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자유게시판

게시판을 두번 죽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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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원 [dizimon] 쪽지 캡슐

2004-02-27 ㅣ No.62419

 

경제학 용어 중에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있습니다.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한계효용이 감소 하는 것으로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반적인 법칙입니다. 즉 맛있는 것도 배가 부를 때까지 먹게되면 점차 그 맛을 잃고 그 맛있는 것에 대한 흥미가 감소된다는 것이지요.

제가 찾는 커뮤니티 중에 가장 좋아하는 가톨릭 게시판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02년 대선을 전후로 정치 이야기는 이 게시판의 끊임없는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정당에 대해, 정치적 견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는 범위를 넘어 일단 내 편이 아닌 자(?)의 의견은 무조건적으로 묵살하고 비방하는 일이 이젠 거의 일상화된 게시판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이 곳에 올려지는 하나의 글은 적어도 100분 이상, 많게는 1000분이 넘는 사람들이 읽고 있습니다. 그 많은 분들 중에는 천주교의 신부님이나 수녀님, 일반 신자분들을 비롯해 다양한 종교인들, 비종교인들이 있겠지요. 제 생각에는 가톨릭에 관심있는 분들이 찾는 대표적인 곳이 이 게시판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게시판은 이제 종교 게시판으로써의 순기능은 점차 상실되어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여기는 자유 게시판 맞습니다. 말 그대로 자신의 사고를 마음껏 주장할 수 있는 곳이지요. 자유 게시판에서 정치 얘기하는데 무슨 하자가 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지만 이 곳은 자유 게시판이기 전에 "가톨릭"이라는 전제 조건이 달린 자유 게시판입니다.

물론 종교 게시판이라고 해서 종교적인 이야기, 신앙 체험, 가슴 따뜻한 이야기만 가득하길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을 비방하고 더 나아가서는 게시판의 기능마저 저해시키는 이전투구의 장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몇 십년동안 자신에게 박혀있는 성향을 상대방을 보지 않고 글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기는 좀 힘이 듭니다. 글을 통해 설득과 이해가 되지 않다보면 짜증도 나고 급기야는 인신공격을 하게 됩니다. 글꼬리를 붙잡고 늘어지다 보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토론도 할 수 없고 결론도 얻기가 힘들지요. 서로의 견해는 다르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 분은 이런 성향을 갖고 있구나’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이해해주는 아량을 베푸셨으면 좋겠습니다.

총선이 약 50일 가량 남았는데 그 때까지 아니 그 이후까지도 정치적 이야기는 계속 화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서로 비방하고 게시판을 마비시키는 것은 이 게시판과 이 곳을 찾는 많은 분들을 두번 죽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말과 글은 마음의 창입니다. 인간이라서 항상 좋은 말, 좋은 글, 좋은 생각을 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이 곳에 올려진 글을 통해 많은 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좋은 일에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마음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아래 조재형 신부님의 글처럼 "미워했다면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싸웠다면 용서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절망 중에서도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둠 속에 있었다면 주님을 만나 구원의 빛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62363번 글)

그리고 가톨릭 자유 게시판은 여느 다른 종교 게시판과는 달리 좀 더 따뜻하고 활기차고 많은 분들에게 휴식처가 되는 게시판 문화를 만들어나가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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