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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제대로 알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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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성 [jslee9742] 쪽지 캡슐

2010-08-28 ㅣ No.1506


노화, 제대로 알고 가자

글 | 유병팔(미 텍사스주립대학교 명예 교수)

본지에서는 이번 호부터 노화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 텍사스주립대학교 유병팔 명예 교수의 ‘노화와 운동의 상호관계’에 대해 연재한다. 유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생명과학 가운데 노화 분야 연구에 헌신해오며, 특히 영양과 산화스트레스가 노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1981년과 83년 대한민국 감사장과 국민포상을 받고, 98년엔 학술 각 부문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업적을 이룩한 연구자에게 주는 호암상도 받았다. 50년 춘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주리대와 일리노이대에서 학사 및 박사 학위를 땄다. 펜실베니아여대와 유타대 등을 거쳐 현재 텍사스주립대 의대 명예교수로 재직하며, 생명과학 및 노화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편집자 주
 

운동이 건강 유지의 필수 조건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중요한 사실은 운동이 노화현상에 대해서 특별히 효과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운동은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을 제외하고는 일생을 통해 노화과정에 가장 다양한 혜택을 주며, 노화에 수반된 기능 퇴보를 억제한다. 왜냐하면 운동은 노화에 수반된 만성 질환들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현재 노화와 운동의 상호관계를 해명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가장 기초적인 문제인 노화현상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해보자.


노화에 대한 지식 부족

사실 우리는 우리 일생 동안 진행되고 있는 노화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대학교육까지 약 15~20년 동안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노화에 대해서 얼마나 교육을 받았을까? 학교에 다니는 동안 배운 수많은 과목과 교과서 중에서 노화에 대한 과목이나 교과서는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세계인구 중 65세가 넘는 노인인구가 거의 15%를 바라보는 이때에 어떻게 해야 잘 늙을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는 교양과목이 없다는 것은 현 교육제도의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피할 수 없는 것, 바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우리의 생리적 과정(이것을 노화 과정이라고 부른다)이기 때문이다.

독자들 중에는 이런 반문을 할 수 있다. 요새같이 의학이 발달된 시대에 약으로 병을 고치면 그것이 바로 노화를 방지하는 방법이 아닌가? 맞는 말이다. 그동안 질병연구와 치료방법에 대한 기술이 매우 발달되어 우리들의 평균수명은 더 늘어났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것은 수명만을 연장시켜 많은 사람들이 원치 않는 비참한 병으로 신음하게 되었다. 이것은 21세기 고려장의 탄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노화현상은 병을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역사 속 교훈

이러한 현상은 현대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옛 그리스 신화를 한번 살펴보자.
새벽의 여신인 ‘오로라’는 남편인 ‘티토너스’를 엄청나게 사랑한 나머지 남편의 영생을 원하게 된다. 그래서 영생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제우스’신에게 남편의 영생을 간청한다. 이를 기특하게 생각한 ‘제우스’는 ‘오로라’의 청을 받아들여 ‘티토너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었다. 소원을 이룬 ‘오로라’는 행복했을까? ‘티토너스’의 몸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쇠약해지기 시작했으며, 질병으로 큰 고통을 치르게 되었다. 왜냐하면 ‘오로라’는 영생만을 구했지 무병장수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오로라’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게 되었고, ‘티토너스’는 ‘제우스’신에게 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신에게 죽음을 달라고 애원하게 되었다. 이것은 신화에서만 볼 수 있는 슬픈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한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고, 생명을 갖고 있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창조주의 가장 큰 선물이며, 우리들의 기본 권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호적에 기록된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젊게 사는가 하는 것이다. 즉 나이가 들어도 젊었을 때와 비슷하게 독립적인 생활을 남의 도움 없이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면 70이건 80이건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총력을 기울여 과학적으로 노화를 연구해서 요즘 유행하는 ‘기능적 장수’ 또는 ‘성공적 노화’의 비밀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들이 후세들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이며 선물이다.


노화는 조절 할 수 있다

노화현상은 여러 조건과 방법으로 조절 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를 통해서 밝혀지고 있다. 그중에서 노화조절에 유일한 효력이 있고 누구나 값싸게 언제든지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신체운동이다. 이것은 바로 ‘기능적 장수’의 필수 요소다. 이러한 운동의 효과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화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즉 노화가 무엇이며 왜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생기는지, 노화의 원인 요소가 무엇인지 그리고 나이가 들면 없었던 왜 병이 많이 생기는지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선 기초적인 노화현상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노화현상이란 기능적인 면에서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신체 기능의 손실 또는 퇴보’를 의미하는 생리적 현상이다. 생명체는 일생을 탄생, 성장, 성숙, 노화라는 네 가지 과정을 거쳐서 죽음이라는 생명의 종지부를 맞이하게 된다. 여기서 각각의 단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네 과정의 상호 연관성이다. 성장기가 어떤 상태였는지 또 어떻게 발육하였는지에 따라 성숙, 노화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준다. 예를 들어 노화현상인 골다공증을 억제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장기에 뼈를 최밀도(bone peak density)로 단단히 굳게 하는 것이다. 또 노년에 발생하는 피할 수 없는 근육의 감소 즉 근육쇠퇴(sarcopenia) 현상을 예방하려면 성장기에 운동으로 근육량을 최고치로 올려놓으면 노년에 근육쇠퇴가 발생하더라도 그렇게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것은 바로 노화에 대비한 성장과정에서 어떻게 잘 관리하였는가를 알려주는 실례다.

또한 운동은 노화현상뿐만 아니라 이에 수반하여 발생하는 병들까지도 조절해 준다. 노화와 질병발생은 역비례 관계가 있다. 흔히 기능이 쇠약해지면 병이 생긴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결론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노화는 병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없던 병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흔히 노화는 병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은 큰 오해이다. 노화가 병이 아니라는 사실은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사망 원인 중에 25%가 아무 뚜렷한 병 없이 노쇠(senescence)로 사망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환인 심장병, 암들을 다 제거한다고 해도 인간의 수명은 불과 15년밖에 연장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지만 벌써 수만 명의 사람들은 100세를 넘게 살고 있다. 이것만을 보아도 노화는 병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노화학자들은 노화를 생물학적 변화과정(biological process)과 병리적 과정(pathological process)으로 나누어 연구하고 있다. 이 두 과정은 제각기 독립적으로 진행되지만 두 과정 간에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즉 과학자들은 이것을 노화가 질병발생의 위험요소(risk factor)를 높인다고 말한다. 병과 노화를 구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화방지나 노화예방 방법을 구상할 때 노화를 병 고치듯이 해서는 효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화지연, 방지를 효과 있게 하려면 노화 자체를 촉진케 하는 생물학적 요소들(예 : 산화스트레스의 억제)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화는 유전적일까? 또는 후천적일까?

그 동안 노화의 원인을 연구했던 많은 학자들은 제각기 다른 여러 학설들을 제창했다. 노화현상이 워낙 다양한 변화를 나타내서 이것을 설명하려는 학설도 매우 다양했다. 그래서 한때 100개를 넘는 학설이 나타났었지만 과학적 연구로 차츰 그 숫자가 줄어들게 되었다. 이때의 대표적인 것이 마모학설(Wear and tear theory)이다. 이 학설은 인체는 자동차와 같아서 쓰면 쓸수록 낡고, 닳아져서 차차 그 기능을 잃는다는 것인데 매우 설득력 있게 보여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의 발달로 우리 신체의 조직세포는 재생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밝혀져서 지금은 마모학설이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현재 알려져 있는 학설들을 정리해보면 크게 ‘유전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장수한 사람에게 그 집안 어른들의 장수 여부를 묻는다. 왜냐하면 장수의 원인을 유전적 요인에서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유전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은 얼마나 노화과정에 영향을 미칠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오랫동안 이에 답할 만한 연구가 없었으나 지난 10년의 연구로 우리는 그 답을 알게 되었다. 놀랍게도 유전적 요소는 불과 30%정도이고 나머지 70%의 노화현상은 후천적 요소, 즉 우리의 생활환경 조건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이 조사는 스웨덴의 5만 명의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원하는 무병장수의 혜택은 물론 부모들의 타고난 유전적 도움도 있지만 그보다 자신의 생활환경을 어떻게 잘 관리했느냐에 달려있다는 말이 되겠다. 우스개 소리로 “오래 못 살았다”고 부모를 탓하지 말라는 것이다.

2004년에 발표된 미국 과학 학술원 회보에 의하면 일란성 쌍둥이의 염색체가 세 살 때는 동일했던 것이 50세에는 이 쌍둥이의 염색체가 환경변화로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후천적 요인의 중요성을 확실히 증명할 수 있는 연구결과다. 더욱이 이 실험으로 얻은 놀라운 사실은 유전자의 염색체 자체가 환경적 요인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즉 환경이 유전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천적 요소의 큰 영향력은 운동을 즐기는 독자 여러분들께 희망과 만족감을 안겨 줄 거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후천적 요인 중에서 운동 그 자체가 노화와 노화의 질환을 조절하는 가장 강한 효력을 갖고 있으니 규칙적으로 운동을 계속한다면 필히 유해로운 유전자 발현을 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노화과정 자체를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바로 이 염색체 실험으로 증명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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