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만남은 늘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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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철 [wiseycj] 쪽지 캡슐

2001-10-17 ㅣ No.4872

"딩 - 동 !"

"누구세요?"

"나, 규진이!"

저와 아내 둘이서 살고있는 아파트에 가장 귀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허리를 두 번이나 수술해서 늘 소파에 등을 기대고 누워있는 아내가 벌떡 일어납니다.

뒷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던 저도 다투어 뛰어나와 현관문을 열어줍니다.

 

언제 보아도 예쁘고 대견스럽기만 한 막내 손녀는 할머니를 끼어안고 뽀뽀를 나눕니다.

저는 아이의 등에 맨 가방을 받아주고 신발을 벗깁니다.

 

유치원에 다닐 때에는 매일 오후 2시에 울리던 "딩동"소리가 요즘엔 조금 뜸해젔습니다.

일 주일에 어쩌면 한 번, 아니, 두 번.  그래도 그 소리가 그렇게 반갑고 기다려만 집니다.

 

둘이서 서둘러 낸장고를 뒤지고 서랍을 뒤지어 아이가 먹을것을 찾아다 줍니다.

"오늘은 학교가 재미있었어?"  "점심 메뉴에는 무엇이 나왔지?" "오늘도 피아노 렛슨 가니?" 매번 같은 질문에도 싫다않고 다 대답을 해주는 아이가 그렇게 기특하고 예뿔 수가 없습니다. 또 "우리 새끼"는 저의 집에서 있었던 일이며 학교에서 보고 들었던 이야기를 다 들려줍니다. 두 늙은이의 믿음직스러운 "정보통"인 셈이지요.

 

한참 무얼 찾아 먹이고 애와 이야기도 하다보면 한 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립니다.

아이는 "할머니, 저 집에 가야해요."하면서 주섬 주섬 가방을 메고 나섭니다.

짧은 만남이 지나고 현관을 나서면서 할머니와 다시 뜨거운 포웅을 합니다.

"그렌마, 씨 유 투머로우!", 제 엄마한테 배운 짧은 영어로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합니다.

 

같은 아파트의 앞, 뒷 동에 살면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막내 손녀는 늘 이렇게 만나고 헤어집니다. 아무리 만나도 그저 반가운 만남, 늘 서운한 헤어짐.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미사를 올리려 성당에 가면, 하느님 앞에 기도를 올리면, 하느님께서도 이렇게

반가워하시리라."

 

이 아름다운 세상을 다 만들어주셨고, 당신의 그 귀하신 외아들 마저 아낌없이 세상에

보내시어 저희 인간을 구원하신 하느님, 우리와의 만남을 이렇게 반가워하시리라....

 

당신은 정말 온전히 사랑이시며,

아무리 주셔도 또 더 주시려 하시는 사랑, 그 자체이십니다.

 

당신의 사랑있어, 저희는 늘 따뜻합니다.

저희도 당신을 조금은 닮아가게 하소서.

 

저의 손녀가 저희를 찾아주는 만큼 이라도, 아니 그 반 만큼 이라도 주님을 찾아뵙게 하소서. 주님께서 기뻐하실 만남, 이루어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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