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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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푸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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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1-08-26 ㅣ No.23854

 오늘은 주일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성당 청년회 연합회에서 주최하는 거북이 마라톤대회가 있는 날이라 서둘렀지요.

 

가벼운 육상복장으로 갈아입고 운동화끈을 조여맨후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벌써 몇명의 대회 참가자들이 모여서 저를 반겨주더군요.

 

이윽고 얼추 다온후 대회는 시작되었고 언제나 그렇듯이 조를 나누었습니다.

 

그냥 즉석에서 제비뽑기로 말입니다.

 

나에게 걸린 번호는 넘버2! 전 2조의 멤버가 되어 함께 했지요.

 

일, 이등을 다투는 경주가 아니라 중간, 중간에 게임도 준비되어 있고 제일 단합이 잘된조를 우승으로 결정하는 그런 대회랍니다.

 

하지만 전 오늘 그 경주 결과를 얘기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제가 지금 살고있는 이곳으로 이사온지가 벌써 4년이 다 되어가는군요.

 

그동안 서울촌놈이 마냥 한동네에서 죽어라~하고 살다가 이곳으로 이사올때는 처음에는 낯선 환경이 두렵기도했고 이미 정든 동네를 떠나는것이 왠지 꺼림직하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이곳에 이사오고나서 그 생각은 180˚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이곳에서 산지가 겨우 4년밖에는 안되었지만 참 좋은곳이라 느껴지고 다시는 어디로 떠나가서 살고 싶지가 않을 정도이죠.

 

일단 저희 동네 풍경을 설명해드릴것 같으면 소위 말하는 신도시지요.

 

일산신도시와 근접하고 있어서 도회적인 풍경도 나지만 고개를 잠시만 살짝 돌리면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목가적인 분위기도 나는 그야말로 좌도시 우목가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답니다.

 

그냥 그렇게만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 오늘 하늘이 화창하게 개인 날씨에 거북이 마라톤을 하는데 저...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동네가 이렇게 훌륭한곳인지를 오늘 처음 알았지 뭡니까?

 

그동안 멀리서 보았던 작은 동산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산들을 굽이굽이 돌아 한바퀴를 도는데 아아~!!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 뭡니까?

 

어렸을적 제가 친구들과 메뚜기잡고 개구리잡던 그 모습을 그대로 볼수 있다는 사실에 전 놀랐습니다.

 

더욱 놀라운것은 약간 더 들어가자 초등학교가 나오는데 하하! 요즘 도회지에서는 보기힘든, TV선전에서나 가끔보는 그 건물은 작지만 운동장은 아주크고 자연스런 그런 초등학교들이 보이지 뭡니까?

 

학교 유리창에 붙은 글씨를 보노라면 대개 3-4(3학년 4반)...뭐, 이런식인데 이쪽 초등학교는 그냥 1학년, 2학년, 3학년...이런식으로만 써 있었습니다.

 

다시말해 한학년이 딱 한반씩이라는 얘기이죠.

 

수풀길을 지나는데 뛰어다니는 메뚜기도 보았고 잠자리떼가 어지러이 날라 다녔습니다.

 

저요?...마라톤이고 뭐고 필요 없었습니다.

 

그 풀무치며 메뚜기도 잡아보려 풀섶도 헤치고 잠자리를 잡으러 아주 살금살금 기어다니기까지 했습니다.

 

길가에 난 꽃들도 인공적으로 조성한 꽃길이 아닌, 그냥 자연이 우리에게 베푼 그모습 그대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흐르는 냇물에 뛰어들어 고기도 잡을까 했지만 아무 장비없는 내게 잡혀줄 고기가 있을리 만무지요.

 

하지만 즐거웠습니다.

 

갑자기 저의 성당 어린이들을 전부 끌고 오고 싶었습니다.

 

이런 목가적인 풍경이 우리동네 가까이 존재하고 있었다니...놀랍기 그지 없었습니다.

 

맨날 아침에 나가서 늦은밤에야 돌아오는 나로선 알턱이 없었지요.

 

혹간 동네에서 놀때가 있지만 그쪽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저 도회적인 풍경이 물씬나는 곳에서 편안한 소파에 기대어 조용한 까페나 시끄러운 호프집을 들락날락 거릴줄만 알았지요.

 

이젠 알았습니다. 그리고 안 이상, 가만히 있을 피터팬이 아닙니다.

 

이제 술한잔 사달라고 조르는 녀석이 있으면 끌고갈곳이 생겼습니다.

 

조용한 까페에 가서 차를 사달라고 조르는 녀석이 있어도 이제야 편안히 돗자리 둘둘말아 끌고갈 장소가 나에겐 생겼습니다.

 

그곳에 땅을 갖고 계신분들이야 정부에다 그린벨트 풀어달라고 진정서를 내고 하겠지마는 저는 속으로는 아~그냥 이대로 묶어뒀으면...하는 이기심이 생기고 마는군요.

 

하지만 그들이 이익보는것이 배가 아파 하는 소리는 절대로 아닙니다.

 

오늘 정말 얼마만이지 모르겠습니다만 산책길다운 산책길을 걸었습니다.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은 그런 산책로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자연이 주님이 주신 그대로의 장식을 밟고 보고 만지며 동심에 빠져 주일 아침부터 정말로 상큼함을 맛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연신 주님께 감사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주님께서 응답을 해주시더군요...뭐라고요?

 

우리 2조가 1등을 했단 말입니다.*^^* (당근! 누가 있는 조인데...)

 

상품으로 핸드폰걸이용 묵주를 받았는데 옥으로 만든 것이더군요.

 

저요, 지금까지 한번도 핸드폰에 장식용 악세사리 달아본적 없는 놈입니다만 오늘 처음으로 그것도 옥으로 만든 이쁜 핸드폰걸이를 핸드폰에 걸었습니다.

 

신기하고 이뻐서 계속 만지며 뽀뽀 해대고 있습니다.

 

다니면서 기도할때 꼭 보다듬을것을 다짐하면서요.

 

아! 아침부터 신록에 흠뻑 취해서인가요?...하나도 피곤하지 않아서 오늘은 궂이 낮잠을 청하지 않아도 될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이곳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을 더욱 사랑하게 될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잘아시는 호수공원도 바로 옆에 있어서 토요일날이나 휴일날이면 성당 후배들과 데이트도 부담없이 하러 다닙니다.

 

하지만 이젠 데이트 장소를 바꿀랍니다.

 

이곳 푸르름으로요...더욱이 중요했던것은 4년여간 냉담자였던 탕아인 나를 다시 그분이 불러준것도 바로 이곳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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