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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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버스와 노인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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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형 [largo7a] 쪽지 캡슐

2001-06-21 ㅣ No.3865

만원버스와 노인의 미소

 

퇴근 시간 버스 정류장에서 약 20분을 넘게 기다려도 상계동 행 720번 일반버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5분이 더 지나갈 무렵 이미 만원이 된 버스가 도착하였다.

나는 좀 무거운 손가방을 들고 승차했다.

순환지점인 여의도에서 승차한 사람은 거의가 서서 가야만 했다.

승객의 거의 90% 이상이 나이가 젊은 직장인으로 보였다.

버스 통로가 좁아 승객이 내리고 탈 때마다 내 가방은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 같았다.

그 때 아기와 함께 좌석에 앉아있던 젊은 새댁이 나의 가방을 받아 주었다.

고마웠다. 버스가 광화문 정류장에 거의 다가갈 무렵 내 앞에 앉아 있던 승객이 내렸고, 나는 그 빈자리에 앉으며, 가방을 맡아 준 아기 엄마에게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버스가 다음 정류장에 정차하자 연세가 70세 가까이 되신 할아버지 한 분이 타셨다.

통로에 서서 계신 그 할아버지에게 누군가가 자리를 양보해드릴 것으로 기대하며  나는 서류를 읽고 있었다.

버스가 종로를 벗어나 동대문으로 향하고 있을 때도 그 할아버지는 통로에 서신 체로 눈을 감고 계셨다. 가까이 앉아 있는 젊은 이 중 누구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고, 통로에 서 계신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괴로움이 번지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어딘가 몸이 불편하신 것 같아 보였다.

나의 아들 딸 나이 또래의 승객들 모두가  하루 일로 지친 것 같아 보였다.

그 분이 눈은 감고 계시지만, 괴로워하시는 표정을 외면하며 나는 더 이상 좌석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나는 그 분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일어섰다.

그 분은 내 가방이 무거워 무릎에 올려놓으시면 힘드실 것이라고 말씀드려도, 한사코 나의 가방을 맡으셨다.

그 분은 좌석에 앉아서도 눈을 감으시고,  괴로운 표정을 짓고 계셨다.

버스가 청량리를 지나자 내가 서 있는 통로의 좌석이 또 하나 비었다. 나는 그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내 가방을 돌려 받았다.

그 분은  외국어 대학 다음 정류장에서 하차하시며, 일부러 고개를 뒤로 돌리시며 나에게 미소를 주셨다.  나도 그 분의 미소에 미소(微笑)로 화답하며, 목례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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