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자유게시판

예수님의 제자들, 그리고 사제,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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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경 [kreuz] 쪽지 캡슐

2001-10-10 ㅣ No.25060

 

(박요한 형제님께서 저를 찾으시기에...^^ 나왔습니다..

 저 단풍놀이 못 갔습니다...회사일이 바빠서...)

 

1.

무식한 탓에, 예수님 제자들의 면면을 다는 모르겠고,

유명한 몇 분만 기억납니다.

 

2

베드로 성인...

다혈질에 경솔하고 허풍쟁이에다가 지키지 못할 약속도 잘 하고,

끝내는 예수님을 배신하기까지 한 엄청난 죄인이었습니다.

그런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신 예수님의 속뜻은....

이 게시판에 오시는 분들 중 몇 분들처럼

본인은 죄 하나 없이, 늘 오른손에 돌멩이 들고 다닐 것 같은 사람을 천국문에 세워놓으면

그 넓은 천국에 요셉성인과 성모마리아님과 예수님만 돌아다니시게 될 것 같아서

그러신 건 아닐까요.....^^

우리가 큰 죄를 짓고 고개 숙이고 천국 문 앞에서 어떻게 좀 안 될까 하고 있을 때,

베드로 성인께서는 히죽 웃으시며...

’그래도 예수님 모른다고 한 나보단 낫구나...들어가렴’

이렇게 말씀하시진 않을까요.

 

3

사도 요한....

명동성당 제대 뒷면 그림에는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수염도 없고 곱상하니 요즘말로 꽃미남형으로 그려져 있습니다만

성서에서 보면 상당히 ’더러운 성질’을 갖고 계신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본인이 쓰는 복음서에 스스로를 ’사랑받은 제자’라고 하신 것으로 보아

베드로에 대한 열등감도 좀 있으셨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예수님 박대한 마을에 불벼락 내려서 홀라당 숯불구이 바베큐 만들자고 하시기도 하고....

그래도 예수님 덕분에 기름에 튀김도 한 번 되어보시고...

성모님 같은 분을 어머니로 모시는 영광을 얻으시기도 하고...

그리고 만찬땐 예수님 바로 곁에 앉으시기도 하고....

(가장 맘에 드는 건...순교 안 하시고 100살 가까이 사셨다는....^^)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마침내는 그 더러운 성격에서 ’사랑의 사도’가 되신 모습이

마음에 참 와 닿습니다.

 

4.

그 외에도

의심 많은 토마 사도, 열혈당원, 세리 등등

그 당시의 성직자 계급 결성 기준으로보자면

미달도 그런 미달(미달이가 아님..^^)이 다시 없는 인물들이었습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제일 ’신부 같지 않은 인간들’을 모아놓은 모습은 아니었을까 합니다.

 

5.

하지만 그분들을 사도라 부르고 성인으로 모시는 것은

인격적 결함이나 단순히 순교했다는 사실이나, 혹은

예수님 직속제자였다는 사실을 가지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예수님에 대해 얼마나 사랑했으며, 얼마나 선포하고자 했는가 하는 점이겠지요.

베드로 성인은 우리의 기준으로 보자면 ’사제나 성인품에 오르기에는’ 어림도 없는 인물이고

다른 제자들도 다 그렇습니다.

사목이나 행정 쪽에서 전문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리옷 사람 유다가 행정 전문가, 재정관리자로서의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6.

신자들의 모습에 대한 평가 기준도 그렇지만

신부님들에 대한 평가 기준도 단 하나로 맞춰졌으면 합니다.

 

그분이 얼마나 예수님을 사랑하며, 복음을 선포하고자 하는 열의가 있는가.

 

그 이외의 삶의 모습은

그분이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 간직하고 있다면

언제건 그분 안의 성령께서 바로잡아 주실 일입니다.

인간은 할 수 없으나 하느님께서는 하실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인간의 눈에 합당하고 아름다우며

공중부양이라도 하시고 성흔이라도 입으실 것처럼 거룩해 보이는 사제라 하더라도

하느님 보시기에 그 마음 안에 주님께 대한 사랑이 없고

말은 잘 하는데 복음 선포에 대한 열의가 없다고 한다면

그분은 하느님 앞에서 진정한 사제였다 말씀하실 수 없을 것입니다.

 

7.

강론이 서투르고 엉망이며,

성가대 성가에 대해 이런 저런 말씀도 하시고,

영명축일 행사에 대해 왈가왈부하시고,

교인들을 가볍게 알며

술만 좋아하고 여자 밝히고

....

 

이런 비판의 모습 안에

그분의 주님에 대한 사랑의 강도는 어떠한지에 대한 이야기도

한번쯤은 나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8.

그리고,

사제를 비판하고, 교회 공동체를 비판하고

평신도끼리 서로의 삶의 모습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비판한다 하더라도

몇 가지만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성사는 어떤 경우에도 인간이 무효화할 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품성사 역시 마찬가지고

세례성사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또 하나,

가능하면 할 수 있는 한 다 해보시고 나서 자유게시판에 말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찾아가서 말씀드리고, 메일도 보내보고

온갖 것을 다 해보고도 전혀 먹통이고,

그 행동이 가톨릭 교회 전체에 너무나 위험한 영향을 미칠 것 같을 때

이 자유게시판에서 다른 분들의 힘을 빌려달라고 요청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바라옵건대....

그야말로 ’자유게시판’이오니

’방종게시판’으로 변할 위험을 안고 있다 하나

다른 어떤 분들에게도

이런저런 내용을 ’써라 말아라’ 하는 말씀은 서로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획일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이 아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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