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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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은 끝나고 정답은 나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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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2-11-07 ㅣ No.43043

 어제는 수학 능력 시험이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인생에 있어서 새로운 전환점을 이루는 시험을 보았습니다.  물론 수험생 못지않게 많은 부모님, 가족들, 주변의 친지들이 함께 걱정하고 기도하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전에 있던 성당에서는 수험생이 한명 있었고, 그 한명이 대학에 합격했기 때문에 전원 합격하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이번 시험을 통해서 많은 수험생들이 유감없이 자신들의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텔레비전 하단에 자막으로 시험문제의 정답이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시험을 본 학생들이 저 답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시험은 끝이 났고, 그 시험 문제에 대한 정답은 발표가 되었고, 어째든 속은 후련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상사를 보면 시험문제처럼 답을 즉시 알 수 없는 문제들도 많고, 그 문제들 때문에 때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서로를 향해 돌이킬 수 없는 말을 하고, 더 나아가서는 싸움까지 이르는 모습을 봅니다.

 

 정답을 알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이익 때문에 굳이 정답을 외면하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의 정답이 무엇인지는 잊어버리고 이 가을에 무수히 떨어지는 낙엽처럼 그렇게 서로에 대한 신뢰와 타협과 화해가 떨어지는 것도 봅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만 보고 시비를 가리려는 사람들 때문에 문제의 정답이 더욱 흐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자는 소요유편에서 “뱁새가 깊은 숲 속에다 둥지를 튼다한들 나뭇가지 하나면 족하고 두더지가 강물을 마신다고 한들 그 작은 배를 채우는 데 불과하다.  새들이 제 아무리 욕심을 내어 넓은 둥지를 만든다 하더라도 작은 나뭇가지 하나면 족하다.  인간들의 욕망은 끝이 없어 자그마한 둥지를 하나 짓는다 해도 온 숲의 모든 나뭇가지를 차지해야만 직성이 풀린 듯 욕심을 낸다.

 

 목이 마른 두더지가 강물을 보고 허겁지겁 달려들어도 한 모금의 물로 제 배를 채우면 미련 없이 돌아선다.  그러나 인간들은 한 모금의 강물에 만족하지 못하고 모든 강물을 마실 듯 달려든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은 “소유함은 바닷물을 마시는 것 같아 마시면 마실수록 더 목이 말라 끝내는 탈이 나는 법인데도 인간들은 이를 모르고 계속 짠물을 마시려 든다.”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莊子 어르신의 말씀이 풀리지 않는 문제의 답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빈 배"

 

한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그의 배와 부딪치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이니까.  

 

 그러나 그 배 안에 사람이 있다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 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번 불교계의 어른들이 이야기 했던 말이 오늘 더욱 기억납니다.

"원망을 원망으로 갚으면 원망은 해결되지 않는다. 오직 참음으로써 원망은 해결되나니 이 가르침은 영원한 진리이다. 시비(是非)란 본시 그른 것만 취한다면 해결되지 않으며, 옳고 그른 것을 동시에 놓아버려야 끝이 난다?

 

 주님!

저의 능력과 저의 지력과 저의 욕심으로 문제를 바라보지 않도록 이끌어 주소서. 주님의 크신 사랑과 주님 십자가의 그 마음으로 저에게 주어진 그 문제를 바라보도록 이끌어 주소서.

그래서 제 마음을 빈 배로 만들어 삶의 길에서 만나는 문제들을 풀어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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