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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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명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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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몬 [SimonHan] 쪽지 캡슐

2001-10-22 ㅣ No.1913

 

요즈음 보면 세례명을 정하는 데 있어서 자기의 생일을 기준으로 가까운

성인들을 택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그게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

군요. 그러다 보니 발음이 어렵고 또한 그 성인의 삶에 대해서도 잘 몰라서

신앙상담실에 문의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신부님들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자기의 수호성인은 그 성인의 삶을 본 받고

싶다는 취지가 중요하며 또한 우리의 신앙생활 가운데 자주 불리는 이름이므로

부르기 쉽고 듣기 쉬운 그러한 성인을 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행정실에 계시는 강대인 부장님께서 기고하신

내용을 옮겨다 놓았사오니 세례명을 지어야 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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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우가 베드로보다 낫지 않을까?

 

 

교회는 순교자를 비롯한 많은 성인들을 공경하여 왔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

터 그랬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시복 시성의 기원이 고대 이교도들의 신격화

(apotheosis)로 거슬러 올라간다고도 하지만, 교회는 애초부터 이를 단호히

배격합니다(베네딕토 14세, De Servorum Dei Beatificatione et Beatorum

Canonizatione 참조). 교회의 시복 시성과 이교도들의 신격화는 그 배경과 권

위와 의미에서 전혀 다릅니다.

 

잔혹한 권력 투쟁에서 살해된 황제의 시체를 태울 때 그가 독수리나 공작의

모습으로 하늘에 날아 올라 신이 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는 순교자들

이나 성인들이 하늘에 올라 하느님을 섬기며 우리를 위하여 전구한다고 믿습

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흠숭하며 성인들을 공경합니다.

 

성인들의 영광을 믿는 교회의 신앙은 순교자들에 대한 공경에서부터 시작되었

으며, 그 지역의 주교나 총대주교가 이를 승인하였습니다. 그러한 성인 공경

은 차츰 이웃 교회로 전파되고, 무혈 순교자라 일컫는 증거자(confessor)들

도 공경하게 되어, 보편 교회에서 공경하는 성인들이 매우 많아지게 되었습니

다.

 

그러나 신자들의 분별 없는 열심과 일부 주교들의 부주의로 성인 공경이 남용

되어, 11세기 말부터 교황들은 주교들의 시복 시성 권한을 제한하려고 하였으

며, 1634년에 이르러서는 우르바노 7세가 모든 시복 시성 권한을 사도좌에 유

보시켰습니다. 그래도 성인들의 축일이 넘치게 되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서는 "성인들의 축일은 구원의 신비 자체를 기억하는 축일보다 앞서지 않도

록 하고, 이 가운데 많은 축일은 어떤 개별 교회나 국가나 수도 가족들만 거

행하도록 남겨 두고, 참으로 보편적인 중요성을 지닌 성인들을 기념하는 축일

들만 보편 교회로 확대되어야 한다."(전례 헌장, 111항)라고 결정하였습니다.

 

그래서 보편 교회 전례력에서 많은 성인들의 이름이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러

나 아직도 많은 신자들은 어디 출신인지도 모를 성인들의 축일이 언제냐고,

또 성인들이 전부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세례명을 우리 성인들

의 이름에 따라, 예컨대 대건, 하상, 효주, 영희로 지으면 전혀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103위 순교 성인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 초창기부터 신

유 박해에 이르는 순교자들의 시복 시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순교자

를 비롯하여 여러 성인들을 공경하는 신심이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례 때

에 성인들의 이름으로 세례명을 지어 평생 그 성인의 덕행을 본받고자 하는

우리들의 신심은 매우 바람직한 것입니다.

 

우리가 전에 ’본명’(本名)이라고 하였던 세례명과 관련하여 교회법 제855조에

는, "부모와 대부모 및 본당 사목구 주임은 그리스도교적 감정에 어울리지 아

니하는 이름을 붙이지 아니하도록 보살펴야 한다."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다

른 종교인들이 존경하는 위인들의 이름, 이를테면 고타마나 싯다르타, 공자

또는 노자 같은 이름은 그리스도교 정서에 맞지 않을 것입니다. 어릴 때 만

난 한 외국 신부님의 이름이 아르키메데스여서 유레카를 외쳤다는 그리스 과

학자도 성인인가 하고 이상하게 여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서양 신자들이라고 모두 성인 이름을 따르는 것이 아니므로, 교회법이 위와

같이 규정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양의 변방에 사는 우리들의 세례명은 거

의 다 서양 성인들의 이름이어서 그리스도교 정서에 맞지 않을 일은 없지만,

그 발음이나 표기가 우리 ’입’에 잘 맞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공의회 이전

까지는 대개 서양 말을 음역하여 적은 한자를 중국어 발음이 아닌 우리말로

읽어, 원음과 동떨어지게 된 이름들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방지거, 분

도, 안당 등이 그렇습니다.

 

공의회가 끝난 뒤 1967년에 당시 가톨릭공용어심의위원회는 새 전례력(축일

표)을 만들며, 이 성인들의 이름을 원음에 가깝게 프란치스꼬, 베네딕또, 안

또니오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1986년 1월 7일에 ’외래어 표기법’(문교부

고시 제85-11호)이 제정되고, [미사 통상문]과 [가톨릭 기도서] 등을 개정할

필요가 제기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히포의 주교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이름이 아우구스띠노, 아우구스티누스, 아오스딩, 아우구스틴, 오거스틴, 오귀스땡

등 여러 가지로 표기되는 혼란을 막자는 것입니다.

 

학자들의 저술에서야 같은 책에서 동일 인물의 이름 표기가 서너 가지로 나온

다 하더라도 알아들을 사람은 다 알아듣겠지만, 그 성인을 주보 성인으로 공

경하는 신자 개인은 물론 세례 대장 등 많은 문서를 정리하여야 하는 일선 본

당에서 그러한 표기의 혼란을 없애 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강 대 인(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행정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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