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자유게시판

주임신부님 사제서품 30주년 기념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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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호 [park05] 쪽지 캡슐

2006-12-21 ㅣ No.107025

밤새 많은 눈이 하얗게 내려 소복히 쌓였다. 온갖 것을 다 감싸 안은 드넓은 가슴을 보여준다. 새벽미사 길 첫눈을 밟는, 밑으로부터 전하여 오는 그 무엇이, 내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들려온다. 기분 좋은 음(音)이다. 뽀드득! 뽀드득!...지금의 뽀드득 소리는 흰 눈만 보면 마냥 좋았을 어렸을 적, 고무신 신고 밟았을 때의 뽀드득 보다야 못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성당을 향해 올라가는 소나무계단 양옆의 많은 가지에 사뿐히 내려앉은 눈부신 하얀 천사는 하느님께서 주신 자연의 선물을 아낌없이 나에게 내어준다. 푸르름 위에 하얀 옷을 입은 주님의 천사가 반갑게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인사를 한다. 기쁨의 날이라고...오늘이 자선주일임을 알려주면서 먼저 나에게 자연을 선물해 주시니 이 얼마나 고마운가?


  마당에 예수님을 안고 서계시는 성모님께 가서 절을 드린다. 사랑하올 어머니께서도 하얀 면류관을 쓰셨다. 면류관을 쓰신 어머니께서 미소를 지으시며 어서 오라고 하신다. 어머니께서는 언제나 인자한 모습으로 자비로운 웃음을 주신다. 내가 기쁜 일이 있을 때에는 더 없이 기뻐하시고 마음이 우울할 때에는 같이 슬퍼해 주셨다.


  푸른 바탕에 하얀 옷을 입은 천사가 사랑하올 어머니의 주변을 더욱 아름답게 꾸며주었다. 이른 아침에 주님을 찾아오는 당신의 자녀들을 흐뭇하게 해주시려고 하기위해서다. 그래서 보니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어머니께서는 잔잔한 웃음을 주시면서 오늘 하루를 주님 안에서 주님과 더불어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라고 하신다.    


  주님께서 오심을 맞이하기 위한 대림초가 3개째 밝혀졌다. 오늘은 자선주일임과 동시에 기쁨의 주일이기도 하다. 장미주일(대림3주)이라고도 하며 사제는 장미색의 밝은 제의를 입고 미사를 집전하신다. 일 년에 단 한번뿐인 날이다. 교회는, 주님께서 우리의 기쁨이 되어 주셨듯이 우리에게도 가난한 사람과 소외된 사람을 찾아 주님의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쁨의 주일인 오늘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참으로 좋았다. 멜키세덱의 후손인 당신의 아들 임마누엘이 사제서품 30주년을 맞이하여 당신의 자녀로부터 축복을 받기 때문이다. 순결을 상징하는 눈부신 하얀 눈과 고귀한 장미의 날이 임마누엘을 위하여 축복해주고 단 한 번뿐인 이 날 주님대전에 30년을 모두 바치고 공동체가 하나 되어  한마음으로 축복했기 때문이다.


  신부(神父)를 왜 영혼의 아버지라 하는가? 신부는 세례로 새 생명을 주는 점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낳는 것과 같은 입장이며 영성체를 통해 태어난 자녀들을 양육하고 결혼성사를 주례하므로 자녀들을 결혼시키고 고백성사로 영혼의 병을 치료해주고 자녀들에게 마지막 병자성사를 통해 끝까지 보살펴주는 사명을 지니고 있기에 ‘아버지’라고 불린다.


  옛날, 사람들의 평균기대여명이 60세를 넘기지 못 할 그 시절에 환갑을 맞이한 사람에게는 별도로 제2의 인생을 산다고 하여 축수(祝壽)를 해주었다. ‘누군가는 그런다. 사제들은 나이도 없나봐. 아무에게나 반말이여!’ 일반인들이 환갑나이부터 제2의 인생을 살듯이 사제들은 서품을 받을 때 세속의 모든 것을 끊어버리고 사제로서의 제2의 인생을 새로이 시작한다.


  그래서 환갑을 넘긴 나이에 사제서품 햇수를 더한 나이가 사제들의 나이라고 말한다. 사제들의 우스갯소리이다. 남성총구역장의 지시아래 각 구역장과 반장들은 10시까지 나눔터에 모였다. 11시 교중미사참례가 어려운 우리들은 새벽미사와 9시 미사에 참례를 한 터이다. ‘교중미사 중 마침예식 부분 강복 전’에 축하식이 거행됐다.


  축하식이 시작될 무렵 현장을 스케치 하기위해 대성전으로 올라갔다. 사목협의회 총무가 사회를 보고 있다. ‘지금부터 주임신부님 사제서품 30주년 축하식을 거행하겠습니다.’를 시작으로 하여 vox Dei 성가대에서 특송을 준비하였다. 사제 은경축가로서 “십자가 가슴에 안고”를 부른다. 역시 성가대가 부르니 감정표현이 제대로 살아난다. 듣기에 좋았다.


  제대 앞 중앙에 앉아계신 신부님의 얼굴은 이미 홍조를 띠고 계셨다. 수단(Soutane)위에 가지런히 손을 올려놓은 채 vox Dei 성가대의 신부님을 위한 특송에 가볍게 흥분을 하신 모습이 머리를 약간 숙인 채 1시 5분이다.  귀엽고 예쁜 화동(花童)들이 한 아름 꽃을 들고 중앙 통로를 따라 신부님께로 나아간다. 화동들이 신부님의 목과 가슴에 꽃을 안겨 주었다.


  신부님께서 화동들을 가볍게 안아주시자 성당 안은 박수 소리에 떠나갈듯 하다. 그러고 보니 성당 안이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들어찼다. 1,300여명 정도 될 듯싶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신부님 사제서품 30주년을 축하해 주신다. 신부님의 부드럽고 선한 눈빛에 살짝 보석이 맺힌다. 오늘 이렇게 기쁜 날! 사랑하올 당신의 어머니께서도 얼마나 흐뭇하셨을까?


  이어서 지난 30년 동안 사제의 길을 걸어오신 신부님의 약력소개가 있었다. 신부님께서는 1976년 12월 “성모무염시태(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마리아)”대축일에 서품을 받으셨다. 사제로서의 첫 부임지가 명동 주교좌성당의 보좌신부님이셨고, 1년 임기에 따라 천호동 성당과 아현동 성당을 거쳐 1980~1982년까지 동두천 성당의 주임신부님이 되셨다.


  신부님께서는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인지 유학의 길에 오르신다. 동두천 성당의 주임신부 임기를 마치시고 4년간(1986)로마에서 유학을 하셨다. 추억으로 떠오르는 유학시절 4년이 지금에 와서 짧게 생각되어지겠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짧은 세월은 아니었으리라 생각되어진다. 소년기에 마카오로 유학을 가신 聖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로마에서 영성신학을 전공하신 신부님께서는 1986년부터 2001년까지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에 교수신부님으로 취직(?)하셨다. 배운것을 혼자 소유하지 않고, 하느님뜻에 따라 성소를 따라가는 사제지망생들에게 영성적인 도움과 철학을 주고자 함이다. 자상하신 성격에 후학들을 훌륭히 지도하셨으니 신부님을 따르는 제자 신부님들도 그래서 많으신가 보다.


  서울대교구에서는 경기도 양주시의 조그만 산자락에 그리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중견사제연수원을 지었다. 조용히 묵상과 산책을 할 수 있는 소로(小路)와 실내의 아담한 성당, 묵상 방, 금녀(禁女)의 집(?)인 개인침실, 그리고, 밖에는 각종 운동기구를 비치한 헬쓰장을 만들고 정원에는 잔디를 깔았다. 신부님께서는 이곳에서 초대 원장으로 계셨다.


  신부님께서는 2001년~2002년 9월 말까지 중견사제연수원장 초대신부님으로 계시다가 우리성당에 10월 2일 날 부임하셨다. 그리고 1986년부터 지금까지 20년 동안 한결같이 훌륭한 사제들을 교육시켜 오시느라 고생하신 신부님은 주님 은총 안에서 제자신부님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시다가 그 잔잔한 사랑을 우리 역삼본당 교우들에게 주신다.


  신부님의 약력소개가 끝나고 이어서 신자들의 정성이 담긴 영적ㆍ물적 선물을 증정할 시간이 됐다. 사목회 총회장님께서 대표로 신자들의 영적선물을 드렸다. 흔히들! 성직자와 수도자는 ‘기도를 먹고 산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 주님의 자녀들인 우리가 기도를 등한시 한다면, 주님의 자녀 되기를 포기한다고 해야 할까? 기도는 많이 해도 모자람이 없다고 본다.


                        ★영적선물★

          1. 주모경                       6670회

          2. 미사ㆍ영성체               5670회

          3. 묵주기도                   24450단

          4. 사제들을 위한 기도       6670회

          5. 화살기도                   12670회

          6. 작은 희생                    3780회


  중앙통로를 통하여 각 단체장들이 신부님께 꽃다발 증정과 물적예물을 드렸다. 신부님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꼭 수줍은 색시 같다. 얼굴은 붉은 홍조를 띠고 두 손을 감싸 안고 있다가 단체장들이 오면 악수를 하시고 고마움을 표시 하신다. 고마움을 표시할 때의 신부님의 표정은 아기와 같은 순수함을 지녔다. 사랑이 가득한 모습이다.


  계속해서 사목협의회 총회장님의 축사가 이어진다. “따뜻한 마음과 사랑으로 부드럽되 허약하지 않고, 명랑하시나 늘 침착하신 우리 신부님! 소박한 질그릇을 닮으셨습니다.” 질그릇이란 말을 듣고 보니 ‘안성맞춤’이다. 라는 말이 연결지어 생각난다. 옛날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안성주변에서 숨어살면서 질그릇을 만들어 안성 장에 내다 팔았다. 서로의 생사안부를 확인하면서이다.


  질그릇을 통하여 싸인이 이루어졌고 신앙이 널리 퍼져나갔던 그 곳! 배티재를 넘으면 바로 안성 장이요 그곳은 옹기를 굽는 곳이니 투박하면서도 소박할 수밖에...소박한 질그릇을 닮으셨다는 총회장님의 축사에 그곳은 신부님의 고향이여! 하는 소리가 밑에서부터 기어오른다. 선한 눈빛에 담긴 수줍은 미소는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신다.라고 축사를 하신다.


  모든 이로 하여금 그 결단력과 추진력을 믿고 따르게 하시며, 참되고 바른 완덕의 길로 이끌어 주시는 신부님! 우리 곁에 언제까지나 머물러 주시기를 바라며, 하느님의 뜻을 펼치는 평화의 사도가 되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시는 총회장님께서는 “당신은 진정 아름다운 하느님의 사람이며 우리는 축복받은 당신의 사람들입니다.”로 끝을 맺었다.


  사회자의 주문아래 마이크는 신부님 손에 들려졌고 이제 답사를 하실 차례다. 1300여명의 박수가 2600박자가 되어 대성전의 허공에 날아다닌다. 모두가 일치된 모습을 보였고 즐거운 표정들이다. 신부님께서는 연신 고맙다고 하신다. 분명 “주님께도 고맙다고 하시면서!” 신부님의 짧은 답사에 이어 가톨릭대학교 교수이신 강무림(프란체스코)형제님의 축가가 이어졌다.


  테너를 전공하신 교수님은 신부님을 위해서 “목련화”를 준비 하셨다. 아마도 목련화처럼 희고 순결한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면서이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처럼 순결하고 그대처럼 강인하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하리.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오. 오! 내 사랑 목련화야..교수님은 신부님을 위해 열창을 하셨다. 참으로 잘도 부르신다. 음(音 )처리가 깔끔하셨다.


  사회자의 마지막 안내방송으로 하여 축하식은 끝났다. 모두들 한 분도 빠짐없이 나눔터에 가셔서 축하행사를 보시고 떡국을 잡숫고 가시라는 안내방송이다. 구역장 반장들이 쟁반위에 담긴 떡국을 들고 바쁘게 다닌다. vox Dei성가대의 “축하합니다.”노래와 함께 케이크 커팅이 이어지고 신부님의 가족과 내외빈을 모신 가운데 총회장님의 건배 제의가 있었다.


  피아노, 바이올린, 플롯, 3중주 연주를 시작으로 어린이성가대, 부부성가대, 깐뚜스 글로리애성가대의 합창이 이어지고 여성꾸리아에서는 북한 여성들의 ‘기쁨조’로 변신하여 “반갑습네다”를 불렀다. 모두들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이제 서서히 마무리할 단계이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서 손을 잡고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합창하였다. 계속하여 부르고 또 불렀다.


  주임신부님께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마침기도와 강복을 주셨다.  오늘은 당신께서 주신 기쁜 날, “네가 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선택하였노라”고 하신 주님 말씀에 따라 우리는 순명의 정신으로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자선주일에 신부님께서는 임마누엘 영명축일 행사와 더불어 사제서품30주년 축하행사를 가졌다.

                                      † 신부님 사랑합니다.

 

임마누엘(Emmanuel) 



나는 주님 항상 사시는 집 되려고 태어났네
나의 삶을 주께 봉헌하여 드리면
주님이 원하신 내가 되리
임마누엘 임마누엘 그 이름은 임마누엘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
주님 사랑 보여주신 임마누엘
임마누엘 임마누엘 그 이름은 임마누엘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
그 이름은 임마누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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