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자유게시판

좋은 추억거리 하나 만들었습니다...

스크랩 인쇄

이윤석 [animation] 쪽지 캡슐

2005-08-21 ㅣ No.86810

어제 제가 살고 있는 광진구에서 통일한마당 잔치가 있었습니다...


통일을 염원하는 많은 구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벌어진 흥겹고도 의미 깊은 잔치였죠...


그 잔치에서 저는 뜻밖의 행운을 잡았습니다...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던 뚝섬유원지에서... 입이 뒷통수에 붙을 만큼 기뻐했습니다...


무슨 행운인지 궁금하시죠...?


너무 빨리 얘기 해주면 재미없잖아요...^^


광진구청이 후원하고 광진구 안의 여러 시민연대, 정당들, 대학들이 주관했던 통일한마당은

각기 다른 지향의 많은 단체들이 있었지만 통일이라는 하나의 염원을 가지고 모일 수

있었던 모든 구민들의 한마음 잔치였습니다...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한나라당 할 것 없이 지역 정당 쪽에서도 많은 참여와 후원을

했으니까요...


고만 뜸들이고 빨리 얘기하라구요...?


예 알겠습니다... 말씀드릴께요...^^


행사의 마지막이 광진구 주민 노래 한마당이었습니다...


아는 분이 저를 참가자로 신청해 놓았기 때문에 저는 그냥 재미삼아 참가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통일한마당이니까 통일에 대한 노래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초등학교 교사인

후배에게 통일 노래 좀 선택해 달라고 부탁해서 메일로 받아 들어보았는데 아는 노래가

없고 썩 마음에 드는 노래가 없더군요...


그래서 제가 직접 통일 노래를 만들어서 갖고 나가자는 간댕이 큰 결론에 도달했죠...


음악을 좋아했기에 어릴 적부터 어설프게 만든 곡이 50곡 정도 되긴 합니다만 전문적으로 배우질 못해서 그런지 하나같이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곡들입니다...


그래도 스스로 좋아하는 취미라서 지금도 1년에 두 세곡 씩 시간이 되면 만들어 보곤 합니다...

 

어쨌든 없는 시간을 쪼개서 만든 창작 곡을 가지고 노래 한마당에 참가했습니다...


십여 개 팀이 참가했는데 저보다 잘 부르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연습 중에 키타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아는 분이 급히 집에 가서

자기 키타를 들고 와 겨우 시간 맞춰 노래하는 우여곡절이 있었고 또 키타 음역이

제 것과 달라 노래 중에 당황해서 틀리기도 하고... 아무튼 시쳇말로 쪽팔리기만

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스스로도 화가 나면서 괜히 참가했다는 후회도 들고...


그래도 아는 분들이 서정적으로 좋았다고 빈말이라도 해 주시는 바람에

그냥 웃으면서 맥주나 마시고 있었는데 등수에 들었으니 본부석으로 와 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속으로 ‘아! 그래도 창작 곡을 가지고 나가길 잘했다... 그 덕분에 등수 안에

들었나보다‘ 하고 은근히 제 선택이 옳았음을 자찬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본부석

앞으로 갔죠...


무대 위에서는 통일씨름대회 시상식부터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디지털카메라, 자전거, 고급mp3 등등 상품을 받아가는 수상자 들을 보면서

저도 저런 거 받을 수 있겠구나 하고 속으로 좋아했습니다...


씨름 시상이 끝나고 노래한마당 시상식이 이어졌습니다...


1등이 금강산여행권 2장이었지만 저는 제가 부른 실력을 스스로 알고 있기에

정말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사람 한사람 불러가는데 제 이름은 안부르는거예요...


순간 당황했습니다...


‘혹시나... 내가...?’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아~ 그러면 안되는데... 그러면 안되는데...’


정말 2등까지는 행운으로 기쁘게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1등 자격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어떤 분이 ‘그건 겸손이 아니고 교만이다’라고 말씀하셔도

할 말 없지만 어제 저의 심정은 정말 그랬습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되어...


제가 1등을 하고 말았습니다...^^;


괜히 쑥스럽고 미안하고 흥분되고... 여러 감정이 짧은 시간 안에 교차되면서

무대 위에 올라가는 마음이 그리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커다란 금강산여행권 2장 상품권이 써있는 판넬을 들고 사진에 찍히는 순간에도

어떤 미안함과 기쁨이 함께 교차되었고...


무대를 내려오면서도 창작곡이라는 것에 밀려서 노래 실력이 저보다 앞선 분이

2, 3등으로 내려갔을 것이라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분들에게 참 미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내려와서 아는 분들의 축하를 받으면서부터 기쁨이 실감나게 모락 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스스로 벅찬 감동으로 전이되더군요...

(뭔가 뛰어난 분들이야 살아오면서 이런 저런 축하 받을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이런 행운이 아주 드문 경우라서요...^^)


전화를 했습니다... 방송을 마치고 귀가 중이던 와이프한테 자랑했습니다...


‘나 1등 먹었다...’


잠시 후 와이프와 아이들이 뚝섬으로 달려왔습니다...

(처음에 아이들과 같이 못 왔던 이유는 저는 후배 결혼식 축가가 있었고

와이프는 녹음이 있었기 때문에 같이 다닐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철없는 남편, 맨날 애들같은 소리만 하는 아빠가 한 건 했다는 신기한 기쁨이

아내와 아이들의 표정에 담겨 있었습니다...


왠지 가족들에게 오랜만에 사람 구실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인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기쁜 것은 어머니께 오랜만에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겁니다...


어머님과 장모님께 금강산 관광 여행권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두 분이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분들이 보면 별 일도 아닌 걸 가지고 대단한 일이나 된 듯이 난리냐 할 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저는 어제의 일이 큰 기억으로 남을 좋은 추억거리가 되었습니다...


주님께 감사드리고, 통일한마당을 주최하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심사위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제가 만든 노래의 가사만 올리면서 마치겠습니다...

(지선생님, 권선생님, 옥수복자매님 등께서 쓰셨으면 아주 좋은 가사가

나왔을 것 같은데... 저는 워낙 문학적 표현이 부족해서...^^; 그리고 곡은 나중에

알려드릴 기회가 있겠지요...^^)




          <하나의 민족이>


1. 하나의 민족이 둘로 나뉘어 서로를 그리워 하네

  푸른 산하여 땅의 정기여 여명을 노래하라

 *분단의 역사는 외세의 뜻이지만

  통일은 우리의 힘으로 이뤄내리

  한민족 겨레의 혼이 어울어질 조국통일 그날이여


2. 하나의 민족이 오랜 세월을 이렇게 갈라져 살까

  어서 일어나 가슴을 열고 한 핏줄 노래하라

 *분단의 역사는 외세의 뜻이지만

  통일은 우리의 힘으로 이뤄내리

  한민족 겨레의 혼이 어울어질 조국통일 그날이여

 



667 54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