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자유게시판

군대에서 성당 다니던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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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서 [icando] 쪽지 캡슐

2002-06-05 ㅣ No.34703

다들 안녕하시지요!

여러 형제자매님들의 열화같은 성원에 몸둘바를 몰라하고 있는 타르치시오입니다.

저에게 메일이 무려 열한통이나 왔습니다. 열통은 스팸이었습니다.

메일보내준 원식형제님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따가 그 호프집으로 나와라.친구야....)

보잘것없는 글이지만 많이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작하기전에 부탁 말씀 하나 드리겠습니다.

글을 퍼오거나 퍼가는걸 즐겨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제 졸작들은 퍼가심을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작권 같은 어려운 문제때문이 아니라 다른 게시판으로 돌아다니게되면

제가 너무 부끄러워서 그렇습니다. 제글은 이곳 굿뉴스 자유게시판 전용입니다.

(전혀 퍼갈 마음이 없으시다구요.....^^;;)

그리고 배경무대가 어디냐는 질문을 상상하였는데 아무도 물어봐주시지 않던군요...

전혀 궁금하지 않으시나 봐요? 힌트를 드리자면 머나먼 남쪽 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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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성당 다니던 이야기 3

 

신부님의 편지를 가슴에 꼭 품고 반지를 만지작 거리면서 부대를 향해 출발한 용감한 일등병.

앞으로 어떤일이 닥칠지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고 즐거운 마음에 룰루랄라 였습니다.

잠깐의 면담이 너무나도 힘이 되었지만 귀중한 시간 삼십분을 희생해야 되었던 것입니다.

부대가 보이는곳에 -버스를 갈아타야하는- 도착하니 이미 시간은 20여분밖에 안남아있었습니다.

다음 버스는 아홉시 정각....선택의 길은 오직 하나...

산중턱의 부대까지 가는 지름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년이상 근무한 사람들만이

급한일이 있을때 목숨 걸고 이용한다는 그 산길....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바람도 많이 부는 바닷가 절벽의 바로 그 길....언젠가 전설처럼 탈영한 병사가 그길로 가다

지쳐서 부대로 돌아왔다는 그길이었습니다. (뻥이 심하지요.그래요...저 뻥쟁이입니다.)

불빛하나 없는 그 길을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부대에 도착하니 아홉시에서 딱 2분 남았던군요.

신기록이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도 그 기록은 아무도 깨지 못했을겁니다. 군인정신.....

올라가면서 내내 고민했던것은 편지를 어떻게 보관하여야 들키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지요.

소중한 편지를 소홀히 보관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물함에 넣어놓자니 누군가에게 들킬것도 같고...

그래서 생각해낸게 고향집으로 보내버리자는 거였습니다. 머리 좋은 저자신에게 흐뭇해하면서

부대에 들어선 저는 깐깐하기로 소문난 부대장에게 귀대신고를 하러갔습니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대장은 자기방에서 열심히 티비를 시청하고 있더군요.

* 충성! 신고합니다. 어쩌구 저쩌구.......이에 신고합니다.....충성!....

- 잘 갔다왔냐? 일은 잘 처리하구?

* 네...그렇습니다...

- 근데 너 웬 땀을 그렇게 흘리나?

* 아닙니다. 뛰어와서 그렇습니다.

- 그으래 ?!...너 이리 와바...

* (헉...갑자기 이 아저씨가 왜 이러지...^^;;;)

저에게 다가온 대장은 갑자기 제 호주머니를 마구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편지를 조용히 감추고 싶었던 저의 작은 소망은 주님의 은총으로 깨지게 되었습니다.

편지를 손에 쥐고 앞뒤를 살펴보더니 자기 이름이 쓰여져있는걸 발견하고는 한마디 하더군요.

- 이게 무슨 편지냐?

* 네. 평소에 대장님을 흠모하는 제 마음을 적어 보았습니다. <--- 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 우물쭈물.....

편지를 꺼내들고 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저는 철조망에 매달리는 매미가 생각나기도 하고

유류고 뒷편에 굳건한 자태를 뽐내고있을 곡갱이 자루가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읽은 편지를 책상위에 내려놓더니 시선을 시끄럽게 떠들고있던 티비로 돌리면서

- 알았다. 그만 들어가봐라...

* 네. 충성!....

 

내무반에 돌아와서도 내내 걱정이었습니다. 뭐라고 말을 했으면 속이라도 편할텐데.

전혀 가타부타 말이 없이 돌려보냈으니 머리속으로 온갖 생각들이 지나갔습니다.

혹시나 고참을 호출하지는 않을까? 그려....분명 새벽녁에 몽땅 집합시켜서 한 따가리 할거야.

어쩔수없지뭐...내가 나쁜일을 한것두 아니구...에잉...잠이나 자자...

다음날. 불안한 마음에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하였는데 웬걸...아무일없이 평상시처럼 지나갔습니다.

또 그다음날도...그리고 그 다음날도...그리고 금요일도 그렇게 폭풍속의 고요함처럼...

토요일 점심식사를 끝내고 열심히 설겆이를 하는 저에게 부대장실에서 호출이 왔습니다.

그럼 그렇지...토요일 오후에 뺑뺑이를 돌리는구나....

사무실에 들어가보니 서무를 보는 왕고참 하나만 남아있더군요.

* 충성! 용무있어 왔습니다.(빨리 끝내고 편히 쉬자.)

- 어~ 왔냐...근데 너 재주 좋다...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네?

- 대장이 너 종교 외출 보내주라고 결재 올리렌다.

* (엥?) 네?

- 그러니까~ 행선지가 어딘지 시간이 몇시부턴지 빨리 말해.

* 넵. 장소는 ??공소이고 시간은 저녁 이십시 삼십분부터입니다.

- 그럼...이십시부로 끊어 주면 되겠냐?

* 네. 감사합니다.

- 알았어. 이따 나가야되니 가서 준비하고 십구시 오십분에 신고하러 와라.

* 네. 알겠습니다. 충성! 용무마치고 돌아갑니다.

문을 나서는 저에게 한마디를 던지더군요.

- 토요일 저녁에 외출나가는 놈은 니가 처음이다. 행동 조심하고 똑바로 해라...

  그리고 올때 나 담배 한갑 사다주구....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유래가없던 토요일 저녁 한밤중에 종교 외출을 나가는 전설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금도 궁금한게 있는데 그때 그 신부님은 그 편지에 뭐라고 적으셨을까요?

혹시 성당 안보내주면 탈영할것 같으니 신경쓰라고 적으셨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편지 한장에 전례가 없던일을 성사시키게 만들었을까요?

한번도 소지품 검사를 안하던 사람이 어떻게 그날 밤은 호주머니를 뒤지게 했을까요?

이 모든게 주님의 은총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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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터는 공소를 다니면서 있었던 일들을 중심으로 쓰겠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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