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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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태어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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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4-03-05 ㅣ No.62601

 

 살아오면서 꽃샘추위의 매서움이야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꽃샘폭설이라는 것은 어쩌면 처음 겪은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 오후부터 내리던 눈발이 해가 져서는 그 맹위를 더해 온통 세상을 하얗게 변모 시키는가 싶더니 인도와 차도가 구분이 안갈 정도로 아주 많은 눈이 쌓이더군요.

 

이렇게 세상이 한바탕 눈으로 인해 난리를 칠때, 우리 부부의 웃지못할 해프닝 하나를 소개코저 합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이제 식구가 하나 더 늘어 밤새 잘만하면 빽빽거려 잠을 잔건지 안잔건지 그 구분이 모호해져 저희 부부 소원중에 하나가 더 추가 된것이 한번 원없이 잠 실컷 자봤으면...입니다.

 

아기가 처음 태어나 병원 신생아실에 있고, 아내는 입원실에 있을때, 병원에서 신생아의 발 뒤꿈치에서 일정량의 피를 뽑아 선천성 대사및 어쩌구 저쩌구를 검사하는 것이 있었는데 이는 의무사항이 아닌 희망자에 한해 검사를 해준다는 것이었는데, 저는 아기 신체에 쓸데없이 주사바늘을 꼽는다는 것이 영 찝찝해서 그런 검사 필요 없다며 반대를 하였지만 아내와 주위의 어른들이 해서 나쁠것 없다며 권유를 하더군요.

 

우리 부부 건강상 하자 없고, 하느님께서 내리신 귀한 옥동자인데 별일 있겠냐며 하고 싶지 않았지만 주위의 권유로 인해 마지못해 검사란에 체크를 하였지요.

 

그 결과가 몇일뒤에 우편으로 당도 한다는 병원측 설명을 듣고 퇴원했고, 아기 뒤치닥 거리하느라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는 지내고 있었는데, 어제 퇴근을 하여 보니 집 마당에 눈속에 웬 봉투가 묻혀 있음을 발견하고 꺼내보니 바로 아기의 검사 결과를 알리는 우편물이었습니다.

 

그러려니 하며, 무심코 방 한구석에 툭 던져 놓고는 아기 앞에서 재롱 떠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때(재롱은 아기가 떨지 않고 요즘 아빠가 떱니다.) 아내는 궁금하다며 그 봉투를 열어 보더군요.

 

결과는 뻔했습니다.

 

전부 정상, 정상, 정상...제가 의학상식은 아는 바 없어 그게 다 무슨소린지는 몰라도 뭐 선천성대사 어쩌구 저쩌구 하며 전부 all 정상 으로 나오더군요.

 

속으로 역시! 하며 흐뭇한 마음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찰나...

 

"얼라리??!!!$%##%???@@!?"

 

저희 부부 멍한 상태로 서로 얼굴 마주보며 황당한 상태로 몇초간 세상이 멈춰지더군요.

 

무슨 사연이냐구요?

 

그러니까 사연이 이렇게 됩니다.

 

제 아들은 누가봐도 저랑 꼭 닮았습니다.

 

아기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주신 감사한 분들께선 대부분 엄마를 닮았다고 소견을 밝혀 주셨지만 잘못 보신거구요.^^

 

저희 부부가 하는 농담중에 "우리 아들은 백일 사진 안찍어도 되겠다. 아빠 백일 사진 갖고가서 칼라로 입히면 딱 너다! 사진값 벌었다." 할 정도로 제 갓난쟁이때 모습과 칼라냐 흑백이냐의 차이만 있을뿐, 사진 복사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 입니다.

 

뭐, 고추까지 닮았다면 가히...ㅋㅋㅋ

 

그런데 이 무슨 청천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입니까?

 

엄마의 혈액형이 A형, 아빠의 혈액형도 A형!

 

여러분들 아무리 의학 상식이 없으신 분이라 할지라도 이 부부 사이에서 태어날 아기의 혈액형은 뭣뭣 이겠습니까?

 

A형 아니면 O형이 정답입니다.

 

그.런.데...

 

그 우편물에 우리 아기의 혈액형이 아주 큰 글씨로 B형이라고 적혀 있지 뭡니까?

 

그것도 담당 검사관의 싸인이 들어가 있고, 바로 그 옆에는 Reviewed by 아무개 하며 재차 확인관의 싸인까지 들어가 있지 뭡니까?

 

[얼라리??!!!$%##%???@@!?] ☜ 이런 감탄사 나오는것 당연하겠지요?

 

저희 부부 잠시 멍한 상태로 몇초간 있다가 일단, 뭣부터 수습을 해야할지 갈팡지팡 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저렇게 따져보니 그렇다면 병원에서 바뀌었다는 결론인데...

 

아무리 바뀌었어도 그렇지 어떻게 저렇게 나를 닮을수 있으며...아냐! 아냐! 그럴리가 없어!

 

하여간 이런 혼돈속에 잠시 빠져 있다가 저희는 그 우편물에 적혀있는 그 임상검사센타에 전화를 하였더니 내일 오전 8시에 전화하라는 무책임한 메시지만 받고 말았습니다.

 

일단 밖에 눈도 많이 오고, 지금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알아보자는 저의 말에 아내는 안된다며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길길이 뛰지 뭡니까?

 

우리는 우리 혈액형부터 다시 더듬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아내는 중학교때 딱 한번 혈액형 검사한후론 해본적이 없었고, 저는 기억엔 잘 없지만 초등학교때와 기타 몇번 한것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고...

 

참고로 저희 아버님은 A형, 어머니는 AB형...장인어른은 AB형, 장모님은 O형...

 

제가 군에 있을때 소위 개목걸이라 불리우는 인식표(이것이 정확한 용어 입니다.)에도 혈액형이 A형이라고 박혀 있었단 말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내린 결론은 아내가 혈액형을 잘못 알고 있었다!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장 근처에 사는 아기의 이모를 불러서 아기좀 잠시 부탁해놓고 저희 부부 그 눈 퍼붓는 속에도 S종합병원으로 달려갔지 뭡니까?

 

이차저차해서 왔다고 상황설명을 하니, 병원측에선 지금으로선 응급실밖에 이용 못한다며 멀쩡한 저희부부 졸지에 응급실 신세를 지고야 말았습니다.

 

응급실 이용료까지 붙으니 그 피검사 잠깐 하는데 드는 돈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하지만 지금 그깟 돈이 문제이겠습니까?

 

그날 눈이 너무 많이 와서인지 119구급차가 드나들며 낙상환자들 실어 나르며 응급실 바삐 돌아가는데 저희 부부 사연을 들은 의사와 간호사가 저희 주변에 모여 같이 고민해주니, 이건 누가 응급환자이고 아닌지 구분이 안가더군요.

 

아내의 피를 뽑고, 현미경으로 정밀 검사한다며 대기하는 30분동안 우리는 제발 아내가 혈액형을 잘못알고 있었기를 바라기만 했습니다.

 

결과가 나왔다며 보여주는 검사장엔 분명 혈액형 "A"라고 또렷이 적혀 있으니, 저희는 2차로 얼라리 상태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병원측 간호사들도 안타까와 해주더군요.

 

병원측에선 그렇다면 아기까지 데리고 와서 다시 해보자고 하는데 밖에 눈발을 봐서는 이제 한달도 안된 신생아를 데리고 올 상황이 아니고...

 

나는 100% A형이니 구태여 돈들여가며 할 필요도 없고...

 

그래도 병원측에선 남편분도 해보자며 저의 피를 뽑아가더군요.

 

그렇게 또 대기시간...

 

이윽고 30시간 같던 30여분이 지나자 간호사중 조금 고참인듯한 넉넉한 간호사 한분이 저를 째려보며 다가오더니 한마디 합니다.

"남편분 어디서 혈액형 검사 하셨어요?"

 

"왜요? 제 피속에 화성인의 피가 검출 되었나요? 어쩐지 스스로 생각해봐도 내가 범상치 않더만..."

 

"남편분 정밀검사 해보니 혈액형이 AB형입니다."하며 검사용지 들이 미는데...

 

아니 그럼...약 40여년간 내가 알고 있던 혈액형은 뭐였단 말인가?

 

간호사 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혈액형을 잘못 알고 있다는군요.

 

초등학교때 한반에 80여명 우글거리는 베이비붐 세대때 양호선생님이 새끼손가락끝을 살짝 따서는 시약 테스트 하며 그냥 "A형!" 하고 부른 것이 내 건강기록부에 그대로 기록되고 그게 평생 따라 다니며 난 그냥 A형이 되어 버렸던 것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군시절 인식표에 있던 A형은?

 

가만 기억을 더듬어보니 군에서 따로 검사 받은것이 아니라 그냥 혈액형이 뭐냐고 하길래 "A형 입니다!" 라고 대답하니 바로 인식표에 A형이 적힐 밖에...

 

흐미~그렇담 난 40여년간을 엉뚱한 혈액형으로 살아왔단 말씀...

 

이렇게 눈내리던 밤. 이 소동은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여태 자기 혈액형도 제대로 몰랐냐며 집에 오는 내내 아내에게 호된 질책 받아가며 완전 바보가 되어 머쓱해진채로 돌아온 나는 잠자고 있는 아들녀석을 보니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울컥 들며 너무나 사랑스러워 끌어안고 볼을 부벼대어 기어코 잠자는 녀석을 깨워 그날 밤새 우는 녀석과 씨름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그날 소동은 아들녀석 울음소리와 새로 혈액형을 갖고 태어난(?) 아빠와 함께 함박눈 속에 묻혀 갔습니다.

 

 

사족: 옛날 학창시절 친구들과 재미삼아 보는 혈액형으로 보는 성격 같은것 말입니다.

 

이거 다 말짱 꽝!이란것 어제 알았습니다.

 

왜냐구요? 제가 여태껏 A형으로 보아왔는데 기가 막히게 맞더라구요.

 

맞는다는게 이상한것 아닙니까? *^^*

 

나 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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