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자유게시판

[37102]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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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2-08-09 ㅣ No.37108

 [37102] 형제님께서 퍼오셨다는 글을 읽고 아주 흐뭇하기도 하고 감동적이어서 자연스럽게 저도 몇 자 적게 되는군요.

 

전 그 글을 읽다보니 저 어렸을때...그러니까 초등부 주일학교때 저의 주임 신부님이셨던 김충수 보니파시오 신부님 생각이 납니다.

 

얼마전 그 신부님 홈페이지를 들어갔을때 벌써 앞이마가 훤히 벗겨지신 모습을 보고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느낄수 있었지요.(굿뉴스 초기화면 우측 상단에 GO라고 씌여진 곳에 "김충수"를 쓰시고 엔터키를 치시면 홈페이지에 들어갈수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첫 본당 사목을 맡으신곳이 서울의 가좌동 성당이었고 전 그곳에서 초등부 시절을 보내고 있었지요.

 

당시엔 파격적일수도 있다는 신세대 신부님이셨습니다.(교황님 방한 하셨을때 여의도에서 사회를 보셨던 그 신부님.)

 

기타를 비롯한 악기 다루는것을 좋아하셨고 오토바이를 좋아하셨던 신부님...그래서 신학교시절 그런 튀는 행동덕에 퇴학도 당할뻔 했었고(그때는 그랬었대요.) 가좌동 성당으로 첫 부임 하실때 오시는 길에 오토바이를 폼나게 타고 오시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성당보다도 먼저 간곳이 병원이셨고 그래서 부임이 다소 늦어졌던 그런 신부님이셨지요.

 

어린 우리들 앞에선 항상 재미나셨고 우리들이 신부님께 인사를 할때는 두손가락으로 경례를 붙이게 하셨지요.

 

초등부 미사가 끝나면 항상 기타를 둘러메고 나오셔서는 신나는 성가를 부르게 하셨던 기억도 납니다.(신부님 홈페이지에 가니 그때 그 사진이 있더군요.)

 

항상 스스로 미남이라며 왕자병도 계신 신부님이셨지만 정말 당시에 흑백TV에서 방영하던 외화드라마 [타잔]의 주인공과 비슷하게 생기셔서 타잔 신부님으로도 불리셨던 분이십니다.

 

한마디로 어린이들에겐 인기짱! 이셨던 신부님이셨지요.

 

그런데 그 신부님께서 저를 비롯한 당시 저와 같은 성당에 다녔던 친구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그런 귀중한것을 지금까지 잊을수 없도록 가르친 것이 한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성체에 대한 교육이셨습니다.

 

다른것들에는 그렇게 관대하시고 재미나신 그런 신부님께서 이상하리만치 성체에 대해선 엄격하시고 무서웠습니다.

 

한마디로 두얼굴의 사나이셨지요.

 

가령, 어린이 미사때 영성체 시간때 떠든다든가 하면 그 떠든 아이를 불러 일으켜 세우신후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을 내셨습니다.

 

원체 화 내시는 모습을 구경할수 없었던 우리들에겐 상당히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실례로 성체를 영하실때 일이었습니다.

 

그때는 성체를 영할땐 혀를 내밀었던 시절이었지요.

 

그러면 복사들이 쟁반받침을 성체를 영하는 분 턱밑에 갖다 대지요.

 

혹간, 성체가 전해지는 과정에서 떨어질수 있기에 취하는 행동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런 사고가 났습니다.

 

혀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신부님께서 성체를 떨어뜨렸지요.

 

그런데 밑에서 쟁반을 받쳐야 할 복사가 그만 아차! 하고 받지를 못하였습니다.

 

당연히 성체는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우리 상식에는 그럼 그냥 줏으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신부님께서는 짧고 아주 엄숙한 목소리...아니 무서우리만치 모든 사람들 동작을 멈추게 하셨습니다.

 

어린 우리들은 덩달아 놀랄수 밖에 없었고 다음 신부님의 행동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얼이 빠지신분 마냥 한동안 가만히 계시더니 아주 조심스럽게 성호를 그으신후 그 성체를 줏어드시곤 한참을 눈을감고 기도를 하셨습니다.

 

우리야 뭐 궂이 그러실 필요까지야...라고 여길수 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교육이란게 참 무섭긴 무서운가 봅니다.

 

그렇게 성체에 대해선 엄격하시고 무서우리만치 우리들을 가르치셨기에 성인이 된 지금도 전 성체를 영할땐 어렸을때의 그 교육이 있어서인지 좀 각별해 집니다.

 

우선, 그 분의 가르침대로 손으로 받아 성체를 영할때 혹간 손바닥에 그 성체의 미세한 가루가 손바닥에 떨어져 있을새라 시선을 집중해서 이미 성체를 떠난 손바닥이지만 한참을 살핍니다.

 

그러면 느낌이 그런지 꼭 가루 비슷한게 보입니다.

 

물론, 정말 성체의 가루일수도 있겠고 아니면 그냥 대수롭지 않은 다른 먼지일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전 꼭 혀로 제 손바닥을 핥습니다.

 

이것도 그 신부님께서 당시에 성체 영하는 법이 혀에서 손으로 바뀔때 귀가 아프도록 교육을 시켰던 탓일겁니다.

 

분명히 기억합니다.

 

"가루가 묻어있을 수 있으니까 꼭 주의해서 혹간 가루가 보이거든 혀로 깨끗이 핥아라! 그 가루도 예수님의 몸이다."하는 교육이 지금도 눈에...아니 귀에 쟁쟁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전 지금도 아주 개인적인 일이지만 성체를 영하러 갈땐 일부러라도 신부님이 주시는 줄에 섭니다.

 

평신도가 주는 줄에는 될수 있으면 안설려고 합니다.

 

그런데 만일 그것이 여의치 않을땐 수녀님이 주시는 줄에 섭니다.

 

그것은 신부님이 그러라고 시킨것은 아니지만 제 개인적으로 그러고 싶어서 입니다.

 

이상하게 평신도가 "그리스도의 몸"하고 주면 왠지 모르게 낯설어져서 좀 기피하는 편입니다.(이점은 제 방법이 꼭 옳은 방법이란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 느끼는 점은 어린학생들에게 가르친 교육이 아니, 아니...가르친 교육이 아니라 보여준 교육이 참 무서운가 봅니다.(교육은 가르치는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래요.)

 

퍼온 글에는 초등부 교사들이 그 신부님의 행동을 이해할수 없었다고 하는 대목이 있던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저로서는 조금 유감입니다.

 

초등부 교사라면 바로 이런점을 가벼이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각설하고...하지만 그렇다고 성체를 두고 농담을 안했던건 아니었습니다.

 

전에 청년 성가대를 하고 있을때 보좌 신부님이 그만 깜빡하시고 2층 성가대석에 있는 저희들에게 성체를 주지 않고 넘어간적이 있었습니다.

 

저희들은 어? 어? 하면서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숙연한 분위기를 깨기가 머쓱해서 그냥 넘어간적이 있었지요.

 

미사가 끝난후 신부님께서 아차! 하셨는지 저희들 회합도중 들어오셔서는 사과를 하셨습니다.

 

그때, 제가 신부님께 던진 한마디...

 

"신부님! 배고파요!...다음주엔 저 두개 주셔야 되요."

 

모두들 파하하하! 하고 웃음 바다가 되었지만 글쎄요? 성체를 가벼이 여겨서 한낱 밀가루떡으로 희화화 시키긴 하였지만 제 진심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오늘 이경복 형제님이 퍼오신 글을 읽으며 갑자기 어렸을적 그 비스무레한 일이 기억이 나서 이렇게 몇 자 적어봤습니다.

 

아! 그리고 그 퍼온글속의 보좌신부님의 행동은 너무나 당연하고 아름다운 사제의 진정한 모습이었다고 나름대로 판단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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