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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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그분이 제게 윙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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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0-10-04 ㅣ No.14312

중학교 2학년이 끝나고 3학년으로 올라가는 그 긴 겨울방학때 지금의 명동 가톨릭 회관 자리가 전에는 명동 성모 병원이었지요.

 

그곳에서 정확히 기억은 못해도 약 보름간 입원한 적이 있었답니다.

 

부모님께서야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셨겠지만 저에게 있어선 제가 살아온 나날중 가장 소중했던 한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한참 사춘기라는 격랑의 파도속으로 뛰어들 나이이고 제 가치관이나 철학관의 기초가 세워지던 정말이지 생각해보면 숨조차 죽여야할 긴장되는 시간이었지요.

 

전 지금도 제가 아직은 철이 들든 녀석이라 생각됩니다만 당시만해도 아직 어린애에 불과 했지요.

 

가톨릭 집안에 태어나 내게 의사조차 묻지도 않으시고 저를 그분의 자녀로 만들어주셨고 했지만 뭐 신앙심이란게 특별했겠습니까?

 

주일날 미사를 드리려 가는것도 친구 만나는 재미요, 또 아버님께서 주시는 봉헌금을 삥땅쳐서 맛난것 사먹는 재미로 성당에 다니곤 했지요.

 

하나 둘! 하나 둘! 하며 "여러분 이세상에서 제일 위대하시고 사랑하시는분이 누구죠?"라고 주일학교 선생님께서 혹 질문이라도 하시면 그렇게 대답해야만 정답이란걸 알고 큰 목소리로 "예수님이요!"하던 시절이었지요.

 

뭐 알고 답했겠습니까?  그렇게 해야 "아이 착해라."하는 소리 들으니까 했을 뿐이지요.

 

학교 친구들중에 불교 신자와 혹간 언쟁이라도 하는날엔 예수님이 대장이다. 부처님이 대장이다. 하며 싸우기나 하고요.

 

그러던 제가 그 시절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처음으로 신앙이라는것을 느껴봤죠.

 

아니 표현이 다소 서툴진 몰라도 이제 왜? 그분을 사랑하여야 할때인가를 느꼈다고 해야하나?

 

처음엔 그저 어린마음에 병원이라는 곳에서 주사기며 각종 위협적인 도구들을 보고 겁을 집어먹어 "예수님! 저 좀 살려주세요."하는 심정으로 그 감정은 시작되었다고 보는것이 옳은것 같군요.

 

병실엔 지금까지도 잊지못하는 사람들이 옆침대에 같이 누워있었지요.

 

제게 리빙스턴의 [조나단]을 소개하며 꼭 꿈을 갖고 살게나. 하고 당시에 마음속 깊이 각인을 해준 환자분이 생각나요.

 

나중에 퇴원을해서 허리우드 극장에서 그 영화를 상영 했지요. 도저히 이해못하는 그 영화를 어린나이에 보며 참 잘잤어요.

 

또 제 침대 바로 옆에있던 환자분은 뇌수술을 받은 분이었는데 아직 말도 눈도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식사도 목에 호스를 끼워 겨우겨우 하던 분이었죠.

 

식사시간때면 그 호스에서 "그르륵~ 가르륵~"소리가 요란하게나서 옆에서 밥먹다 눈치못채게 몇번이나 헛구역질을 하곤 했죠.

 

그래도 퇴원하는날 정들었던 분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서운했어요.

 

그러다 그분에게 "안녕히 계시고요. 빨리 완쾌하세요."하자 뒤틀리는 몸으로 제손을 잡으시며 "어버버 어버~"하는데 그 순간 참았던 섭섭함이 왈칵 치올르며 눈물을 쏟을뻔했지요.

 

뭔소린지는 못알아 들었지만 전 그말이 무슨말인지 해석할 수 있었답니다.

 

어찌나 눈물이 날려던지 창피함에 입술을 꼭 깨물고는 돌아섰지요.

 

제가 누워있던 창가에는 명동성당의 첨탑이 보이는곳이었어요.

 

그곳에서 어쩌면 처음으로 주님께 진심으로 많은 기도를 드렸던것 같아요.

 

겨울날 속옷도 안입히고 얇은 파자마 차림으로 누워있다가 평일 저녁미사를 드리려 교우분들이 명동성당으로 올라가는것을 보고는 왜 그렇게 미사를 드리고 싶은지...

 

간호사 누나들 몰래 비상구로 도망나와 그 추운겨울날 달랑 얇은 파자마 차림으로 명동성당 뒤쪽에 앉아 미사도 드렸어요.

 

그런걸 기적이라고 하나요?  저는 당시에 찬기운 쐬면 절대 안되는 환자였기에 아마도 제 담당의사가 알면 경을 칠 일이었지요.

 

헌데 춥지가 않았어요. 전혀요. 그냥 미사를 꼭 드려야 한다는 간절한 정신력이 앞섰던지 정말이지 닭살한번 안돋고 추위를 몰랐어요.

 

그러다 수녀님 한분이 그런 옷차림의 환자 어린이가 혼자서 앉아 미사를 드리는것을 보곤 깜짝놀라 저를 내 쫒았죠. 아니 내쫒았단 표현이 아니라 걱정이 되어서 저를 다시 병원으로 인도하셨지요.

 

제 평생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드린 유일한 미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건강한 몸으로 퇴원을하여 그렇게 저렇게 지내게 되었답니다.

 

주님의 보답이랄까요? 어느날 제방 한구석에 그냥 심심하게 뉘어져있는 작은책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바로 로사리오 묵주 기도의 책이었습니다.

 

무심코 들척이다보니 묵주기도를 통해 얻는 은사, 마리아께서 직접 우리에게 약속하신 몇가지가 적혀져 있는것을 보는순간 제 눈에 크게 들어오는것이 있더군요.

 

묵주기도를 바치는 자에겐 그 어떤 소원도 들어주신다는... 순간 전 꼭 뭐에 홀린듯 그날서부터 묵주를 항상 소지하고 다녔고 하루도 빠짐없이 54일 기도를 드렸지요.

 

54일 기도가 끝나면 다시 또 다시 또... 이렇게 일년이란 세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드렸습니다.

 

학교에서 숙제내준 영어단어 하난 건너 뛸 지언정 묵주만큼은 놓질 않았던겁니다.

 

허나 당시엔 약속이 안 지켜지더라구요.  뭐든지 다 들어주신다더니 말입니다.

 

그래도 일년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드린 기도이건만...그래도 섭섭친 않았습니다.

 

언젠간...이라는 요행(?)을 바라면서요.

 

요즘은 많은 타락을 했는지 묵주를 접해본지가 꽤 되었어요.

 

지금도 누군가가 힘들어할때면 묵주기도를 권한답니다.

 

저역시 특별나게 영험을 맛보진 않았지만 제일 좋은 기도 같아서요.

 

그렇지만 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주욱 느끼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답니다.

 

그분께 매일매일 바친 장미꽃다발을 받으신 어머니께서도 여자이신지라 제가 매일 드린 꽃송이에 넘어오신거죠.

 

요즘 TV선전에도 한번 더 날려줘!라는 대사가 있죠?

 

그분이 제 구애에 넘어 오신거죠. 항상 제 주위엔 어머니가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 모르게 느낀답니다.

 

이건 괜히 드리는 소리가 아닙니다.

 

내가 힘들고 지치고 방황할때 언제나 그분이 제곁에 함께 해주셨고 같이 마음 아파 하셨던것만큼은 뭐라 표현못하게 느끼고 있답니다.

 

영화 [식스 센스] 보셨어요?  거기 어린 주인공이 느끼고 있는 그 무엇처럼 말입니다.

 

그렇다고 혹시나 저를 맛이간 무당 취급하진 말아주십시요.

 

내가 그때 한번더 그랬더라면 정말 폐인이 되었을텐데... 하는 방황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기적같이 그 한번더를 안했던 겁니다.

 

4년간 냉담한적도 있었지요.  아니! 솔직히 말씀드려 말이 좋아 냉담이죠. 그냥 저주에 가까웠어요.

 

다시는 제가 그분의 품으로 돌아올 기미조차 보이질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보세요. 지금 이렇게 다시 돌아와서 이곳 굿뉴스 게시판에도 글을 올리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도 항상 어머니께서 제 곁에서 저의 꼬임에 넘어오시어 저를 사랑하고 계시단 증거이지요.

 

저처럼 든든한 빽 가지고 계신분들 있으세요?  그래서 전 현실이 비록 아닐지라도 저자신은 한없이 행복하답니다.

 

묵주의기도54일을 바친자는 연옥에 빠지더라도 구제해주신다고 했습니다.

 

제가 이세상을 살며 죄를 지어도 꼭 연옥에 빠질만큼만 지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그래야 본전은 뽑을것 아니겠습니까?

 

로사리오 성월주간입니다.  요즘 제자신도 못하고 있으니 해라마라 강요는 않겠습니다만 지금 제글을 읽으신분들은 한번 속는셈치고 성모마리아님 한번 유혹해볼 생각 없으십니까?

 

그분 의외로 꼬임에 잘 넘어오시더군요.

 

전 항상 그분이 제곁에서 저에게 윙크하고 계시다는것을 정말 느낀답니다.

 

사랑받는다는것- 그것도 이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성스런 여인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 피터팬 안부러우십니까?

 

제 연인을 여러분들에게 소개드립니다.

 

성스런 로사리오 성월기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찬미예수!

 

 참고로 전 가톨릭 성가 중에 성모성월을 제일 좋아한답니다.

 

"♬성모성월이여! 제일 좋은시절 사랑하올 어머니 찬미할지어다♪~~ ~~~"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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