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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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탄풍 공연을 다녀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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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3-09-21 ㅣ No.57179

 

 여러분들은 [자전거 탄 풍경]이라는 포크 그룹을 아세요?

 

줄여서 그냥 그들의 팀 이름을 흔히들 [자탄풍]이라고 부르곤 하지요.

 

비디오형 가수들은 아니라서 TV에선 흔히 접할 수 있는 가수들은 아닙니다.

 

그냥 공연형 가수라고 칭해도 될지 모르겠군요.

 

세대에 따라 이 [자탄풍]을 꽤 좋아하진 않을지라도 적어도 싫어하는 사람들은 본적이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꽃미남들로 뭉쳐진 가수들도 아니고 화려하고 섹시한 댄스로 어필하는 가수는 더더욱 아니고 오로지 그들의 가창력과 화음으로 청,장년층 할것 없이 누구나 부담없이 즐겨듣고 또 완전히 가사를 다 외우진 못하더라도 그저 함께 흥얼거리며 따라부르기 딱 좋은 가수라서 잔잔한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들인것 같습니다.

 

삶에 가끔은 짜증도 나고 피곤도 하고...소위 말하는 삶이 권태로울때 여행이라는 수단을 많이 이용하기도 하지만 우리네 삶이 어디 그렇게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에 무한히 동참하도록 허락해 줍니까?

 

가까운 공원 찾기도 왜 그렇게 뜻대로 안되는지...

 

해서 우연히 [자탄풍] 공연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이번 공연은 특별히 옛노래를 리메이크 한 이벤트여서인지 그때 가격을 적용해서 단돈 만원이라는 소식에 그리 큰 부담도 되지 않는것 같아서 인터넷을 통해서 표를 예매했지요.

 

장소는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이었고, 어제 우리 부부는 모처럼 손을 잡고 데이트를 나섰답니다.

 

태어나 가수들 공연은 처음인 우리 부부는 설레는 맘으로 공연장소로 향했지요.

 

모처럼 궂은 날씨속에 화창하게 개인 토요일 오후에 성균관대 캠퍼스를 거닐며 20년전에 온적이 있다는 나탈리아는 그때를 회상하며 아이처럼 즐거워 하였습니다.

 

혹시나 오늘 공연 보러온 친구들중 우리가 제일 연장자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창피함도 없지 않았지만 그것은 곧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젊은층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간간이 배불뚝이 대머리 아저씨도 발견했고 뽀글뽀글 파마머리 아주머니들도 발견했습니다.

 

특이했던것은 수녀님 두분도 볼수 있었습니다.

 

오프닝으로 무명의 가수들이 나와 흥을 돋구긴 하였지만 우리는 내내 얼른 오늘의 주인공인 [자탄풍]이 나와주길 학수고대 하였습니다.

 

이윽고 신비감마저 들게하는 화려하고 멋진 조명을 받으며 [자탄풍]이 열렬한 환호속에 등장했고 그들의 마술같은 통키타의 선율과 아름다운 화음속에 묻혀 세시간이 어찌 지나 갔는지 모를 정도로 흠뻑 젖어 들수 있었답니다.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고 야광봉을 흔들어대는 젊은 관객들 틈속에서 한쪽 다리 꼬고 앉아 얌전 빼느라 힘들었지만 박수 만큼은 아껴대지 않고 쳐 댔습니다.

 

아니 칠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이 노래를 부르면 나탈리아는 신이 난 아이처럼 몸을 좌우로 율동하며 박수로써 박자를 맞추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노라니 난 어느새 20여년전으로 돌아가 한 아리따운 여대생과 함께 데이트를 온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하였답니다.

 

이윽고 그들의 최대 히트곡인 지금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라는 곡이 마지막곡으로 나왔을땐 모두가 좌석에서 일어나 함께 따라부르며 환호를 질러댔습니다.

 

아~이런 열기와 열정을 언제 느껴보았던가...

 

이래서들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나 봅니다.

 

세시간이란 결코 짧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보람된 하루였던것 같았습니다.

 

나와 아내는 공연을 보러 오기 전까진 그저 [자탄풍]의 노래를 좋아하는 정도였지만 이젠 팬이 될것 같습니다.

 

다음 공연은 12월 19일 부터 대학로 라이브 극장에서 펼쳐 진다니 이미 그들의 공연에 중독이 되어버린 우리 부부는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어 질것 같습니다.

 

잠시 현실의 어지러움을 잊고 그 옛날 친구들과 삼삼오오 어깨동무하며 불러댔던 우리때 노래들을 아주 원없이 들어서 너무 좋았고 그때의 감정들이 추억속에 스멀스멀 내 온몸을 파고 들어와 자칫하면 눈시울을 적실뻔 하기도 했습니다.

 

아낌없는 박수를 그들에게 보내며 우리는 오랜만에 대학로의 정취를 느끼고자 시원한 생맥주도 한잔 잊지 않았습니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우리는 어느새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콧노래로 혹은 간간이 입술을 움직여가며 자탄풍의 노래를 불러 대고 있었습니다.

 

삶이 어지럽고 때로는 권태로울때 그리고 여행은 저 멀리 있을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모처럼 젊음과 함께 호흡하며 권위 따위 집어 던지고 함께 환호하고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를수 있다는것.

 

아직 우리에게는 젊음이 가지 않았음을 느낍니다.

 

다만, 우리가 감추고 있을뿐...

 

힘드시고 권태로우십니까?

 

어떻습니까?

 

잠시 이런 공연 한번 다녀 오시는것도?

 

결론은 아주 아주 좋았습니다.

 

하느님이 주신 은총은 우리가 아주 작은 일상속에서 우리 스스로 찾는 길이 가장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로 그분께 감사를 잊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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