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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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222번째 칭찬합시다 / 박문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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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규 [mugeoul] 쪽지 캡슐

2001-05-24 ㅣ No.20578

가난한 사람들의 교회 / ’칭찬합시다’의 박문수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정은영 기자 jungey234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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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까지 저는 교회를 다녔습니다. 엄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그 덕에 저희 3남매는 모태신앙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교회는 대전 변두리에 위치한 빨간 벽돌이 예쁜, 그리 크지 않은 교회였습니다.

 

엄마는 매일 쌀을 쌀통에서 퍼내어 씻기 전에 조그만 그릇으로 좀도리를 해놓았다가 주일날이면 교회에 가져 가시곤 했습니다. 그 쌀의 용도를 알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넉넉치 않은 형편에 헌금을 마음껏 하지 못했던 엄마가 부족한 헌금을 대신할 요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때 제가 다니던 교회에서는 증축을 한다고 ’건축약속헌금’이라는 것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언제까지 얼마를 헌금하겠다고 미리 준비된 양식의 종이에 적어 내고 약속한 만큼의 금액을 약속한 날짜에 헌금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헌금시간이 끝나고 여느 때처럼 ’누가 얼마의 십일조를 내고 얼마의 약속헌금을 냈다’는 보고 형식의 말이 끝나고 난 후 "누구누구가 언제 얼마의 약속헌금을 내기로 했는데 내지 않았으니 빨리 내달라"는 이야기가 덧붙여졌습니다.

 

약속을 하고도 헌금을 하지 못했던 그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울텐데 그렇게 공개적으로 그사람의 거짓됨을 증거하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교회에 다니는 것에 회의가 들기 시작한 것이 그 즈음이었습니다.

 

지난 5월 22일(2001년) MBC ’칭찬합시다’ 프로에 222번째 칭찬주인공으로 ’박문수’ 신부님이 선정되셨습니다.

 

외국인으로 1969년도에 우리나라에 와서 교수로 계시다 86년 상계동 강제 철거 싸움에 함께 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교수직을 내놓고 우리나라에 귀화해 김수환 추기경께 사제 서품도 받고 지금은 빈민촌에서 아이들공부방을 운영하며 빈민문제 해결에 앞장서시는 분이라고 합니다.

 

그 분의 이름이 ’문수’인 것은 mire(문지키는 하인)을 한자로 옮긴 것이라 합니다. 처음에는 연구를 통해 빈민층에 도움을 주려 사회학을 공부했는데 교실에서 말만 하는 것으로는 현실에서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사나이가 자기의 사명을 수행해야 하고 사나이가 그것을 안하고 편하게 살고 있으면 안되잖아요"라는 말로 교수직을 버리고 빈민운동을 하시는 연유를 말씀하십니다.

 

그 분은 "보통 교회가 화려하고 큰데 그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들려 주셨습니다.

 

"교회란 ’가르칠 교’에 ’모일 회’입니다. 어디에도 건물이라는 뜻은 없지요. 웬만한 성당을 지으려면 80억은 듭니다. 그러면 돈 있는 사람들 한테 의지할 수밖에 없지요. 이것은 가난한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어 교회가 자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교회를 화려하고 크게 하는 것보다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해야 합니다...피도 하나 땅덩어리도 하나 하늘도 하나입니다. 사람들이 대인관계와 정에서 만족을 느껴야 합니다. 부와 물질이 아니고요."

 

제가 고등학교 때 이런 분을 만났다면 저는 교회를 여전히 다니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어딜 가든지 교회건물이 가장 화려하고 큽니다. 밤에 보이는 교회의 십자가는 셀 수 없을 정도지요. 특히나 낯선 도시에 밤에 도착해 보면 빨간 십자가가 한 눈에도 열몇 개씩 보입니다. 게다가 어느 교회는 목사직도 대물림을 한다하여 물의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박문수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요즘의 종교인들이 되새겨 보아야 될 소중한 말씀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01/05/24 오전 2:44:47 ⓒ 200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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