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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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불경스러워도 봐 주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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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직 [juila12kr] 쪽지 캡슐

2000-10-08 ㅣ No.14419

 지금은 분당했지만 분당 이전 저의 모본당의 성체조배실은 24시간 기도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신부님께서 항상 성체조배실을 많이 이용하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지만 사실 저는 귓전으로 흘려버리고 이용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답니다.

 그곳은 정말 신심이 깊은 사람만이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곳이지 저같이 반쯤만 신앙인인 체 하는 날라리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좀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10분 이상 가만히 묵상하고 있으면 온 몸에 쥐가 나거나 아님 그대로 잠들어 버리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한밤중에 저는 같은 방을 쓰는 사람이랑 한바탕 전쟁을 하게 되었답니다. 원인은 늦은 밤이니 TV 볼륨을 조금 낮춰라, 안된다 하는 지극히 사소하고 유치한 것이었지만 그 뒤엔 서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급기야는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고.....

 도저히 수준이 안맞아서 못살겠다고 가출을 선언하고 용감하게 집을 나왔지만 그 시간에 막상 제가 갈 데가 어디 있겠습니까?

 친구집? 언니집?  이리 저리 머리를 굴리던 중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 성체조배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는 아주 적절한 성서 구절까지 떠오르면서 말입니다. 그래, 나는 역시 대단한 빽이 있어.

 그 늦은 시간에도 성체조배실에는 몇 분의 자매님들이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예수님, 전 이런 일로 밖에는 당신을 찿아뵙지 않는군요. 그래도 제 말씀 좀 들어주세요."

저는 미주알 고주알 상대방의 죄(?)를 모두 예수님께 일러 바쳤답니다. 물론 저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는 걸 강조하면서 말입니다. 한참을 일러바치다 보니 너무도 제 속이 들여다 보이는 것같아 겸연쩍기도 하고 좀 우습기도 하더군요.

 어쨋거나 그날 저는 너무나 멋진 피난처를 찿았고 예수님 앞에서 잘 잤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조그마한 일만 생겨도 예수님께 이르러 간답니다. 저한테 섭섭하게 하는 모든 사람들의 고자질쟁이가 되어서.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제 잘못도 조금(?) 있다는 걸 말씀드리기 시작했지요.

 예수님! 이렇게 불경스럽게 성체조배실을 애용(?)해도 용서해 주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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