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자유게시판

어머니이며 맏형과도 같은 가톨릭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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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정 [annateresa] 쪽지 캡슐

2003-04-24 ㅣ No.51472

 

일전에 저는 제 개인적인 친구인 "성 바오로" 형제를 언급하면서

이런 논조의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유아 영세를 받은 가톨릭 신자이면서도 어려서부터 개신교회에 마음을 두고

깊은 정을 쏟으며 심혈을 기울여 개신교인으로서 신앙생활을 하던 성 바오로가

어느 날 불현듯 가톨릭을 다시 찾게 된 이유가 바로

보편적이기보다는 지나치게 배타적이고, 그런 모습을 겉으로 심하게 드러내는

그런 개신교회의 모습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었음을 보면서...

 

우리 가톨릭이 어머니의 가슴처럼 넓고 부드럽게 모든 사람을 감싸안을 수 있는

너그러운 종교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가톨릭이라는 말 자체가 "보편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괜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가톨릭의 유일한 정통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톨릭 신자로서 뿌리 깊은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며

오직 가톨릭 신앙만이 하느님의 나라로 가는 올곧은 지름길임을 확신하되...

 

 

가톨릭 교회는 모든 교회의 어머니이며 맏형과도 같은 존재로서

배타적인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너그러워져야 할 것이며,

강압적으로 타 종교를 흡수하려 하기 보다는 신앙과 영성으로 감화시켜

갈라진 형제들을 자발적으로 돌아오게 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가톨릭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하고 공격을 해 올 때에는

그에 강하게 맞설 만한 굳은 신앙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하겠지요.

너그러운 것과, 귀가 얇아서 쉽게 흔들리는 것과는 분명 다르니까요!!!

 

 

그러나, 최후 구원의 문제라면...

오직 가톨릭 신앙을 가진 자만이 구원받을 수 있노라고 자신 있게 외쳤다가

나중에 연옥을 거쳐 천국에 도착했을 때... 혹시라도...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지만... 그저 티없이 착하게만 살다가 온 형제자매를 만난다면

너무 창피해질 것도 같습니다.

 

 

 

노년까지 평생 자식 없이, 두 분만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오신 저의 이모 내외께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이별하신지도 이미 5년이 되었습니다.

비둘기처럼 서로 기대며 살아오셨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모부가 쓰러지시며

평생 지병으로 아프시던 이모를 혼자 남겨 두고 먼저 떠나셨습니다.

 

이모부는 무료하게 병상에 누워 있는 아내를 위해 잡지책을 사다가 읽어 주시고

함께 저녁 식사도 하시고, 후식으로 과일도 드시고 나서

양치질을 하러 들어가셨다가 쓰러지셔서 채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떠나셨습니다.

 

그 누구도 이모부가 먼저 떠나실 줄은 몰랐었습니다.

이모는 항상 아기처럼 남편이 챙겨주는 대로 약도 받아서 드셨기에

손수 어떤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지도 모르실 만큼 속수무책이셨습니다.

 

이모부 떠나신 후, 아무런 희망도 낙도 없이 살아가시던 이모가

"마리아"라는 세례명으로 가톨릭에 입교하셨을 때의 연세가 72세였습니다.

 

이모가 그 연세에 묵주기도 하는 법을 익히느라고 애쓰시던 모습이 선합니다.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에는 해당하는 알이 있는데

영광송과 구원의 기도를 드릴 때는 그에 해당하는 알이 없어서인지

각 단이 끝날 때마다 헛갈리시곤 했습니다.

 

그래도 그 편찮으신 몸으로 몇 시간이고 묵주를 돌리며 연습하시던 이모...

 

마음 속으로 무엇을 빌고 계셨는지 저는 모르지만...

 

 

이모는 어서 천국으로 올라가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고 싶으실 터인데...

이모부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시었지만 천국에 계실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 착하신 이모부가 생전에 미처 신앙을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옥에 떨어져

영영 이모와 이별하게 되실 거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우리 가톨릭은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유일한 정통 신앙이고, 모든 교회의 맏형이며,

어머니처럼 포근하며, 바다같이 넓은 가슴을 지녔고,

무엇보다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가장 확실하고도 올곧은 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톨릭 교회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가 배타성을 띠고, 타 종교를 배척하며

비종교인들을 멸시하거나, 절대 구원받지 못하고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그렇게 주장하기 시작한다면

오히려 편협한 개신교회의 일파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심을 알면서도...

언제나 그 사실을 기억하며 살아가기가 왜 이다지도 힘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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