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괜히 말을 꺼냈는가 싶기도 하고
며느리 눈치 볼 일이 또 까마득 했어요.
그렇게 아들놈한테 용돈 이야길 한지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답이 없길래 직접 며느리한테
"아가야, 내 용돈 쫌만 다오.
친구들한테 하도 밥을 얻어 먹었더니 미안해서
밥 한끼 살라한다." 했더니 며느리 아무 표정도 없이
4만원을 챙겨 들고 와서는 내밀더라구요.
4만원가지고는 15명이나 되는 모임친구들 5000원짜리 국밥
한그릇도 못먹이겠다 싶어서 다음날 또 며느리를 붙들고
용돈좀 다오 했더니 2만원을 챙겨 주었어요. 그렇게 세차례나
용돈 이야길 꺼내서 받은 돈이 채 10만원이 안되었지요.
그래서 어차피 내가 밥사긴 틀렸다 싶어서 괜한짓을 했나
후회도 되고 가만 생각해 보니깐 괜히 돈을 달랬나 싶어지길래
며느리한테 세번에 거쳐 받은 10만원 안되는 돈을 들고
며느리 방으로 가서 화장대 서랍에 돈을 넣어 뒀지요.
그런데 그 서랍속에 며느리 가계부가 있더라구요.
난 그냥 우리 며느리가 알뜰살뜰 가계부도 다쓰는구나 싶은
생각에 가계부를 열어 읽어 나가기 시작을 했는데.
그 순간이 지금까지 평생 후회할 순간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글쎄,
9월14일 왠수 40,000원
9월15일 왠수 20,000원
9월17일 또 왠수 20,000원
처음엔 이 글이 뭔가 한참을 들여다 봤는데
날짜며 금액이 내가 며느리한테
용돈을 달래서 받아 간 걸 적어 둔 거였어요.
나는 그 순간 하늘이 노랗고 숨이 탁 막혀서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남편 생각에..
아니, 인생 헛살았구나 싶은 생각에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어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들고 들어갔던 돈을 다시 집어들고
나와서 이걸 아들한테 이야기 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가
생각을 했는데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이 이야길 하면 난 다시는 며느리랑
아들 얼굴을 보고 함께 한집에서 살 수가 없을거 같았으니까요.
그런 생각에 더 비참해지더라구요 그렇게 한달 전
내 가슴속에 멍이 들어 한10년은 더 늙은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