쪽지 캡슐

2003-04-29 ㅣ No.51655

         

                  복되신 어머니,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 치마티 신부님의 낡은 묵주 ]...김보록 신부님 글   

     

    나의 신학생 시절, 원장이셨던 치마티 신부님은

    1965년에 86세로 돌아가신 이태리인 선교사였다.

    현재 시복 조사 과정에 있으며 멀지않아 복자가 되실 것이다.

    그분은 항상 묵주를 손에 드시고 매일 적어도 15단을 바치셨다.

    복도에서, 운동장에서, 성모 동굴 앞에서, 사무실에서....

    묵주를 손에 들지 않으신 신부님의 모습을 보는것이 드물 정도였다.

    할아버지 신부님이 되시어 귀가 어두워 지시면서

    묵주 기도를 외우시는 소리도 커져갔다.

    신학생들은 ’성모송’을 되풀이하여 중얼거리시는

    신부님의 소리를 듣고 원장 신부님이 계시는 곳을 알아낼 수 있었다.

    나는 지금도 할아버지 신부님이 화장실 안에서

    ’성모송’을 외우시는 소리를 듣고 받았던 충격과

    깊은 감명을 잊을수가 없다.

    원장 신부님은 가끔 줄이 끊어진 묵주를 나에게 주시면서

    고쳐 달라고 부탁하시곤 했다.

    그 때마다 옛날 형한테 배웠던 솜씨로 조그마한 연장을 써서

    쇠줄을 묶어 고쳐드렸다.

    그 묵주는 하도 오래된 것이라서 쇠줄은 낡아 녹슬고

    알도 닳아빠졌으며 종류가 다른 알들도 몇 개 꿰어져 있었다.

    이상한 마음으로 보물을 취급하듯이 정성껏 고쳐서 갖다 드리면,

    신부님은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해주셨다.

    "고마워, 너를 위해 성모송 한 번 바쳐줄게!"

    원장 신부님이 임종하시는 머리맡에서 나는

    신부님의 손에 감겨진 묵주를 무심코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여러번 고쳐 드렸던 묵주,

    이제 형편없이 바래고 닳아 빠진 묵주,

    그러나 원장 신부님의 기도와 영성이 깊이 스며든 묵주,

    얼마나 복된 묵주인가!

    신부님의 일생을 지탱해주고,

    그분의 기쁨과 고통과 행복을 함께 나눈 묵주,

    이제 모든 임무를 마치고 신부님과 함께 영원히 쉬게 될 묵주.

    나도 원장 신부님의 묵주가 되고 싶었다.

    그 묵주처럼 원장 신부님의 기도와 영성을 흡수하며

    살고....늙어가며.....죽고싶다.

    그리고 그분의 기쁨과 고통과 행복을 함께 나누며 살고 싶다.

    그리하면 언젠가는 신부님과 함께

    하느님의 생명 안에 영원히 쉬게 될 것이다....!

    + 주님 사랑안에서 기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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