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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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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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서 [phs55] 쪽지 캡슐

2014-01-23 ㅣ No.203566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너무 좋아서

오랜만에 글을 올려봅니다.

제 아버지가 처음으로 성당에 가셨거든요.

 

 저는 중학교 때까지는 감리교회에 열심히 다녔고 그러다가는 교회에 다니지 않았죠.

가게를 하니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교회 가자고 하지만 시간이 없다하고 마음속으로 언젠가는 신앙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신교보다는 천주교에 나가야지 생각했답니다.

천주교는 역사속에서만 알았고 주위에 아는 사람도 가톨릭 교우는 보이지 않았구요.

 

 어느 날 가게 손님으로 오셨던 분이 성당에 가자고 하시길 몇 번 하시다가 지금의 대모님을 소개시켜주셨습니다.

저는 시간이 없으니 다음에 통신으로 교리를 배우겠다고 하니 오늘 하루만 성당에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가게일이 바쁘지만 오늘 하루만이라는 말에, 마지못해 따라 갔습니다.

그리고는 10달 예비자 교리를 받고 86년도에 세례를 받았죠,

2살 터울 남동생은 훨씬 전에 개신교식으로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갈등이 심했죠.

올캐가 교회가는 것을 허락하시지 않는다면 자신은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께서는 신앙은 자유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그러셨으니까 저는 그냥 영세를 했지만 선뜻 고상도 걸지 않고 성모상도 없이 신앙 생활을 했습니다.

이사하면서 슬그머니 고상을 걸었고, 아버지는 자신 뜻대로 안 되면 내게 시비를 거시는 겁니다.

고상을 들고 나오시고.....

 

 조금 쉬다 작은 컴퓨터 회사내에서 매점을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고관절 수술을 했습니다. 그게 벌써 13년이 지났네요. 그 당시 같은 레지오 단원들이 도와주고 기도해주고 해서 엄마가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성당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수술한 지 얼마 안되고 엄마 혼자 매점을 혼자 운영하기 어려우니 조금 더 있다 하자고 하니

같이 성경공부하는 교우가 "형님, 안돼요. 소뿔도 단번에 빼야지...." 하면서 모시고 가는 겁니다.

그전엔 엄마에게 성당에 가자면 "너나, 다녀라." 하셨는데, 또 옆에서 지켜보자니 엄마가 하시는 일이 너무 힘드니까 강요는 하지 않았었거든요.

저는 견진성사하는 데도 4년이 걸렸죠. 뭤좀 알고 한다고요. 그러다 시간만 보내서 엄마에게는 곧바로 견진성사 받으시라고 하고 성경공부도 하시라 했죠.

4째 동생네는 올캐가 교우라 자연스레 교우가족이 되었구요.

아버지는 막무가네십니다. 제가 20대 초엔 잘 알지도 못하는 교회에 가신 적도 있고, 30대엔 불교 어느 종단에 총무원장으로 계셨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절에도 가시지 않습니다.

 

 몇 년 전에 듣자니  저는 알지 못하지만 아버지를 아시는 분이 1년을 공을 들여 성당까지 모시고 가셨는데 입교할 때 쓰는 거 있잖아요? "그걸 왜 내가 쓰냐" 고 하면서 곧바로 나오셨던 분이세요.

가끔 제가 성당에 가시자는 운을 떼면 싫다고 하셨습니다.

 

 요즘 엄마는 병이 나고 저도 지난 여름부터 몸이 이곳 저곳 아프다고 호소하고....

그래서 엄마가 아버지에게 "우리 제사, 차례 다 성당에서 하면 어떻겠냐? 이젠 힘들어서 못하겠다. 그렇게 합시다." 라고 하니 그러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자신도 가신다는 말씀이 없으셨고....

성당에 안 다니는 동생도 있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엄마와 저만 대표로 갈 생각을 했는데 새벽에 엄마가 더 아프시다고 해서 혼자 시간 여유를 두고 나서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연미사 드리러 다녀올께요"라고 아버지께 인사드리는데 "같이 가자" 하시는 겁니다. 너무 의외이고 반갑더라구요. "말씀이 없으셔서 아버지는 안 가시는 줄 알았어요." 했더니

"어떻게 하면 되니?" 하셔서 "저 따라 하시면 되요." 하고 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따라나셨습니다.

"얼마나 걸리니?"

새벽이니 "얼마 안 걸려요."

성당에 들어서서 영성체를 할 시간이 다가 오는데, 아버님이 화장실이 어디냐고 하시는 겁니다.

소변을 참지 못하시고 지체하면 큰일 나거든요. 어차피 영성체도 못하니 주위 사람 아랑곳 하지 않고 가르쳐 드렸어요. 그러면서 속으로 "그냥 가실까? 아니면 다시 들어오실까?" 생각했죠.

다행히 들어오셨어요. 사정을 모르는 주위 사람은 뭐라 하겠지만....뭐라 하든 말든 그렇게 되었습니다.

미사 끝나고 신부님께 인사하고 아버지께 "먼저 가셔요. 저는 할아버지, 할머니 위해서 촛불 키고 갈께요."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집에 들어와서 "아버지 애쓰셨어요." 하고 나오는데

아버지가 이러시는 겁니다. "몸이 찌릿찌릿 하더라." "그래요?" 하며 문을 닫다가

다시 여쭈었어요. "어떨 때 그러셨어요?" 하니

"신부님이 말씀하는데 그러더라." (강론 말씀)

재차 여쭈었어요. "그게 어떤 느낌이에요? 좋은 느낌이에요? 나쁜 느낌이에요?" 하고 물으니

"좋은 느낌이지" 하시는 겁니다.

전 속으로 이게 기적이다.

물론 아버지의 부모님의 영혼을 위한 미사봉헌으로 가셨지만 이게 시작이라고 생각되어지는 겁니다.

제가 5년만에 다시 인터넷으로 성경을 쓰기 시작한지19일 되었는데 예수님이 선물 주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좋은 기분으로 오늘 하루 시작합니다.

게시판 가족들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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