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자유게시판

늘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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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 [everycan] 쪽지 캡슐

2002-07-13 ㅣ No.36088

가끔은 사제가 직업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곳에 사제에 관한 글이 올라오면, (그 글이 사제의 덕행을 칭송하는 글이 아닐 경우) 어떤 글이라 할지라도 말들이 많습니다.

 

이 것 역시 경우를 들어볼까요.

1. 작성자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사제의 이름도 밝히지 않은 경우

일단 개신교 신자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습니다.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과 더불어 실명을 밝히라, 증거가 있냐, 심지어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나옵니다. ’가톨릭 죽이기’의 주범으로 간주됩니다.

 

2. 작성자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사제의 이름은 밝히지 않은 경우

뜬소문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본인의 신앙에나 힘쓰고 그 시간 있으면 기도, 피정, 묵상하라는 일장훈계를 듣게 됩니다. 하느님을 보고 성당 다니지 사람을 보고 성당 다니냐는 말까지 함께 듣게 됩니다.

 

3. 작성자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사제의 이름을 밝힌 경우

무죄한 한 사제를 모함하려는 악랄한 자로 매도되며 사제가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아냐, 사제가 되기 위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냐는 말로 비난받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게시판을 떠나라, 그렇게 못마땅하면 개종하라는 말까지 듣게 됩니다.

 

4. 작성자가 자신의 이름과 사제의 이름을 모두 밝히는 경우

분명 정의로운 사제에 의해 본당에서 설 곳을 잃게 돼서 원한을 가지게 된 정신 나간 신자로 취급당하게 되며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도 신자로서의 기본을 지키라는 요구를 받게 됩니다. 자유게시판에서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히게 됩니다.

 

 

물론 모든 사제가 모두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신부님들... 사목 일선 현장에서 갖은 애를 쓰시며 신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살고 계시죠.

그런가 하면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톨릭에 빛이 되시는 훌륭한 신부님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일부(극소수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신부님들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사제에 대해서는 좋은 말만 해야 하는 건가요?

게시판을 보면 완고한 태도로 사제를 감싸고 허물을 덮어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심지어 신앙에 관련된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면 입을 닫아라..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이 곳 아니면 어디에 가서 그릇된 신부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개신교 사이트에 가서 할까요? 아니면 불교 사이트에 가서 할까요?

혹시 그런 글들을 읽고 이런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하도 답답한 나머지 그래도 믿는 사람들한테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곳을 찾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말입니다.

 

제 경험으로도 교회에 관한 나쁜 이야기들을 비신자인 친구들에게 못 합니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그런 이야기는 아예 입도 뻥긋하지 못할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아마 사제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올리시는 분들은 이런 반응을 기대하셨을 겁니다.

형제님(혹은 자매님). 마음 고생이 적잖이 많으셨겠군요. 형제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신부님 역시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신부님께 성직에 대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참으로 훌륭한 사제가 되시기를 함께 기도하고 또한 그 방법을 찾아 봅시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또 이런 글입니까? 대체 당신은 뭐 하는 사람입니까? 아무렴 신부가 낫지, 신자가 낫겠습니까? 신부 험담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신자 못 봤습니다. 입 다물고 계십시오. 이런 비난이 올라오든지...

아니면...

말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오히려 당신이 불쌍하오. 내 당신의 영혼의 회개를 위해 기도해드리리다... 라며 적선하듯 그 사람의 인격을 뭉개버리는 말이나..  

대충 이렇지 않습니까??

 

제가 앞선 글에서 사제와 의사를 비교한 것이 무척 못마땅하신가 본데...

그 동안의 여러 글들을 읽고 제가 경험한 일들이 생각이 나서 올려본 겁니다.

 

제가 아는 여성신자가 수도원에 들어갈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성소모임에도 다니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친분관계가 있는 어떤 신부님께 그 이야기를 했답니다.

그랬더니 그 신부님이 대뜸 하시는 말씀...

야! 너처럼 예쁜 애가 왜 수녀가 되냐? 네가 남자라면 신학교 가라고 적극 추천하겠지만... 관둬... 관둬...

 

정말 기가 막힌 이야기 아닙니까?

수녀님들은 하나같이 예쁘지 않으신 분들이시란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말씀하신 신부님은 추남이라서 신학교 가셨습니까?

 

그리고 또 다른 어떤 신부님께서는 사석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강론이랑 판공만 없으면 이 직업도 할 만해... 하하하..

IMF가 되니 신부만큼 편한 직업이 없어.

 

물론 농담으로 하신 말씀일 거라고 이해를 해봅니다만...

옛말에 오이밭에 가면 신발끈을 고쳐묶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만큼 언행에 각별히 신경을 쓰셔야 할 분들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그 진의를 의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예전에 어느 자리에서 평소에 잘 알던 신부님께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신부님. 저는 신부님들보다 잘 사는 게 인생의 목표입니다.

그러자 그 신부님께서 황급히 손을 저으시며 말씀하시더군요.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목표가 너무 낮네. 신부라고 다 잘 사는 거 아냐. 난 오히려 신자들이 존경스러워. 영성적으로 봐도 신부보다 훌륭한 신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또 다른 어떤 신부님은 그러시더군요.

난 내가 신부가 안 됐으면 주일미사나 제대로 드릴 수 있을까 의심스러워. 나야 미사가 일이니까 하는 거지... 나이 드신 신자분들 매일 미사드리시는 것 보면 존경스럽다니까...

 

이런 말을 빌미로 신부님들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평신도와 사제는 다를 게 없다... 라고 우쭐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사제들을 사랑하는 만큼, 같은 신자들을 사랑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이켜 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워낙 사제에 대한 존경심이 유례없이 두터운 우리 신자들이니만큼...

사제의 허물을 무조건 감싸고, ’그래도 신부님인데..’라는 생각은 조금 지워도 가톨릭에는 전혀 누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일부 그릇된 신부님의 생활을 교정한다고 해서 사제에 대한 일반적인 존경심이 무너지지는 않을테니까요.

아니, 오히려 더 견고해지지 않겠습니까?

 

 

P.S.

역시 사제에 관한 말을 하는 게 아니었나 봅니다.

하지만 어느 분의 충고대로 밑의 글은 삭제하지 않으렵니다.

사제를 직업으로 봐서가 아니라...

사제를 직업으로 보게 하는 사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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