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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네 독일 수녀님: "나는 안창 백씨입니다."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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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성호를 그으며)
† 찬미 예수님!
"안창마을의 빛이 된 당신을 기억합니다"2014-02-28 [11:05:06] | 수정시간: 2014-02-28 [14:17:25] | 1면 루미네 수녀가 부산 동구 범일동 안창마을에서 지낼 당시 아이들을 위한 물품을 챙겨가고 있는 모습. 부산시 제공 "안창마을의 빛이 된 당신을 기억합니다""내가 가진 자로서 베풀고 가르치고 도움을 주는 것은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그들과 하나 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내가 가난한 이들과 똑같이 가난할 때, 고통받을 때 비로소 가난한 이들을 이해할 수 있고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게 됩니다."(루미네 수녀 '대구가톨릭 사회복지대상' 수상 소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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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네 수녀가 안창마을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함께 생활하고 있는 모습들. 루미네 수녀는 이곳에서 21년간 살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의 엄마로 함께했다. 부산시 제공 |
그는 1992년부터 2평짜리 연탄아궁이 방에서 살며 판잣집 1채를 구해 동네 아이들 공부방을 운영했다. 아이들이 늘어나자 판잣집 1채를 더 구해 어린이집을 열었다. 공부방에서는 40여 명의 아이들이 자원봉사 교사들의 지도를 받으며 공부했다. 어린이집에선 세 살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12명이 루미네 수녀와 함께 먹고 자며 가족처럼 생활했다.
술주정뱅이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엄마가 가출하면서 남겨진 네 살, 여섯 살 자매마저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걸 루미네 수녀는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이렇게 1명, 2명씩 고아와 다름없는 불쌍한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살며 키우다 보니 그는 동네에서 '열두 아이의 엄마'로 불렸다.
그의 이름 루미네는 독일어로 '빛'을 뜻한다. 그래서 안창 '백(白)' 씨에 빛 '광(光)', 맑을 '숙(淑)'자를 따서 백광숙으로 이름도 바꿨다. 하지만 2008년 관련 법령 개정으로 무허가 건물에서 공부방과 그룹홈이 불가능해지자 루미네 수녀는 2009년 남태평양 마셜 군도로 선교활동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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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네 수녀가 안창마을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함께 생활하고 있는 모습들. 루미네 수녀는 이곳에서 21년간 살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의 엄마로 함께했다. 부산시 제공 |
그러나 그가 안창마을과 인연을 맺은 21년 동안 루미네 공부방과 어린이집을 거쳐간 아이들은 어엿한 성년으로 자라 수녀를 그리워했다. 안창마을 사람들도 루미네 수녀를 잊지 않았다.
안창마을 주민들은 루미네 수녀의 봉사와 희생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부산시에 루미네를 기념할 수 있는 공부방을 다시 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고, 시는 이를 받아들여 올해 6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안창마을에 번듯한 공부방과 주민 편의시설로 주차장을 마련하기로 하고 부지 매입 등에 들어갔다. 이르면 2015년부터 공부방을 다시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공부방과 함께 조각상과 기념물, 활동사진 등으로 공부방 역사와 스토리를 담은 기념공간을 만들고 개소식 때 루미네 수녀를 초청할 계획이다. 공부방을 거쳐 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과 홈커밍데이 행사 등도 계획 중이다.
강윤경·김형·전대식 기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