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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갈 밑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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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갈 밑천
초등학생 무렵, 어머니는 "남자는 일찍부터 장가갈 밑천을 마련해야 한다" 고 가르치며, 그 밑천을 장사하느라 바쁘신 어머니의 심부름을 하고 받는 수고비로 마련하게 했습니다.
방을 닦고 밥을 하고 설거지에 빨래 등 정말 열심히 했고, 그때마다 어머니는 잊지 않고 수고비를 주셨습니다. 어린 제가 돈이 뭔지 알았겠습니까? 단지 고생하는 어머니가 기뻐하는 모습이 좋았을 뿐이었지요. 아무튼 참 열심히 일했고, 그렇게 몇 년을 모으니 거의 백만 원이 모아졌습니다. 액수가 커지면서 어머니가 돈을 관리하셨는데 어머니는 잘 기억하고 있으니까 돈 걱정은 말라 하셨지요. 그리고 5년 뒤, 사춘기가 되어 할 일도 많고 고민도 많아진 저는 어느새 장가갈 밑천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마 중학교 3학년 때였나 봅니다. 갑자기 그 밑천이 생각나 어머니께 여쭈니 어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동연아, 너 밥하는 거 어렵니? 빨래는? 설거지는 미리 물에 담가 뒀다 하는 것도 알지? 걸레 빠는 법은? 그것도 잘 알지? 바로 그거다. 내가 너한테 마련해 주고 싶은 장가갈 밑천 말이야."
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머니를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남자 여자 따지지말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길 바라는 어머니의 뜻을 알지 못했던 거지요. 대학생이 된 지금, 게으름 탓인지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것들을 잘 활용하지 않지만 누구 못지않게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잘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어머니는 병석에 누워 계신 할아버지를 모시고 장사를 어렵게 꾸려 가고 계십니다. 제 장가갈 밑천을 이용하여 어머니에게 밥도 하고 빨래도 해 드려야겠습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김동연님/ 충남 아산시 탕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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