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일)
(녹)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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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님의 전교조 관련 글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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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경 [kreuz] 쪽지 캡슐

2003-04-08 ㅣ No.50758

 

님의 글 중에 이런 부분을 보고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여교사가 가정 교육이라도 잘받고 됨됨이가 제대로 된 인간 같으면

아부지 같은 어른 한테 차 한 잔 대접 할 수도 있지!

 

그걸 차 시중이라고 발광을 떨어 한 목숨 버리게 만드냐?

그 여교사는 시집가도 시아부지한테 차 시중 안할 망나니다.

 

며늘애기야 차 한잔 마시자 하면,아버님~ 셀프예요 라고 할인간이다,

 

예전에 신동아라는 잡지에서는 논픽션수기 공모를 자주 했었습니다.

한 여선생이 기고를 한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전교조가 없을 때입니다)

교장 선생님이 젊은 여선생들에게

자기 아버지 칠순잔치에 한복 입고 와서 시중 들고 술 따르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글쎄요.

이상윤님 논리대로라면

나중에 시집가서 시아버지 칠순 때 한복 입고 시중 들고 술 따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시아버지에게 해야 하는 일이

당연히 직장 상사에게 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학교 교장은 학교 선생들에게 아버지나 부모 같은 존재가 아니며

그런 종류의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도 하급자로 회사를 다닐 때 남자 상사들이 차를 부탁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부탁이냐 명령이냐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가장 잘 느낍니다.

남자 직원들은 다 놀고 있는데도 여직원에게 커피 심부름 시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제는 학교 여선생님은 교장 선생님과 손님들의 차를 타기 위해 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입니다.

수업 중에도 내려가서 차를 타야 했다는 여선생의 말은 들리지 않으시던가요?

 

이상윤님....

아마 지금 님은 이해를 잘 못하실 겁니다.

그러나 님의 따님이 남학생들과 경쟁하며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엄격한 시험을 거쳐 입사를 해서

남자들은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영업을 준비할 때

그 남자직원들 커피 타줄 기회밖에 제공되지 않는다면,

그것도 바지 입은 여자가 타주면 맛이 안 난다며

치마를, 그것도 가능하면 짧고 딱 붙는 치마를 입은 나이 어린 여직원이

커피를 타줘야 맛이 난다고 말하는 소리를 님의 딸에게 하는 말을 들으신다면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번에 여선생의 말에 따르면

수업을 하다가도 손님이 오면 내려가 차를 타야 했다고 합니다.

님의 따님이 회사에 있다가도

집에 손님이 오면 집에 가서 차를 타겠다고 하면

회사에서 뭐라고 생각을 하겠습니까?

 

전교조에 대해 불만을 가지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전교조의 전횡이나 잘못된 모습을 비판하는 것을 이유로

이 땅의 절반인 일하는 여자들에게 요구되는

잘못된 것까지 옹호될 수는 없습니다.

 

죽은 교장선생님에 대해 애도의 뜻은 표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가 만약 여선생님에게 차를 타라고 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의 죽음은 억울한 죽음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살할 만큼 수치를 아는 사람이

딸같은 여선생에게 차를 타오라고 시키기를 즐겼다...........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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