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일)
(녹)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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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노을 지듯 내 목숨 사라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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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진신부 [yjinp] 쪽지 캡슐

2001-11-27 ㅣ No.26854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11. 28)

 

"너희는 잡혀서 박해를 당하고

회당에 끌려 가 마침내 감옥에 갇히게 될 것이며

나 때문에 임금들과 총독들 앞에 서게 될 것이다.

그때야말로 너희가 나의 복음을 증언할 때이다."

 

- 오늘 복음(루가 21,12-13)에서

 

 

 

 

모든 일이 잘 되고 좋은 시절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귀한 사람의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라는 건

경험으로부터 누구나가 공감하는 상식입니다.

잘 나갈 때 그 많던 주변의 사람들이

막상 내가 힘들어지면 낯선 타인이 되고 맙니다.

 

주변에 친구가 있으십니까?

아, 많다구요.

 

그럼, 주변에 당신의 동지 역시 많으십니까?

...

 

제가 생각하는 적어도 동지라는 말에는

단순히 뜻을 함께 한다는 어원풀이 외에

더 깊은 뜻이 담겨져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적어도 생사고락의 운명을 함께 하는 정도의.

 

신앙인은 많아도

신앙의 동지를 찾기란 참 힘이 든다는 생각이

혹 들지 않으십니까?

 

제가 아는 한 분이 그런 분이 계셨습니다.

늘 주변의 사람들이 많았고

잘 나가던 분이었는데

막상 힘들 때, 더 힘든 고독이

그분께 덤으로 주어지더군요.

동지를 그리워했지만 대부분

그분께 등을 돌렸습니다.

살기에 바빴고 사실은 모진 운명을 함께 하기가

두려웠을 테지요.

제가 아는 그분을 사람들은

예수라 부릅니다.

 

오늘 그분께서 다시 동지를 찾고 계십니다.

 

너희가 나 때문에

박해를 당하고 회당에 끌려 가

마침내 감옥에 갇히게 될 것이며

세상의 힘 앞에 서게 될 것이다.

그때야말로 너희가 나의 동지가 될 때라고 하십니다.

 

일상 안에서

사람들 틈에서 성호를 긋는 것,

일의 결정 앞에서 기도하는 것,

사람과의 만남 앞에 좀더 마음을 비우는 것,

누군가의 단순한 친구이기보다는

그의 동지가 되어주는 것,

주변에 늘상 있게 마련인 따돌림당하는 사람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그를 옹호하는 것,

나의 일터에서 적어도 한 차례

성서를 펼쳐보는 것... 등등은

그분의 동지가 되고자하는 이의

최소한의 삶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도 평소처럼

제가 좋아하는 시 한 편 올려봅니다.

'인디언 기도문'으로 알려져 있는 글이죠.

시의 마지막처럼

어느 날 노을지듯 나의 목숨이 사라질 때

내 혼이 부끄럼 없이

당신께 나아갈 수 있는

동지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말입니다.

 

 

 

=== 인디언 기도문 ===

 

 

바람 속에 당신의 목소리가 있고

당신의 숨결이 세상 만물에게 생명을 줍니다.

나는 당신의 많은 자식들 가운데

작고 힘 없는 아이입니다.

내게 당신의 힘과 지혜를 주소서.

 

나로 하여금 아름다움 안에서 걷게 하시고

내 두 눈이 오래도록 석양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당신이 만든 물건들을 내 손이 존중하게 하시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내 귀를 예민하게 하소서.

 

당신이 내 부족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나 또한 알게 하시고

당신이 모든 나뭇잎, 모든 돌 틈에 감춰 둔 교훈들을

나 또한 배우게 하소서.

 

내 형제들보다 더 위대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내 자신과 싸울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소서.

나로 하여금 깨끗한 손, 똑바른 눈으로

언제라도 당신에게 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소서.

 

그래서 저 노을이 지듯이 내 목숨이 사라질 때

내 혼이 부끄럼없이

당신에게 갈 수 있게 하소서.

 

- 노란 종달새란 이름을 지닌 어느 인디언

 

 

 

 

 

"죽기까지 충성을 다하여라. 내가 생명의 월계관을 너에게 씌워 주리라."

 

- 오늘 복음 환호송(묵시 2,10)에서

 

 

 

삽입곡 '그 밤에'

 

글곡 신 상옥, 노래 신상옥과 형제들

 

 

동방박사 별을 좇던 그 밤에

목동들이 양을 치던 그 밤에 음

구유에 누워 쌔근쌔근대는 한 아기

구세주 예수님 나신 그 밤

 

니고데모 주님 찾던 그 밤에

주님임을 알아보던 그 밤에 음

그 누구든지 새로나라하신 그 말씀

밤하늘 별들도 듣던 그 밤

 

제자들이 풍랑에 시달리던 그 밤에

바다위를 유유히 걸어가던 그 밤에 음

살려달라 외쳐대는 제자들의 부르짖음

주님이 그들을 구하신 밤

 

과월절을 하루 앞둔 그 밤에

제자들의 발을 씻은 그 밤에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라

사랑의 새 계명 주던 그 밤

 

주님 사랑해 나의 예수여

우리를 위해 주님 오셨네

나 그 밤 잊지 못해 주님 함께 한

당신의 모든 것을 다 주시던 밤

 

최후만찬 마련하신 그 밤에

유다배반 예고하던 그 밤에

근심번민 받으시던 그 밤에

아버지 이 잔 제게 거둬주소서

당신을 성부께 맡긴 그 밤

빵과 술로 성체성사 이룬 밤

우리의 미사가 시작된 밤

 

게쎄마니 오르시던 그 밤에

주님 사랑해 나의 예수여

우리를 위해 주님 오셨네

나 그 밤 잊지못해 주님 함께 한

당신의 모든 것을 다 주시던 밤

 

악한 무리 달려들던 그 밤에

배반자가 입맞추던 그 밤에

제자들 모두 달아나 버렸네

주님은 의젓이 잡혀갔네

예수님을 모른다던 그 밤에

세 번이나 모른다던 그 밤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닭의 소리

베드로 쓰러져 슬피운 밤

주 용서하신 밤

 

 

첨부파일: 그밤에.asx(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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