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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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행동, 첫 시국미사 “소녀 대통령은 안 된다” (담아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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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홍주 [jhj5063] 쪽지 캡슐

2013-12-24 ㅣ No.202869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교회
가톨릭행동, 첫 시국미사 “소녀 대통령은 안 된다”“교회 안에도 불의에 저항하는 그리스도인과 독재자 그리스도인이 있다”
박상훈 신부 “우리도 나자렛 예수라는 원칙으로 돌아가자”
문양효숙 기자  |  free_flying@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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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24  09:3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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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문 앞에 모인 600여 명의 신자와 시민들 ⓒ문양효숙 기자

성탄을 이틀 앞둔 23일, 천주교 신자들이 대한문 앞에 모여 “우리는 안녕하지 못하다”고 외쳤다.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정의 · 평화 · 민주 가톨릭행동 추진위원회’가 ‘가톨릭 신자 여러분,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봉헌한 시국미사에는 600여 명의 신자, 수도자, 시민들과 40여 명의 사제가 참여해, 박근혜 정권에 대선 개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했다.

강론에서 박상훈 신부(예수회)는 “세상이 좀 더 인간적이고 살만한 곳이 되기를 바라는 희망이 부질없는 것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 때까지는 불과 1년도 걸리지 않았다”면서 “세상이 살 만하다고 믿는 사람들, 스스로 안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제 대통령이거나 그의 비서실장, 새누리당 국회의원, 재벌 회장이거나 검찰총장이거나 대법원 판사, 조중동과 종편의 주인 등 한 줌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철도 파업 문제에 관해 대통령이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 · 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대통령 말대로 우리는 지금 정말 어려우므로, 나자렛 예수라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예수는 “하느님의 진실이라는 관점에서 철저히 각성된 사람, 하느님이 남용되는 현실에 대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으며, 지배하고 억압하는 거짓을 세상에 드러낸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예수는 부당하고 비인간적인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무기력과 냉소에서 인간을 해방시키려 했다. 예수는 인간의 세 가지 죄에 대항해 해방의 길로 나아갔다. 바로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 의도적인 눈멀음, 진짜로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을 다른 것으로 위장하는 위선, 하느님 몫을 가로채 자신의 이익으로 돌리는 신성모독이다.”

끝으로 박 신부는 “크리스마스에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임마누엘 선포는 선하고 용기를 지닌 사람들에게 절대 빈말이 될 수 없다”며 “보다 용기 있는 사람들이 되어, 진실에 귀 기울이고, 우리를 지배하는 우상들의 정체를 깊게 살펴서, 하느님을 진실하게 예배하자”고 당부했다.

   
▲ ‘정의 · 평화 · 민주 가톨릭행동 추진위원회’가 ‘가톨릭 신자 여러분,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한상봉 기자

   
▲ 23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평신도가 주관한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문양효숙 기자

이날 자유발언에서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는 “지난 11월 24일부터 28일까지 로마를 방문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번째 권고문 <복음의 기쁨> 가운데 두 구절을 낭독했다.

“<복음의 기쁨> 182항에는 ‘우리 사목자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가 요구하는 모든 자리에서 발언할 권리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183항에는 ‘그 누구도 우리 성직자들에게 사회생활과 국가생활은 접어놓고 마음의 평화만을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고 기록되어 있다.”

성염 전 대사는 “11월 28일 교황청 경당에서 미사에 참여했다. 미사가 끝나고 교황님 손을 잡고 ‘전세계 유일한 분단국에서 왔다’며 기도를 요청했더니, 교황님이 ‘대사님도 저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하시더라”며,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요 언론에서 교황을 ‘마르크스주의자’라 지칭한 일을 거론했다. 이어 성 전 대사는 “문둥병자를 직접 손으로 만져 낫게 하신 예수님처럼, 대한민국에서 정의와 민주, 자유와 통일을 위해 문둥병자, 종북주의자 취급을 받았던 이들에게 달려가 그들을 만지고 끌어안았던 신부님들이 자랑스럽다”며 “이 신부님들을 종북 좌파라고 부르는 이들은 앞으로 10년을 지켜보라. 많은 이들이 이 종북 좌파들 때문에 가톨릭에 입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성염 전 대사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소녀 대통령은 안 된다”고 일갈했다. 성 전 대사는 “대통령이 무슨 문제만 있으면 발끈해서 ‘가만히 안 둔다’며 국민에 엄포를 놓고는 다시 숨어버린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이처럼 너무나 유약한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권고문 <복음의 기쁨>을 들고 나와 소개하고 있다. ⓒ한상봉 기자

신학자 김근수 씨도 발언에서 ‘교회 안에 두 진영이 있다. 불의에 고통당하는 가난한 이웃을 돕는 그리스도인이 있고, 자신들만 나라를 지킨다고 자만하는 그리스도인 독재자들도 있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언급하며, “흔들리지 말고 정의로운 길을 가자”고 당부했다. 김근수 씨는 자신에게 내년 소원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혁적인 추기경님이 탄생하셔서 서울대교구장을 맡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국미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와 함께 왔다는 대학생 김태윤 씨는 “우리 사회가 역행하고 있는 듯하다. 종교계가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건 무언가 크게 문제가 있는 사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곳에 오니 신앙심이 더 커지는 듯하고 신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모아가고 있구나 싶어서 좋다”며 “일부 사람에 의해 다수가 고통 받지 않고, 많은 사람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성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사를 위해 충청북도 아산에서 온 이장섭 씨는 “많은 이들이 돈과 권력을 찾는 세상에서 극히 일부의 사람들이 모인 이곳에 마음을 보태고 싶었다”면서, “작은 마음을 품고 예수님의 마구간을 찾아가는 동방박사와 들판 목동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찬숙 수녀(예수의 작은 자매회)는 “누구에게 희망을 걸 수 있겠나. 이 시대야말로 아기 예수님이 오셔야 할 듯하다”며 성탄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박 수녀는 “고통 받는 이들 가운데 예수님이 함께하신다. 그러니 우리도 끊임없이 밖으로 나와 그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사를 마친 후 신자들은 묵주기도를 하며 대한문에서 광화문을 거쳐 민주노총 본부가 있는 경향신문사 앞까지 행진했다.

국정원과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과 은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정의 · 평화 · 민주 가톨릭행동 추진위원회’는 현재 1천 명의 추진위원을 모집 중이다. 가톨릭행동의 한 관계자는 이후 활동계획에 관해 “국정원의 대선 개입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한 교육용 만화 제작 및 배포, 평신도가 주관하는 각 교구 시국미사 등을 논의 중이며, 1월 중 정식으로 발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양효숙 기자

   
▲ 미사에 참가한 신자들이 자신이 안녕하지 못한 이유를 적어 놓았다. ⓒ문양효숙 기자

   
ⓒ문양효숙 기자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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