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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외눈박이 분노1- 노조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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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카엘 [zu4rang] 쪽지 캡슐

2002-10-27 ㅣ No.41708

지지난 주에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시켜먹으면서 본 조선일보 국제 면의 기사가

문득 생각납니다. 독일의 어느 일간지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분노하고

있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언급하면서 일제 시대에 한국인들에게 저지른 그들의

만행에 대한 반성은 뒷전인 일본 사회’외눈박이 분노’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보니 속시원했습니다. 역사적인 범죄는 상쇄될 수 없다는 독일 언론의 날카로운

지적이 인상이 깊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요즘의 병원 노조 파업에 관한 세간의 눈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노조

에 대한 비판의 글이 훨씬 많은 것을 보면서 여기에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을

대입시킬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그럴 수는 없겠다

는 결론을 내봅니다. 예수님을 못 박은 민심도, 스테파노 성인에게 돌팔매를 한

민심도 의로운 민심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노조에게 돌팔매(?)를 하는 민심

은 의에 속한 것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하는 의문이 저를 맴돌고 있습니다.

 

지난 18일에 형수님이 첫 딸을 출산하셨습니다. 저에게는 첫 조카딸이고요. 조카

아이가 예정일보다 일주일 가량 일찍 태어나서 그런지 체중이 2.6㎏ 밖에 안되고

그저께는 약간의 황달에 백혈구 수치가 좀 낮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관찰 중이라

걱정입니다. 조카딸의 출산을 접하고 나니 만약 병원이 파업하여 아이를 낳을 수

없었다면 또 아기가 아픈데 치료할 수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만약 의사나 노조가 파업해서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면 뒤집어 버릴 것 같더군요.

의사든 노조든 사람의 생명을 앞에 두고 파업하는 일이 얼마나 몹쓸 짓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약 분업 당시 의사들의 파업으로 병원 응급실로 실려온

환자가 전문의를 못 찾고 병원을 전전하다가 끝내 사망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을

다시금 돌이켜 보니 오죽하면 그랬는가 하는 생각도 해 볼만도 하지만 그래도 생명

을 눈앞에 두고 이권 다툼하는 것은 참 못 할 짓입니다.

그런데 이곳 게시판에서는 이상히도 노조에게만 더 많은 이들이 파업의 책임을

묻더군요. 파업을 한 당사자가 노조이다 보니 그렇겠지만 저의 눈에는 협상에 대한

여지를 보이지 않는 사측에게도 똑같은 책임을 추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저께는 밤새도록 의약 분업 당시의 게시판의 글들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병원 노조의 파업과는 다른 가톨릭 당국과 신자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의사들의 파업이 정부의 준비 안된 정책으로 야기된 일이지만 현행법에는 어긋난

파업이었고 무엇보다 환자들에게 많은 고통을 안기는 일이었음에는 요즘 병원 노조의

파업과 다를 바는 없는데도 지금 노조에게 하는 비난과 비교할 때 비난의 강도가 심하

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욕설의 강도도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상스

러운 말도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의약 분규 시는 가톨릭 측에서 의사들을 상당히 옹호해 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톨릭 재단이 병원을 운영했지 시중의 약국을 운영했던 것은 아니었

으니까요. 그리고 그때는 의사들의 파업이 전국적인 양상으로 확산되어서 그런지 정진석

대주교님이 담화문을 통해 정부와 의사들 간의 대화를 촉구했는데 이번 병원 노조의

장기 파업에서는 대주교님은 뒤로 빠져있더군요. 하기야 백남용 신부님의 이판 사판

논리로 본다면 이판(理判)께서는 계속 정신적 지주로 남아 계셔야겠지만 왜 자꾸 일은

밑의 사람이 벌이고 대주교님은 허수아비로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성당 내 공권력의 투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던지라 사판(事判)의 재량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데도 말입니다. 노조가 하는 주장을 잠시 참고하면 새벽에 기습적

으로 공권력이 투입되었던 날 낮에 신부님과 노조 대표와의 면담 약속이 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이었다면 이미 사판의 재량으로 해결할 수 있을 지 의문이듭니다.

무엇보다 다른 병원은 보다 빨리 노사 간에 타협을 보았는데 유독 가톨릭 계통의 병원만

장기전을 치루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노조만의 책임으로 돌리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습니다.

비록 루가복음 12장 14절에서 예수님께서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관이나 재산 분배자로

세웠단 말이냐."는 말씀을 하시긴 했지만 차라리 공권력의 기습 투입보다는 가톨릭 재단의

이판이시기도 하고 사판이시기도 한 정진석 대주교님의 조기 투입(?)이 있었더라면 다른

병원처럼 이미 타협을 보았을 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 대주교님의 결단이

필요한 것은 평화적인 사태의 수습뿐만 아니라 대화를 약속한 날 새벽 공권력을 기습적

으로 투입한 교활한 전법(?)이 결국 이판사판 노사판을 만들었으니 책임을 묻기는 물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의사들의 파업 때와 지금의 노조의 파업과의 또 다른 차이는 의사들의 불법(?) 파업

시는 가톨릭 재단이 직접 전공의 파업에 대한 성명서에서 "정부는 이번 파업 사태의

책임을 의사들에게만 전가하지 말고, 관련인사의 사법처리를 즉각 중단"하라며 촉구

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올 10월 6일 병원 노조 파업에 대한 성명서에서는 "잘못된

것을 묵과하고 불의와 타협하는 것이 사랑과 포용이라는 이름으로 오용될 수 없다."며

대화의 여지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천명한 것을 보면 병원 당국과 교회의 눈에는 노조의

행위만은 불의였고 의사들의 행위는 불의가 아니었나봅니다. 가톨릭 재단 당국이 정부

에게 ’불의와 타협’하여 일을 평화(?)롭게 마무리지으라고 했을 리는 없으니까요(?).  

 

의사들의 불법 파업에 대하여 정부 당국에 사법 처리로 일관하지 말 것을 촉구해주었으

면서도 노조에게는 국제 단체에서도 문제를 지적하는 직권 중재 기간 15일 동안 파업을

금지하는 법규 이외에도 단체 협약서 제28조를 들먹이며 노조의 주동자를 사법 처리하라

고 부추기니 형평성에 너무나 어긋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록 의사들의 파업

은 정부의 부당하고 불성실한 자세에 의하여 증폭되었지만 노조의 파업도 사측의 부당한

노동 행위와 불성실한 자세에 의했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지난 해 분명 사학 연금에

대하여 올해 진지하게 논의하자고 해놓고서 법규만을 들먹이며 노조의 주장에 대하여

절대 수용 불가로 돌변했다는 주장을 보면 이해가 갑니다. 다만 이 주장이 사실인지

진상을 규명하고 싶군요.

그렇게 법규에 충실했다면 말입니다. 모성 보호법을 들먹여 보세요. 그러면 임신한

여직원들을 야간 근무 시킨 병원의 책임자 모조리 징역 또는 벌금형 물지요. 다만

나라의 사정이 너무 어렵다 보니 정부 당국 당국조차도 이러한 법규를 제대로 적용

하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가톨릭계 병원에서 이러한 일로 적발되면

병원장으로 계신 신부님이나 수녀님들도 구속되어 전과자가 되어 버린단 말입니까?

지난 10월 6일에 교구 동정으로 주보 간지로 나온 성명서에는 이 점은 일언도 언급

되지 않았습니다. 만에 하나 노조의 주장이 맞다면 "오늘날에도 임신한 여성들에게

태아의 성장과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야간 근무를 시킴으로써 소중한 생명

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이기적인 사업장들이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따라서 성모님

의 자애로움을 따르는 우리 가톨릭 당국은 정부 당국에 이러한 사업장에 대한 엄정

한 처벌과 감독을 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라는 식의 성명서를 내야 할 일이지만

그 당사자가 이러한 잘못을 범한다면 어떻게 이러한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의혹이 일고 있는데 그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해주셔야 할 이판께서는 보

이시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더욱이 가톨릭 성명서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항

은 모두 빼고 노조에게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으로 도배하여 끝내 성실히 일했던

이들을 전과자의 길로 내모는 것을 보니 한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저는 이번에 형수님이 출산하기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임신으로 배가 불룩 나온 간호

사 두 분이 밤 9시가 넘도록 근무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야간 근무의 기준이 밤

10시부터인지 12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저런 식으로 해서 법정 근로 시간을 넘겨 노동

을 시킬 수 있겠다 싶더군요. 그리고 다른 직종의 여성들 보다 유산률이 높다는 간호

사라는 직업에 대한 진상을 조사하는 것이 성모님의 자애로움을 따르는 길이 아닐까요?

 

노동법과 단체 협약서는 아주 성실히도 들먹이면서도 모성 보호법은 슬쩍 덮어두는 가

톨릭의 성명서를 보고 사측에만 일방적인 편을 드는 모습에 분개하여 묵주이건 성서이

건 모두 집어넣어 버렸다는 분의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저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

니다.

저는 자꾸 공의(公儀)는 사라졌고 공의(空義)만 남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지난 2000년 병원 파업 사태 후에 있었던 기사 중 일부를 소개하고자합니다.

『국립대병원 의사들이 지난 7월말 의료계파업 이후 파업에 동참하고도 월급의 전액

또는 절반 이상을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위 소속 민주당 이재정(李在禎)

의원은 30일 서울대병원 등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을 상대로 한 국감에서 각 병원이 제출

한 자료를 근거로 이같이 주장하고 "이는 올 초 실시된 각 병원 노조의 파업에 대해서는

대부분 파업기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한 것과 비교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

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경상대와 충북대, 충남대, 전남대, 강릉대 치대 병원 등은 파업기간에

의사들의 월급을 100% 지급했으며, 서울대병원은 기본급과 상여금에서 8월은 13일분을,

9월은 12일분을 감액하고 지급했다. 또 경북대병원의 경우 전공의는 기본급, 상여금,

진료특별수당, 체력 단련비를 감액 지급했으나 전임의에게는 진료특별수당을 정상적으로

지급했으며, 부산대병원은 전공의에 대해서는 9월 분부터 보수 및 제수당을 20% 삭감

지급한 반면 전임의에게는 정상 지급했다. 이 의원은 "특히 국립대병원 교수들은 국가

공무원의 신분인 만큼 이들의 파업동조 및 동참에 대해 마땅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원 노조에게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적용하고 의사들에게는 무노동 임금의 원칙

(?)이 있다니 이것이 공의로운 것인지? 이러한 원칙(?)이 세상에 아직도 존재하다니!

병원 노조에게는 마이너스 통장을 들이밀어 가족들에게 정신적 압박을 주면서도 의사

들에게는 마이너스 통장 들이밀었다는 소리는 아직은 듣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가톨릭

재단의 공의인가 봅니다.

그토록 노조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싶다면 의사들의 지난 파업 기간에

지급된 봉급에 지금까지의 은행 이자까지 더해 추징하고 나서 노조들에게 적용했더라면

그래도 공의로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에 의사들의 파업시 재정 악화를 이유로 노조

에게 제때 지급 못한 상여금(후에 모두 지급은 했겠지만)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지금

이라도 그 이자까지 계산해서 모두 지급해 주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한다면 공의

롭겠지요. 그때 노조가 병원에 한 잘못이 무엇이었기에 상여금도 제때 못 받았나요?

이번에 노조의 파업 동안에 의사들은 상여금을 제대로 타갔나요? 조사해 보아서 만약

이번에 의사들은 상여금을 제때에 타갔다면 노동자만 봉이라는 말이 어울리겠지요.

그리고 또 하나. 의약 분규 시에 일부 병원 노조들은 강요 아닌 강요에 의해 무보수

월차를 권유받았다고 하더군요. CMC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없었지만 이번

보건 노조의 파업 때 무보수 월차를 권유받은 의사들은 없었나요? 아니, 그러지는 못

하겠지요. 그러면 환자는 누가 진찰하라고? 혹시 모르지요. 인턴, 레지던트에게 그러한

권유가 있었을지. 곧 전문의가 될 사람들이지만 혹사당하는 노동자와 다를 바없는 사람들.

미국의 두 배나 되는 살인적인 노동을 하고도 임금의 대우도 못 받는 전공의들. 어쩌면

이들도 쟁의를 해야할 약자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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