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일)
(녹)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자유게시판

27006번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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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경 [kreuz] 쪽지 캡슐

2001-12-02 ㅣ No.27018

 

(제 본성이 다 드러나보이는 한이 있더라도 독설로 읽히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카타리나 자매님...이런 일 처음 겪으셨다니 놀라셨을 겁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보시면

이곳에서, 혹은 성당에서

’서로 사랑합시다.’ ’용서합시다’가 그다지 범위가 넓지 않다는 것을 곧 아시게 될 겁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고,

자신과 생각이 다르고,

자기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 말이 절대 해당되지 않는 것이

바로 가톨릭 신자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시게 될 겁니다.

그런 경험이 앞으로 없으시기를 바라는 것이 제 마음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저도 가톨릭 교회가 세상 전부에 하나라는 것을 믿습니다.

그러나 또 하나,

작은 성당 하나 하나가 세포처럼 교회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압니다.

 

저희 집 가정교육이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저희 집 흉을 밖의 다른 사람에게 보지 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럼 그 사람들이 저도 우습게 본다고 말입니다.

더군다나 집안 어른들의 흉은 밖에서 보지 않도록 배우고 자랐습니다.

저희 집 어른들이라고 잘못하시는 일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밖에서 저희 집 자랑을 하지 않는 것처럼

흉도 보지 않습니다.

 

몇몇 분들이 자신들의 성당에서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시는 글들을

이곳에 올려주십니다.

그래서 제가 ’그래서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십니까?’라고 묻자

그에 반발하는 몇 분이 그냥 쓰게 내버려두고

좋은 해결책을 찾아주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제 평신도가 동등하다고 말한다 하더라도

결국 한 교회 안의 한 가족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가족의 한 구성원의 모습을 다른 곳에서 마구 흉을 봅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 가족을 호적에서 파내주기를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몰려가서 한 대씩 두들겨패서 버릇을 고쳐주기를 바라는 것인지

도대체 의도를 알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혹시 그 사람의 잘못을 고치기를 바란다면

그런 식으로 생판 모르는 타인에게 험단을 해서는 절대 못 고칠 것입니다.

 

결국 신부님께서 사제로서의 부족한 점을 사과하셨다구요?

그분 험담하셨던 분들 속이 시원하시겠군요.

본인들이 그 사제보다 우월하다고 느끼시고 평생 사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신부님보다 인격적 신앙적으로 우위라고

생각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제로서 부족한 점이 있다면

하느님께서 그분을 애초에 사제로 쓰시지도 않았으리라는 점을

그분들은 아예 무시하고 들어가고 계십니다.

자신들이 하느님의 선택기준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나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지요.

 

아마 가족 중 누군가 잘못을 하거나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마도 옆집에 가셔서 가족들 흉을 보시겠지요.

그런 집을 가리켜서 하는 말이 있지만,

말씀 안 드려도 잘 아시겠기에 그분들껜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속한 본당, 제가 속한 단체의 잘못된 점이 있다면

저는 이곳에 절대 쓰지 않을 겁니다.

그 안에서 해결해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겁니다.

그리고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제게 남은 방법은 ’자유게시판’이 아니라

하느님께 호소하는 일일 겁니다.

하느님께 호소했는데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일을 그렇게 되어가도록 두시는 뜻이 있으리라 생각할 겁니다.

(설마 제가 그런 경험 한 번도 없이 이런 글을 쓰리라고는 오해하시지 마시기를...)

 

자유게시판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신문고가 될 수도 없고,

여론조작의 장이 될 수도 없고,

어느 한 사람의 개인 게시판이 될 수도 없고,

무책임하게 한 번 어떤 글 올려보는 곳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본당 글을 이곳에 올리신 분들께 다시 여쭤봅니다.

본당 안에서 해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해보셨습니까?

그리고 그분들을 위해 기도하셨습니까?

자유게시판에 올리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럼. 이만.

 

덧붙임 : 만약 어느 신부님께서 본인 본당 신자들의 잘못된 모습을

자유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하신다면 반응들이 어떠실까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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