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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조재형 신부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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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2-04-07 ㅣ No.31812

 †. 사랑·평화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조재형 신부님께.

 

 안녕하신지요.

 제 글에 대한 신부님의 글을 접하면서 과분하고 송구한 마음 컸습니다.

 

 저도 신부님의 글을 즐겨 읽고 있습니다. 이 ’굿 뉴스’ 자유게시판에서 신부님의 글을 읽는 것을 큰 기쁨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러는 신부님의 글을 제 문서 방에 옮겨 보관도 하면서, 성직자의 고결하면서도 결코 평탄치만은 않은 ’사목 애환’의 실체들을 접하는 가운데 때로는 미소를 짓기도 하고 또 때로는 숙연한 마음도 갖게 되는 것은, 그만큼 신부님의 글이 진솔하고 생동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 또한 제 아버님을 ’산’으로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지난 1986년 66세라는 아까운 연세로 작고하신 제 아버님은 지금도 제 가슴에 하나의 산으로 존재하고 계십니다. 그 ’산’의 의미와 질감들을 무어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는 거의 매일같이 저녁 무렵에 고장의 명산 백화산을 오르며 ’묵주 기도’를 바치는데, 매번 제4단을 제 선친의 영혼을 위하여 바치며 다시금 제 아버님이 오늘도 저의 산임을 절감하곤 합니다.

 

 천주교 신앙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가정에서 태어나신 제 아버님은 4형제 가운데서 유일하게 스스로 하느님 신앙을 찾아 가지신 분이시지요. 4형제 중 유일하다는 그 숫자상의 비율만으로도 하느님 신앙을 (더욱이 천주교 신앙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신의 선물인 ’탐구심’과 함께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고뇌’가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저는 제 아버님이 스스로 하느님 신앙을 (더욱이 천주교 신앙을) 찾아 가지신 분이라는 그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참으로 비범하셨던 분이며, 사후에도 능히 저의 산이실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저에게 고스란히 ’가난’을 물려주신 분이시지만, 그 가난이라는 것이 물질적인 궁핍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저는 잘 압니다. 저에게 물려주신 가난(참 신앙과 욕심 없는 마음)을 참되게 받아 살려고 하는 의지와 노력으로 말미암아 저는 아버님께 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제 아버님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저에게 천주교 신앙과 가난을 물려주신 아버님께 늘 감사하며 살고자 합니다.

 

 그리고 저는 아버님의 영혼을 위해 연미사를 봉헌할 적마다 아버님의 삶이 참으로 성공적인 것이었음을 생각하곤 합니다. 이 아들이 아버님을 위해 정성되이 연미사를 봉헌하는 것만으로도 아버님의 이승에서의 삶은 ’성공’으로 귀결될 수 있음을 생각하는 것이지요.

 

 저도 제 자식들을 기르고 가르침에 있어 그런 식의 성공을 바라고 또 원합니다. 세속적인 욕심 쪽으로는 집착을 하지 않습니다. 세속인으로서 그것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습니다만, 그것이 지나쳐서 하느님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는 제가 죽은 후에 제 자식들이 열심한 신앙 생활 가운데서 죽은 아비의 영혼을 위해 종종 정성되이 연미사를 봉헌하며 산다면 그것만으로도 제 삶은 성공적인 것일 수 있음을 늘 되새기곤 합니다. 이승을 떠난 내가 자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겠지만, 자식들의 미사 봉헌에 힘입어 내 영혼(연령)이 좀더 일찍 하느님 나라에 들 터인즉,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성공이 아니겠는지요.

 

 아버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가톨릭 신앙을 내 자식들에게 잘 물려주는 것, 내 자식들이 가톨릭 신앙을 참되고 올곧게 잘 유지함으로써 마침내 ’구원의 문’에 도달케 되는 것―그것이 제 자식들에 대한 저의 가장 크고도 절대적인 바람이며 목표입니다, 그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제 삶의 가장 중요한 이유이지요.

 

 조재형 신부님.

 저는 신부님의 아버님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크게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아드님을 신부님으로 만드시고 따님을 수녀님으로 만드셨으니 더더욱 장하시고 크신 분입니다.

 

 칠순을 넘기신 지금에도 붓글씨를 쓰시며, 성서필사를 거의 다하신 여력으로 더욱 옹골차게 사시는 어르신 님께 삼가 머리 숙여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리오니 대신 전해 드리시옵기 빕니다.

 

 보람 못지 않게 갖가지 애환도 크실 신부님의 사목 생활에 늘 주님의 돌보심이 계시옵기를 빌며, 이 ’굿 뉴스’ 게시판에서 읽게 되는 신부님의 좋은 글들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아울러 신부님의 건강과 변함없는 건필을 기원합니다.

 

 

 2002년 4월 7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주일) 저녁

 충남 태안 샘골에서 지요하 막시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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