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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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제가 복사할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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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0-09-26 ㅣ No.14151

서울의 가좌동성당에서 초등학교시절 복사를 했었지요.

 

그때는 복사가 제게 뭐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한것이 아니고 형도 했고 또 주일학교 친구들도 하고 하니까 혼자 심심해서 한것뿐이죠.

 

제가 복사할 당시만해도 임기가 중학교에 진학하면 자동 정년퇴임을 했구요. 형제분들만 했어요.(몰라요. 저희성당만 그랬는지는)

 

그런데 지금에와서 복사란 얼마나 큰일이고 영광스러운 일이라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형님네 가족이 바티칸을 다녀와서 들려주더군요.

 

베드로 대성당 제대위에 올라갈수 있는 딱 세신분을요.

 

그하나는 물론 교황님이시고요. 두번째가 바로 복사랍니다.

 

그러니 얼마나 큰 영광입니까? 복사가...

 

어렸을당시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어깨에 잔뜩 힘주고 다녔을텐데...

 

참, 참고로 세번째는 청소부랍니다.

 

그외는 제대 중앙에 못올라간다고 하더군요.

 

저희가 복사할 당시만해도 참 무서웠어요.

 

복사대장인 형이 있었는데 엎드려 뻗쳐에 몽둥이질까지 당했었어요.

 

물론 평일미사 땡땡이질에 대한 힐책이구요. 근무편성에 불만을 갖는다든가 하면 여지없이 기합을 받곤해서 굉장히 분위기가 무서웠지요.

 

그래서 생긴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평일날 새벽미사때였습니다.  한참 자야할 시간에 그눔의 몽둥이가 무서워 졸린눈 비비우며 여명이 비출때쯤 일어나 성당으로 갔습니다.

 

당시엔 신문배달등으로 어렵게 사는 친구들이 있어서 평일 새벽미사는 저희같이 신문배달 안하는 친구들이 도맡아 했지요.

 

저보다 한살 아래인 녀석과 같이 복사를 맡았는데 이녀석이 줄곧 소복사만 해오다 오늘 첨으로 대복사를 경험하는 날이었구요.

 

해서 저는 성당에 일찍나가서 그녀석에게 주의사항과 방식등을 다시한번 상기시킨후 저는 그날 소복사를 담당했습니다.

 

그때 저희 성당 주임신부님이 김충수 보나파시오 신부님이셨구요.

 

한참 미사가 진행되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영성체를 봉하는 시간이 왔습니다.

 

영성체를 봉하기전 경건한 마음을 갖기위해 의식을 행하죠?

 

요즘은 "뎅~~~~~~~~"하고 울리는 종이 대부분인데 당시엔 "딸랑! 딸랑!"하는 종을 대복사가 치게 되었었구요.

 

신부님께서 양손을 포개어 내리실때 "딸랑!"하고 울리게 되어서 저희들은 언제 신부님이 내리시나? 하고 항상 그모습을 기다리죠.

 

드디어 신부님이 양손을 내리시고 종소리가 나와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종소리가 안나는 겁니다.

 

신부님께서 고개를 숙이신채 고개를 약간돌려 저희들을 쳐다보았습니다.

 

당황한 저역시 옆을 쳐다보았지요.

 

무릎을 꿇고 저희둘이 나란히 앉아있는데 이녀석 태평스럽게 고개를 끄덕 끄덕하며 졸고 있지 뭡니까?

 

당시엔 신자수도 많지않아 주임신부님은 저희들 이름을 다 외울수 있었거든요.

 

작은목소리로 신부님께서 고개를 숙여 옆으로 약간 돌린채 "야!...야!!...김병택!..인나!"

 

그래도 꿈쩍을 않고 코에선 콧방울까지 나더군요.

 

이상한 신자들은 전부 눈을 뜨시고 제대위를 주시했지요.

 

당황한 저는 이친구 손에 들려있던 종을 툭하고 쳐서 약하게 "딸랑!"하고 울렸어요.

 

그랬더니 이녀석 깜짝놀라 깨며 "딸랑!딸랑!딸랑!"하며 계속 쳐대서 신자분들이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교회역사상 최초로 웃으면서 성체를 봉한 초유의 역사를 기록하게 되었던겁니다.

 

후에 복사대장에게 제가 이사실을 고자질했나? 안했나?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만일 했다면 그녀석 빠따 꽤나 맞았을텐데...

 

지금 저희 성당은 아직은 임시성전이라 제대 바로 옆에 성가대 자리가 있습니다.

 

저역시 성가대원이라서 미사를 드릴때 제대 옆에서 드리는데 요즘 한참 후배격인 어린 복사들을 바로 옆에서 볼수가 있죠.

 

엊그제 주일미사때도 파견성가후 미사후 기도를 드리는데 이복사 녀석들 안에서 옷갈아 입으면서 자기들끼리 장난을 치는지 임시건물이라 양철소리도 나는데 안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소릴 들은 분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곳을 쳐다보았지만 저는 왠지 빙그레 웃음이 나더군요.

 

아직은 어린녀석들이라 복사가 뭔지도 모르겠지만 기특한 녀석들이라 생각됩니다.

 

예수님께서도 사랑하는 녀석들일겁니다.

 

여러분들도 댁에 자녀가 계시다면 주저마시고 복사한번 시켜보세요.

 

나중에 자기가 큰일을 한 놈이었다고 자부할겁니다.

 

아아~ 저는 또 복사를 할 기회가 없겠죠? 어디 저 필요한 성당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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