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일)
(녹)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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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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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1-11-08 ㅣ No.26183

               한 분 예비자 형제님의 재미있는 출석 동기

 

 

 

 

 우리 교회의 매주 목요일 저녁의 예비자 교리반은 수녀님들께서 담당하시는 주일이나 수요일 오전에 나오실 수 없는 분들, 주로 직장인들을 위해 마련된 교리반으로서 제가 교사 봉사를 하고 있지요.

 현재 다섯 분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형제님 네 분에 자매님 한 분.

 

 형제님 한 분은 오늘 처음 나오신 분이지요. 그런데 중학교 행정실장님이신 이 새 예비자 형제님의 출석 동기가 꽤 재미있어서 소개를 할까 합니다.

 

 같은 동네에 사시는 연배가 비슷한 신자분의 안내로 오시기는 했지만, 이 새 예비자 형제님이 오늘 우리 교회에 오시게 된 데에는 확실한 동기가 있었습니다.

 내가 환영 박수를 쳐 드린 다음 성당에 오시게 된 동기가 있으면 발표를 좀 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망설임 없이 말씀을 하시더군요.

 

 며칠 전 밤에 잠을 자는데 꿈에 한 귀인을 보았답니다. 그 귀인이 누구냐 하면 김수환 추기경 님이었답니다. 어떤 길을 가다가 뜻밖에도 김수환 추기경 님을 만났는데, 추기경 님이 무슨 쪽지 같은 것을 하나 주시더랍니다.

 

 꿈을 깸과 동시에 잠에서도 깨어났는데, 암만 생각해도 너무 이상하더랍니다. 천주교 신자도 아닌 자신에게 왜 꿈에 김수환 추기경 님이 나타난 것일까? 그리고 그분이 내게 주신 그 쪽지 같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이모저모 생각을 하다보니 그 쪽지 같은 것이 아무래도 복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꿈에 귀인을 만났고, 그 귀인이 쪽지 같은 것을 주었으니, 그것은 십중팔구 복권일 것이다! 그런 확신이 들면서 그는 절로 단박 온 가슴이 쫘악 긴장이 되더랍니다.

 

 그래서 꿈을 팔지 않기 위해서 잠자리를 같이 하는 부인에게도 그 꿈 얘기를 하지 않고, 그날 출근하는 길에 우체국에 들러 복권을 여러 장 샀답니다. 기대와 긴장감을 꼭 보듬어 안고 두근두근 즐기면서….

 

 그러나 복권들은 한 장도 본전조차 건지지 못하고 모조리 폐지 쪼가리들이 되고 말았다나요. 세상에 이럴 수가…. 내 비록 천주교 신자는 아니더라도 김수환 추기경 님이 꿈에 나타나서 복권을 주었는데….

 

 그런데 그는 적이 실망한 가운데서도, 아무 인연도 없고 한번 만난 적도 없는 김수환 추기경 님이 자신의 꿈에 나타났다는 사실이 다시금 너무 신기하게 느껴져서, 아내에게 그 꿈 얘기를 했답니다. 복권을 샀다가 본전도 못 건진 얘기도….

 

 그러자 부인이 처음에는 깔깔거리며 웃더랍니다. 꿈에 산신령님이나 지하에 계신 조상님이 나타나서 쪽지를 주었을 때 복권을 사야 하는데 번지수가 틀렸다고 하면서…. 그러더니 부인이 돌연 정색을 하더랍니다. 그런 꿈을 꾸고도 성당에 다니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면서….

 

 그래서 그 꿈을 꾼 본인부터 우선 성당에 나오게 되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 내가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야아, 우리 교회의 이 교리반에 김수환 추기경 님으로부터 전교를 받아서 나오시게 된 분도 계시게 되었군요. 하여간 우리 김수환 추기경 님,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남의 꿈속에까지 찾아가서 전교를 하시다니…!"

 

 우리 모두는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그 복된 꿈을 꾸신 새 예비자 형제님께 더욱 힘차게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그리고 한결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교리 수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추기경’이라는 교회 직위에 대해서, 그리고 추기경과 연결되는 ’교황’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보니 금세 30분이 지나가더군요.

 

 김수환 추기경 님, 고맙습니다! ^^^

 

 

 2001년 11월 8일 밤 (예비자 교리 수업을 마치고 와서)

 충남 태안 지요하 막시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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