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자유게시판

파계...... 오드리 헵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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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용 [livejesus] 쪽지 캡슐

2011-08-13 ㅣ No.178587

 
오드리 헵번이 평생 가장 자랑스러워 했다는 작품이지요.
원제목은 The Nun's Story 입니다. 우리 말 제목 ...파계... 는 부적절한 해석입니다.
저는 왜... A Nun's Story 라고 하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하고 또 생각 중이지만.. 별 답을 못 얻었습니다.
 
 
경제적 동물이라는 일본 사람들도.. 그냥... 수녀 이야기.. 라고 번역을 했네요.
하지만... 역시.... 수녀님 얼굴이 과도하게 자극적이지요?
그래도 오드리 헵번의 아름다움은 절정으로 표현을 했네요.
여자가 저렇게 아름다우면서도... 관능적인.. 느끼한.. 끈적이는.. 느낌을 안 주는 게 가능한가요?
헵번에게나 가능한 일이겠지요.
 
 
 
 
 
사노라면.. 누구에게나 이런 순간이 옵니다.
하늘을 등지고 땅을 내려다 볼 때... 마음 안에 울림처럼 들려오는 말이 있습니다.
 
너희는 가진 것 팔아 불쌍한 사람들 도와주어라.
너희 재물을 하늘에 쌓아 영원한 복락 누리어라.
 
벨기에에 사는 가브리엘 (오드리 헵번)도 그 말에... 다 내던지고.... 수녀원을 향합니다.
뒤돌아 보지 않고... 너무도 담담하게 향하는 그 발길에.. 영화 처음부터 가슴이 저립니다.
 
하늘은 뭐고.. 땅은 뭐고.. 인간은 뭐길래.... 우리는 이리도 힘겹게 살아야만 할까요..
 
 
 
 
 
 
 
어쩌면 이리도 아름다운 아버지가 계실까요. 
닥터이면서.. 연구자이면서... 네 아이의 아버지인 이 아버지는 딸의 의학 스승이며 멘토이며...
그대로 딸의 연인입니다.
 
헵번이 말합니다. "아빠가 자랑스러워 할 딸이 될게요.. "
아버지가 대답합니다. "나는 자랑스럽기 원치 않아. 네가 행복하길 원해".
 
사랑이란.. 이런 믿음이며... 존중이겠지요. 우리 딸에게 나도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성취하여 보이려 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라...
 
 
 
 
 
 
 
순결과 성실성의 극치... 가브리엘.. 수녀원에 들어가 처음 맞는 아침입니다.
기상 소리에... 일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침대 밑으로 내려와 무릎 꿇고.. Deo gratia.. 를 외웁니다.
오드리 헵번의 순결과 경건 표현의 결정판입니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다시 한번 결심하게 됩니다.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결혼도 하지 않고....
남자든 여자든.. 인간을 다만 우정으로만 사랑할 것입니다.
 
어느 여인이 옷을 벗으면.... 기도하는 이런 모습보다 더 아름답겠습니까.
 
 
 
 
 
 
 
의사 아빠의 병원에서... 어려서부터 현미경을 장난감 삼아 놀았던 가브리엘은 의학 교실에서 뛰어납니다.
콩고에 가서 의료 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통과해야 하는데....
뛰어난 가브리엘은 동급생들과 선배 수녀의 선망과 질투의 대상이 됩니다.
 
잘 배우기 위해선 겸손해야 하지만.... 잘 배우고 나면 오만해 집니다.
미덕의 보상은 교만을 낳으니... 마음 속 비우기.. 청빈의 길은 첩첩 산중입니다.
애를 쓰면 쓸수록.... 한계는 더욱 분명하게 다가오며 욱죄어옵니다.
의료인으로서 뛰어남은... 수도자로서의 장애입니다.
가브리엘의 딜레마가 시작됩니다.
 
 
 
 
 
 
 
가브리엘은 결국 종신허원을 하고.. Luke 수녀로 새로 태어납니다.
마침내 원했던 대로... 콩고로 의료 활동을 나가지만... 원주민 병원이 아닌 백인병원에서 일하게 됩니다.
타고난 근면, 성실, 헌신, 애덕 등으로 어디에 가나 눈에 띄게 되는 류크 수녀입니다.
 
없는 것 처럼 맹렬히.. 하느님처럼 안 보이게.... 존재하고 봉사해야 하는 수녀에게..
눈에 띄는 것은 문제입니다.
 
아마... 아마... 아마도...... 하느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쉽게 안 보이는 것이고... 보면 우리가 죽는 것입니다.
 
 
 
 
 
 
 
일..  일...  일..  일에 빠져 살던 류크 수녀는 끝내 폐결핵에 걸리게 됩니다.
 
레이디 킬러로 유명했지만... 의술은 뛰어 나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는 열정적인 이 닥터가
류크 수녀의 폐병을 치료하고.. 류크 수녀 또한 이 닥터의 프로페셔널리즘에 호감을 갖습니다.
하지만.... 물론... 말할 것도 없이.... 그 호감은 죄의 위험은 없는.... 청정 호감이었습니다.
 
사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지만... 아마도 영화의 재미를 위해서...
이 영화에서 약간의 성적 긴장이 감도는 장면들이 보이지만.... 
닥터와 간호사 간에... 어떤 신뢰와 우정 같은 게 형성되는 게 느껴집니다. 
 
 
 
 
 
 
벨기에 본원으로 돌아온 후.. 2차 대전이 발발합니다.
콩고로의 복귀를 간절히 바랬던 류크 수녀는 돌아가지 못하고... 전쟁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일에 투입 됩니다.
 
군에 입대한 동생에게서 아버지가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독일군의 총격에 사살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독일군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심각한 갈등이 시작됩니다.
수녀복을 입은 채... 하느님께 순명하지 못하는 자신을 감당할 수 없어지게 됩니다.
 
콩고에서의 기억들 또한 악몽처럼 떠오릅니다.
환자가 먼저냐... 규율이 먼저냐....... 치료하던 중에도 종이 치면 기도하러 달려가야 하나..
환자가 붙들고 대화하기를 원할 때도... 뿌리치고 기도하러 달려가야 했던가..
 
고해 신부는 대충 맞춰가기를 권합니다.
남들도 그런데.. 그냥 넘어가면 되지 않겠느냐...
 
원장 신부는 우선 순위에 따른 양자 택일을 강변합니다.
너는 수녀지 간호사가 아니야.
 
와우.... 저 같아도... 졸도할 일입니다.
수녀는 기회입니까 구속입니까.... 도대체 그렇게 따질 수 있는 일입니까.
 
류크 수녀님은 수녀복을 벗을 결심을 합니다.
 
 
 
 
 
 
 
저도 살면서 이별을 몇번 겪어 보았습니다만..
헤어지는 순간에는 그 나름의 말로 표현 못 할 어떤 따뜻함이 있습니다.
 
수녀님.. 갈 곳은 있나요?
수녀님.. 이 결정은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 맞습니까..
 
대답은 당연히 네.... 지요.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옛날 약혼자는 이제 잊은지 오래입니다만...
바깥 세상이라고.. 하느님 안 계시겠습니까 (이건 제 생각.. ㅎㅎ)
 
 
 
 
 
 
 
 
입소의 순간은 거창했지만.... 퇴소의 순간은.... 적막합니다.
아무도 나오지 않고.... 그냥 멀리서 원격 개문 장치로..... 찌잉~~~~~ 하면서 문이 덜컹 열립니다.
 
이 장면이 정말 슬픕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외로운 길.....
우리들에게도 저런 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수녀님이 그 이후로... 이 세상 수녀원 놀이... 행복했었다고 기억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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