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에야 비로소

스크랩 인쇄

이만형 [largo7a] 쪽지 캡슐

2001-07-20 ㅣ No.4160

오늘 올리는 글은 내가 중학교 일학년 때 체험하였던,삶과 죽음이 교차하였던 순간과 연관되는 얘기이다.

내 삶의 일기에 적힌 모든 글들과 마찬가지로 내 기억력이 찾아내는 과거를  정성들여 옮겨 보았다.

 

오늘에야 비로소

 

푸른 하늘에 하얀 솜털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한 줄기의 바람이 남천강 상류의 수면(水面)을 스치고 지나갔다.

강변 모래사장에 맞닿은 솔밭(松田)에 드리운 솔 그늘과 오가는 강바람이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 주고 있었다.

강 건너편 금빛 모래밭을 지나면 내 친구 형님이 복숭아와 사과를 재배하는 과수원이 있었

다. 여름 방학 동안 중학교 1학년인 내 친구는 형님의 과수원 일을 거들고 있었다.

친구 "정시"는 나에게 과수원에 놀러 오라고 초청을 하였다.

나는 여니 때와 마찬가지로  하동(河童)들이 헤엄쳐 건너는 강 길을 따라 헤엄쳐 나갔다.

강폭은 약 80미터밖에 밖에 되지 않았고, 어릴 때부터 여름철이면 우리들의 유일한 놀이터

가 되어 주었던  강(江)이었다. 그 여름날 오후 친구도 없이 혼자서 강을 건너고 있었다.  

나는 강폭의 반쯤 되는 물 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며 온 몸에 기운이 빠지기 시작하였다.

더 이상 헤엄을 칠 기력이 없었다,

힘이 빠진 나는 강물을 몇 모금 마셨다.

이젠 죽는구나, 하는 무서움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다음 순간 마치 빛의 속도 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부모님 얼굴, 사랑하는 분들의 모습, 어

린 시절의 추억과 그 순간까지의 내 삶에 연결되었던 모든 추억들이 마치 한편의 영화필름

처럼 빛의 속도기준이나 어떤 속도관념으로도 감히 측정할 수 없는 더 빠른 속도감으로 내

머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죽음을 맞이한 영혼이 지워지지 않는  과거를  

회상하는 죽음에 이르는 하나의 피할 수 없는 현상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그 순간 내 머리

와 육신은  이미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나의 숨가쁜 광경을 쳐다보고 있던 한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수구를 가지고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나를 향하여 그 수구를 힘껏 던져 주었다.

그 수구는 내 눈앞 1미터 물위에 떠있었다.

나는 사력을 다하여 그 수구를 두 손으로 잡았다.

그제야 수영을 하던 사람들이 수구에 메 달려 축 늘어진  나를 강가로 밀고 나갔다.

그 아이가 죽음 직전의 나를 살린 것이었다.

나를 구조해주었던 , 그 남자아이의 얼굴을 지금 이 순간에도 생생히 기억한다.

나는 그 해 여름이후 강물을 보면 두려웠다.

그 날 이후로 그 좋아했던 민물낚시와 수영은 먼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나에게 수구를 던져 준, 여름 날 강변의 그 아이의 얼굴은 잊지 못하

고. 때때로 고마워하였다,

나는 이 글을 쓰는 오늘 이 순간에야 비로소 나의 잘못을 발견하고, 뉘우친다.

하느님을 믿는 나는 그 아이를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 한 번 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하느님의 존재조차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기에, 또 하느님을 모른 체로 허무하게 한줌의 흙으로만 돌아갔을  나를,  그 아이를 통하여 구원하셨던 하느님께도 감사 기도 한 번 드리지 못했다.

하느님!

한없이 감사하올 아버지!

생각 없는 저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512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