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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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성월을 지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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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2-05-16 ㅣ No.33394

 많은 본당에서 5월 성모 성월을 지내며 "성모의 밤" 전례를 하고 있습니다. 성모상이 모셔진 마당에 모여 함께 기도를 하고, 시를 읽고, 성가대에서는 특송을 부르고, 촛불을 봉헌하고, 꽃을 봉헌하며 아름다운 계절 5월에 뜻깊은 신앙생활을 하게됩니다.

 

 그러면서 조국을 위해, 본당을 위해, 가난한 이웃을 위해, 우리 자신을 위해, 아직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그리고 여러 가지  지향으로 묵주기도를 함께 바치게 됩니다.

 

 지난주에 묵주기도와 관련된 작은 체험을 하나 하였습니다. 매주 금요일에는 서울에 모임이 있어서 다녀옵니다. 왕복하면 200Km 정도 되는 거리입니다. 그래도 그 모임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되기 때문에 늘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옵니다.

 

 그날도 서울을 향해서 차를 운전하며 가면서 문득 묵주기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묵주를 찾으려 잠시 차를 멈추었는데 제 앞으로 차가 한데 빠른 속도로 지나갔습니다. 만일 제가 묵주를 찾으려고 차를 잠시 멈추지 않았다면 갑자기 달려온 그 차와 부딪칠 뻔하였습니다.

 

 물론 모든 일은 그 결과를 보고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기도를 한 것도 아니고, 기도를 하려고 준비만 했는데도 위험에서 나를 구해 주셨다면, 정말 내가 진실히, 온 정성을 다해 기도한다면 나를 어둠에서, 나를 절망에서 구해 주시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많이 아는 것과 많이 기도하는 것이 꼭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이른 아침에 성당에서 기도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성당 앞을 지날 때면 잠시 들어와서 기도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우리가 흔히 바라보는 커다란 업적과 많은 능력을 지니신 분들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렇게 우리가 만나고, 우리가 이야기하고 편안하게 지내는 그런 이웃들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기도하기 힘든 사람일까 생각해봅니다.

첫째는 "하느님을 믿느니, 내 주먹을 믿겠다!"라는 식으로 말씀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나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입니다. 자신의 능력과 자신의 힘을 믿는 분들은 감사하기 힘들고 감사하지 못하는 분들, 교만한 분들은 기도하는 것 자체를 자존심 상하는 행동이라 여길지 모릅니다.

 

 두 번째는 "모든 것은 다 당연한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자명한 일을 가지고 무슨 기도인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입니다.  아침에 해가 뜨는 것도, 저녁에 달이 뜨는 것도, 금낭화에 빨간 꽃이 피는 것도, 우렁이 아주 작은 새끼를 낳는 것도, 모내기  철에 비가 이렇게 내리는 것도 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입니다. 아침 이슬에 햇살이 비춰서 아름답게 빛나는 것도, 며칠 전에 심은 꽃씨가 드디어 새싹을 드러내는 것도, 그냥 그렇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기도는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세 번째는  "나는 당연히 그런 권리가 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입니다. 부모님은 당연히 나를 먹여주고, 학교 보내주고, 학원 보내주고, 용돈도 주셔야될 의무가 있고, 나는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부모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이 생기기 어려울 것입니다.  

 

 교우들이 교회를 위해서 애쓰는 모든 희생과 봉사를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면, 사제를 위해서 드리는 그 작은 정성과 사랑이 당연히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커다란 착각이라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험한 세상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교우들이 그래도 지친 어깨를 가다듬고 교회로 발걸음을 향하는 것은 사제에게 그렇게 커다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열망 때문일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풀어주시는 모든 은총은 내가 자격이 있어서 무슨 권리가 있어서 주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셔서 선물로 베풀어주시는 것이라는 그런 생각을 가질 때,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에서 감사하는 마음이 들것이고, 그 마음은 자연스럽게 기도로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참!

책 한 권을 권하고 싶습니다.

주님이 쓰시겠답니다, 손희송 신부, 생활 성서사, 2002. 4

 

 ps. 그날 신학교에서 신부님을 만났는데 책 한 권을 주시더군요... 읽어보니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책을 우리 굿 뉴스 가족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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