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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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빵 50년 (옛날생각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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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식 [wds9026] 쪽지 캡슐

2014-05-28 ㅣ No.82112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크림빵 50년


‘삼립크림빵’을 드셔보셨습니까? 모르긴 해도 아마 드셔보셨을 것 입니다. 왜냐하면 지난 반세기 동안 늘 우리 곁에서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받고 있는 '국민빵'이기 때문입니다.


저 어렸을 적에 골목 ‘가게’에서 10원 주고 사먹던 이 빵이 처음 세상에 나와서 발매되기 시작한지가 1964년도로서 금년으로 50년이 된다고 하는군요. 50년이라니- 그렇다면 지금 제 나이가 쉰아홉이니... 저 멀리 오래 전 아홉 살 즈음에 처음 나온 것이 됩니다. 50년 전이라면 제가 초등학교 3~4학년 때이니 허허 참.

삼립크림빵이 처음 발매 될 때에 매겨진 개당 가격이 얼마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오직 10원을 주고 한 동안 사먹은 기억 밖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요즈음에도 가끔 아내와 함께 마트 같은 곳에 가면 옛 생각이 나서 한두 개 카트에 담아 넣기는 합니다만, 가격이 천원인가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벌써 50년전... 10원을 주고 산 크림빵의 비닐 봉투를 벗겨내면 거기에는 짙은 황갈색 표피에 비스킷이나 건빵의 그것처럼 작은 구멍(?)이 여러 개 찍혀 있는 크고 둥그런 빵이 나왔습니다. 꿀꺽 침을 삼키고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처음 이빨에 와 닿는 폭신 하는 부드러운 느낌과 바로 이어서 하얀 색 크림의 달콤한 맛이 혀에 전해오고 곧이어 입안 전체에 그 빵과 크림의 향기가 가득히 퍼지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저의 기억으로는, 삼립크림빵 이전에는 그렇듯 전국 판매 규모로 상표가 있는 비닐봉지에 각각 따로 담겨져서 판매가 되던 빵은 ‘신앙촌 카스테라’를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 진 것인지는 몰라도 학교 앞 문방구와 상점 에 커다란 나무 상자에 수십 개씩 가득 담겨서 진열되어 있던 것을 2-3원씩 주고 사 먹던 기억이 있습니다. 주로 지금의 고로케라고 하는 것들과 비슷한 모양들로서 속에는 팥앙금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지금도 그 모양이 같은 고전 단팥빵 등이 있었는데 그것도 비닐봉투로 낱개 포장이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 붕어빵, 국화빵 같은 즉석 빵이 그때도 있었고 예쁜 케잌이 진열되어 눈길을 끌었던 제과점에서 살 수 있는- 한 개에 30~50원씩 하던, 고급 빵들이 있었는데 진열대에 있는 것을 가리키면 나무집게로 집어 주었습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쉽게 사서 먹지는 못하고 그저 손가락만 물고 힐끔힐끔 쳐다보았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아니 이거 웬 빵이요?”

어제 점심 즈음, 우연히 김치 냉장고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삼립크림빵’ 두 개를 발견한 제가 희색을 돋우며 묻자 아내는 수퍼에 들렸을 때 (제가 좋아 하는 것을 기억하고-) 사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와 아내는 각각 크림빵을 하나씩 물고 냠냠 먹었습니다. 혈당이 약간 있어서 단것과 밀가루 음식을 삼가는 것이 좋다는 말을 늘 듣고는 있습니다만, 뭐 빵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눙치며 그냥 모른 척 크림빵의 미혹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향긋한 크림 내음이 코흘리개 어린 시절의 향기가 되어 봄날 아지랑이처럼 솔솔 피어올랐습니다.


그래... 벌써 50년이 되었구나... 나는 반백이 되었는데 네 모습은 변함이 거의 없구나. 그때 너와 함께 가게 진열대 위에 놓여 있던 네 친구들... 크라운 산도... 신앙촌 카스테라... 그리고 우리들이 ‘물총주스’라고 불렀던- 삼각형 비닐포장을 용기(用器)로 하여 단물이 탱탱하게 담겨 있던 놈도 생각이 나는구나. 바늘로 작은 구멍을 뚫어 가늘게 뿜어져 나오는 단물을 빨아 먹기도 하고 또 서로를 향해 쏘면서 물총놀이도 하였던 지난 날 속 한 여름의 장면들이 마치 어제와 같은데... 이렇듯 세월이 지나가고 보니 그러한 불량식품 친구들도 그립기만 하구나...


그래 이제는 그 모든 친구들은 떠나가 버리고 너만 남아 있구나... 10원 하던 몸값이 백배로 올라서 천원이 되었기는 하지만 아직도 옛날 맛을 잃지 않고 있어서 먹을 때마다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여 주니 고맙다... 삼립크림빵아, 어디 딴 데 가봐야 고생만 하게 된다. 그냥 늘 내 곁에, 어린 시절을 함께 지냈던 우리들 곁에 오래 오래 있어 다오... 

 

-산골어부님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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