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자유게시판

집 봐주시는 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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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 [dellia] 쪽지 캡슐

2001-09-28 ㅣ No.24797

찬미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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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살던 동네에 좋은 자매님 한분이 계셨는데 하루는 전해 줄 물건이 있어 전화를 했더니, 자신은 지금 외출 해야 하니 그냥 문 열고 집 안에 놔 두어 달라고 하였다.

오전 시간이라..... 그 집 애가 오늘 학교 안 갔나?..... 누가 있나 보지..... 그러면서 집에 들러 현관 초인종을 눌렀다.  아무리 눌러도 대답이 없어 그냥 돌아 오려다 혹시 싶어서 손잡이를 돌려 보니 문이 열렸다.

 

어! 문이 열렸네..... 누가 있나 보네....

 

문을 빠꼼이 열고

 

계세요?  00엄마..... 000 자매님.... 실례 합니다...... 아무도 안 계세요?.....

 

아무리 불러도 조용 한 것이 분명 아무도 없는 듯 했다.

 

가슴이 철렁하여 이 자매님이 깜빡 잊고 문을 안 잠그고 외출 했거나, 아니면 식구 중 누군가가 잠시 가게라도 갔나 보다..... 싶어서 그냥 문 밖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오랬동안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아 자매님이 말 한대로 물건을 현관 선반에 올려 놓고 그냥 집으로 돌아 올까 하다가, 문도 잠겨지지 않은 빈 집을 그냥 두고 올 수 없어서 그 문 앞에서 누군가 올 때 까지 마냥 기다리기로 했다.  졸지에 문지기가 된 것이다.  참으로 난감 한 것이 이 험한 세상에 문을 잠그지도 않고 그냥 어디론가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을 보고 그냥 집으로 돌아 가자니.... 혹 이집에 도둑이라도 들면 그때는 어쩌나 싶고, 그래서, 모른 척 그냥 가버린 나를 행여 원망하는 일이 발생하면 어쩌나 싶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집 앞에 마냥 서 있었다.  나중에는 다리가 아파서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있기도 하였는데, 계단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사람들 보기도 민망하고 허리도 아파서 아예 그 집 안 현관 입구에 앉아 기다리기로 하였다.  내가 빈 집에 잠시 들어와 집을 봐 주기로서니 사람 좋은 그 자매님이 나를 이상하게 볼 것도 아니고 해서, 제발 빨리 돌아 와 주기만을 바라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약 두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그 자매님이 집으로 돌아 왔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과 자랑스런 마음(내가 당신이 문 잠그는 것을 잊고 간 이 집을 내가 지켜 주었소)으로 우쭐대며 말했다.

 

세상에.....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문 잠그는 것을 잊고 가면 어떻게 해요?....

집에도 못가고 집 지키느라 여태 몇시간을 기다렸네.....

 

그날 자매님이 내게 한 말로 인하여 뒷 통수를 한대 세게 얻어 맞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하루 종일 성모님만 쳐다 보았다.

 

성모님은 좋겠다.

신심이 깊은 그런 자매님을 두셔서......

 

그 자매님은 좋겠다

성모님의 사랑을 그토록 많이 받으니.....

 

하루 종일 그 자매의 말이 귓가에 뱅뱅 맴 돌았다.

 

’성모님께 집을 맡기고 나가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어요?.......혹 도둑이 들면 성모님 보시기에 나눠 가져야 겠다 생각 하시는 게지요..... 그런데, 24시간 문 열어 놓고 산지가 벌써 수년인데 한번도 도둑이 안 들었어요....  도둑도 우리 집엔 그리 값 나갈 만한 물건들이 없어서 안 들어 오나 봐요....호호호’

 

외출 할 때 성모님께 집을 부탁드린다고 기도를 하고, 그냥 믿고 외출한다는 그녀......

그리고, 한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는 그녀......

정말 성모님은 집을 잘 봐 주시는 분이시니 델리아 자매님도 그렇게 해 보라고.....

 

그래도 그렇지.  세상에 도둑이 가지고 갈 만한 물건이 왜 없겠나?  하다 못해 TV 며 라디오며, 하찮은 숟가락이라도 가지고 갈려면 왜 못 가지고 가겠나.  그 말을 듣고 나는 심한 충격에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 집을 나오면서 집안 이곳 저곳을 다시한번 휙- 둘러 보았다.  정말 훔쳐 갈 만한 물건이 아무 것도 없어서 그럴까 싶어 확인 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집안에 값나가는 물건이 있고 없고를 떠나 집을 24시간 열어 놓고 산다는 것.

그것은 나에게 상당히 큰 충격적인 일이 었다.  

 

아무리 신앙심이 깊기로 서니......

 

성모님은 누구이신가?

손에 만져 볼 수도

귀로 들어 볼 수도 없는

무형의 그분이 아니신가!

그저......

느낌으로 느끼고.....

영적으로 존재하며.....

신앙심으로 가까이 계심을 확인 하는 분이 아니시던가?.....

 

그런 성모님에게 집을 맡기고 사시 사철, 1년 12달, 하루 24시간 문을 열어 놓고 산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지.....

 

사실 그 자매님의 생활이 그리 넉넉한 것이 아닌 것은 사실 이었다.  작은 빌라 반 지하에서 살고 있었는데 남편의 수입이 그리 많지 않아서 집안에는 늘 부업으로 하는 전자 부품 비슷한 것들이 널려 있곤 했다.  

 

나는 과연 아파트 문을 확짝 열어 놓고 외출 할 수 있을까?

그녀 처럼 단지 성모님께 집 봐 달라고 부탁해 놓았다는 그런 믿음 하나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비로소 내가 살고 있는 집안을 주욱~ 한번 둘러 보았다.

과연 도둑이 들면 우리 집은 어찌 될까? 하고.....

참으로 우스운 것이 그 전 까지는 못 느꼈었는데, 세상에.... 세상에....집안에 왠 물건들이 그리도 많은지.....

욕심을 많이도 내고 살았구나 싶어서 피식- 웃음마저 났다.

나는 도둑이 훔쳐 갈 하찮은 것들에 너무 많은 돈과 인생을 썼구나 싶었다.

 

그래서, 문을 잠그지 않고 외출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위해 애써 내린 결론은...

 

맞아, 그 자매님 생활이 어려워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게야....

그달 벌어서 그달 쓰기도 빠듯한 생활이다 보니 그런 생각도 할 만 하지......

도둑이 집안을 뒤지다 보면 이런 저런 보석이다 현금이다 아니면 카메라라도.... 이런 저런 훔쳐 갈 물건이 좀 많겠어?.... 그 자매님 형편에야... 값나가는 보석 반지 하나 없을 거야....맞아 .....은 묵주 반지 외에는 본적이 없어..... 분명 카메라도 하나 없이 살거야.... 맞아, 맞아....

 

이런 유치한 생각으로 나 혼자 나 자신의 약한 신앙심을 합리화 시키니 비로소 성모님 뵙기가 덜 부끄러웠다.  못된 도둑에게 나누어 주느니 차라리 문단속 잘 했다가 어려운 사람들 나누어 주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이지.....암, 암! 그렇고 말고.....

 

그래도, 8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은 왠지 찝찝한 것이......

 

어쨌거나, 나는 그녀의 성모님께 집 봐 달라 부탁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고 그 이후로 집을 비울 일이 생기면 성모님께 기도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외출 하기 전에 부엌도 한 바퀴 휙 돌면서 전기며, 개스며 사고 나기 쉬운 부분도 잘 챙겨서 봐 주세요.  그렇게 꼭 기도를 잊지 않고 살았다.

 

아들이 좀 크자 나는 다시 일을 해야 겠다 결심하고 일자리를 구했는데, 아들 목에 이른 바 열쇠를 걸어 주는 엄마가 된 것이다.  초등 학생인 아들이 걱정이 되어 처음에는 오후 4시 퇴근한다는 조건으로 일자리를 구해 5시 경이면 집에 돌아 오곤 했었는데 하루는 집에 돌아 와 보니 아파트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집 안에 들어 서니 아들의 책가방은 현관 입구에 휙 아무렇게나 내 던져져 있고 열쇠는 문에 그대로 꽂혀 있는 상태로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가슴이 철렁하여 아들 이름을 불러 보니 역시 짐작대로 행방불명이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 이 방 저방 다니면서 장롱 문도 열어보고 난 뒤, 다행히 도둑이 안 들었구나 싶어 우선 주님께 감사 드리고 성모님을 바라 보았다.

 

그냥..... 어쩌다가..... 다행이 도둑이 안 든게야......

오늘은 참 운이 좋았던 거지.....

 

아들은 형제 없이 혼자 이다 보니, 게다가 친구가 되어 주던 엄마 마저 회사로 출근하고 나니, 집에 돌아와 혼자 있는 것이 싫어서 집에 돌아 오면 책가방을 휙- 던져 놓고 친구들에게 달려 나가기가 바빴다.  열쇠도 수없이 잃어 버려 현관 자물쇠도 여러번 바꾸었고, 퇴근하고 돌아 오면 아파트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적이 수 없이 많았지만, 다행히.... 한번도 원치 않는 손님이 든적은 없었다.  아들을 혼내 주기도 하고 신신 당부도 해 보았지만, 초등학교 다니던 그 이 삼년 동안 가슴이 철렁 한 적이 너무나 많았다.

 

다른 집은 문을 잠그고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도둑이 들었니 어쨌니 소리를 들을 때 마다 조금씩... 조금씩.... 서서히 내게도 눈에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성모님에 대해 믿음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성모님..... 글쎄 오늘 낮에 뒤 쪽 아파트에 도둑이 들어 몇 집을 털어 갔데요.....

오늘 요한이가 또 문 열어 놓고 나 간것 아시죠?  우리 아파트 건물에도 낯선 사람들이 왔다 갔다 했다는데...... 성모님이 지켜 주신 것..... 맞죠?......맞죠?.... 감사해요...

 

지금 사는 아파트에는 각 1층 마다 경비실에 경비 아저씨들이 있어 도둑 걱정은 덜 하고 살지만 그 때 살던 그 동네는 아파트와 다세대, 빌라등이 밀집해 있다 보니 동네에

좀 도둑들이 많았다.  특히 우리 아파트는 동네 좀 도둑들이 가장 노리는 그런 곳이였다. 그런 동네에서 몇 년을 도둑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살았던 것은, 우리 아들 녀석이 문 활짝 열어 놓고 나갔다 해서 아들 녀석 혼내 주는 일이 없이 넘어 갈 수 있었던 것은, 그 자매님 처럼 아예 문 열어 놓고 살 만큼의 큰 배짱과 신앙의 깊이 만큼의 깊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성모님의 실체를 느끼고 마음 속에 받아 들인 결과가 아닐까 싶다.

 

 

사실 우리가 아끼는 값나가는 물건 들이라는 것이 우리 일상 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들은 대부분 아니다. 우리가 사는 것에는 꼭 필요한 물건들이란 정말 하찮은 물건 들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식기라던가, 칼이라던가, 식탁, 이불, 비누 칫솔, 치약 등등....

정말 가만히 생각 해 보면 일상 생활에서 꼭 필요한 물건들이란, 비싼 것들도 아닌, 아주 값싼, 그래서 훔쳐 가래도 안 가져 갈 그런 물건들이 대부분일 경우가 많다.  값비싼 진주 목걸이나, 다이야 몬드 반지를 비롯한 보석류가 그렇고 각종 값비싼 전자 제품들도 그렇다.  진주 목걸이 없다고 내 생활이 불편 한 것 아니고  초 대형 TV 없다고, 딤채 없다고, 디지탈 무비 카메라가 없다고 당장 내가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니.... 우리는 세상에 쓰잘데 없는 것들을 너무 소중히 생각하고 집착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음...가만, 가만..... 생각 해 보니 컴퓨터나 전화기는 있어야 겠다.  자유 게시판에 들어와 글을 읽고 쓰자면 컴퓨터는 꼭 있어야 겠고 급한 일 생기면 전화 연락은 해야 하니 그것들은 내게 필요한 물건 목록에 넣어 두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렇게 저렇게 성모님을 느끼고, 모든 일들이 다 주님이 하시는 일,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기고 살기로 결심하고 나니, 회사내에서도 아들 녀석 또 문 열어 놓고 나가지나 않았을까 행여 도둑이 들지나 않았을까, 개스 불은 잘 끄고 왔을까 등등의 걱정거리에서 해방이 되었다.  그리고, 이젠 꼭 필요 한 물건이 아니면 자꾸 사다 쌓아 놓는 나쁜 버릇도 없어 졌다.  

 

이미 나는 너무나 많은 물건들에 눌려 숨 쉬기 조차 힘들게 살고 있지 않는가?  

쓰지도 않는 많은 물건들, 사실 없어도 되는 많은 물건들에 쓸데 없이 애착을 가지고 자꾸 더, 더, 더 많이 욕심을 키우면서 살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나 자신을 조금씩 정리 해 가면서 살고 싶다.

욕심 없이 성모님과 사랑을 나누는 그 자매님 처럼.....

물질 소유에 무관 해 질 수록 자유로워 지는 나를 위하여....

아무도 내게서 빼앗아 갈 수 없는 더 귀한 것들을 위하여.....

나 자신을 단촐하고 심플하게 정리하면서 살고 싶다.

내 일상이 단촐하면 할 수록 성모님과 같이 할 시간이 더 많을 것이므로.....

 

좋은 추석 보내세요.

시골 가시는 교우 여러분 모두 무사고 운전하시고 건강히 잘 다녀 오시기를 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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