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자유게시판

이회창의 오류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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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원 [kosopooh] 쪽지 캡슐

2002-08-15 ㅣ No.37317

 

 필자는 교직에 몸담고 있는 사회과 선생이고 해서 학생들에게 사회 이야기, 정치 이야기를 잘 해주는 편이다. "내가 만일 대통령이 되면…" 이라는 가정법을 써서 ’대통령이 되면 정치를 이러 이러하게 하겠다’면서 말이다. 3홍 비리 보도가 봇물일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만일 김대통령이라면 대통령 자리를 내놓겠다. 그리고 아들들을 국민들 보는 곳에서 종아리를 30대씩 치겠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다."

 

’이놈들아, 내가 대통령되어 내 놈들 잇속 채워 주려고 이러고 있나 이놈들아, 그리고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하루 종일 무릎 꿇고 반성해라’고 호통을 치겠다고 했다.

 

한술 더 떠 이 상황을 TV로 생중계하도록 하겠다고 했더니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이 어린 아이들의 박장대소가 내가 대통령이 되리라고 확신을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라도 짐작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이 어린 학생들은 왜 박수를 칠까?

 

한마디로 교사인 내가 그 어린 학생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이라지만 세상 돌아가는 대강은 알고 있기에 말이다.

 

대통령의 솔직한 사과도 없었고 아버지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도 보이지 않았기에 국민들은 분개하고 있다. 말 한마디로 국민들의 기분을 환기시켜줄 수 있는 것을 어물쩍 넘긴 대통령이 미운 것이다.

 

이회창 후보가 8·8 보선 하루 전에 기자회견을 하였다. 그는 아들들의 병역비리 의혹에 관한 한 하늘에 맹세하며 이렇게 일갈했다.

 

"만약 아들의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불법이나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있었다면 저는 대통령후보 사퇴는 물론 깨끗하게 정계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후보는 "지금 이 정권은 마치 무슨 비리나 은폐가 있었던 것처럼 추악한 정치공작을 하고, 이런 흑색선전이 확인과정 없이 일부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고 있다"면서 "하늘에 두고 맹세컨대 저나 제 아내가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으려고 불법이나 비리를 저지른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분석해보면, 절대 병력비리가 없는데 민주당이 모략을 하고 있다고 하여 오히려 민주당이 조작하고 있다는 말인 것 같다.

 

필자가 보기엔 이회창 후보 자신도 자신의 기자회견을 국민들이 수긍하지 않을 것이라 여길 것 같다. 체중으로 병역면제를 받기란 하늘에 별따기라는 것이 일반적인 국민 인식이다. 필자도 마른 체구이며 정연씨와 비슷한 178cm 키다. 이제껏 58kg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정연씨의 경우 병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필자가 보기엔 45kg 체중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필자뿐만 아니라 국민의 다수는 179cm의 키에 45kg의 몸무게로 병역을 면제받을 것에 대해 이회창씨의 마음처럼 믿어주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기에 불법이나 비리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몸무게를 줄여서 병역면제를 받았다고 믿고 있다.

 

이런 국민정서가 횡행하기에 이회창씨가 아무리 하늘을 두고 맹세한들 국민들이 믿겠는가? 의도적 감량으로 군 면제를 받은 것이 불법이 아니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 기자회견을 보고, 국민들의 기분은 개운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그러면 그렇지 또 남 탓이냐’고 했을 법하다. 또 다른 부류의 국민들은 "그 당시 그 정도의 (위치)빽이라면 병역 빠지고 남았다"고 하며 무관심한 척하며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었으리라.

 

아무튼 국민들은 또 화가 나 있을 것이다. 의혹을 살 만한 것이기에 새로운 말을 내놓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는데 ’역시’이었다. 정치인다운 기질을 어김없이 발휘하여 8·8선거에서 승리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서인지 강한 어조로 맹세했다.

 

내가 만일 이회창씨의 입장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늘을 두고는 맹세를 하지 말라는 성경구절이 있다. 그런데 천주교인인 이회창씨는 하늘에 맹세를 했다. 오히려 하늘에 맹세하기에 앞서 사실적인 근거를 제시하여야 했다. 군 면제받은 아들들의 신검 당시 사진이나 자료를 제시하여 병역비리 의혹을 조금이라도 해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진실이라면 어느 정도의 성의를 보여야 했다. 그래야 국민들이 수긍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진실이라면서 의혹을 해소하는 사실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당에 대해 화살을 쏘아대며 기자회견을 끝내어 더 큰 의아심을 갖게 했다.

 

이 회견 관련 기사에 리플을 단 한 네티즌의 말을 이 후보가 되새겼으면 한다.

 

A집안과 B집안은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원수지간이다. 그런데 어느 날 전과가 있는 C가 등장해서 A의 아들이 소매치기하는 걸 봤다고 경찰에 신고한다. 당신이 A라면, 그리고 정말 떳떳하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1) 아들이 소매치기한 사실이 없다는 "알리바이"를 입증한다.

2) C는 전과자기 때문에 그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3) B가 C에게 뒷돈을 대준 의혹이 있기 때문에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법률에 기본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1)을 택한다(더구나 A는 대법관 출신이 아닌가). 내가 A라면 다음과 같은 자료를 제출할 것이다.

 

- 아들의 초, 중. 고등, 대학, 신검 때, 또 현재의 신체검사 기록(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 신검 때 갑자기 체중이 급격히 떨어졌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입증하는 진단서

- 아들이 "특이체질"임을 입증하는 공신력 있는 병원의 진료기록, 내지 의사 소견서

그런데 지금 A집안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손쉬운 길을 한사코 외면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정말 ’그것이 알고 싶다’.

 

사족: 저는 소위 민주화를 부르짓던 세대도 아니고 사실상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요즘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 초등학교 반장 선거보다도 못한 서로의 약점 잡기와 비방이 난무한 유치함의 극치를 보는 것 같습니다.

마치 어느 한 편이 정권이라도 잡기만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그런 모습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이 양반들 모두 천주교 신자라고 하며 선거 전에는 성당에 얼굴 내밀던데 오늘은 성당 갔다왔을까요?

아마 조만간 각지의 고아원과 양로원, 장애인 시설에서 닭똥 같은 눈물 흘리며 목욕도 시켜주겠죠. 재래 시장에서 상인들의 부르튼 손도 꼭 잡아주겠지요. 성당에서 비장한 모습으로 미사도 드리고, 교인들과 찐한 평화의 인사(?)도 나누고, 어느 때보다도 기도빨을 세우겠지요. 기도의 주제는 "저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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