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자유게시판

지요하님께 드립니다.

스크랩 인쇄

최현성 [choihs40] 쪽지 캡슐

2001-10-23 ㅣ No.25630

 

 지요하님...

 

 저는 근간에 님의 글에 등장하는 지역과는 상관없는, 서울에 사는 사람으로

이 글을 드림을 먼저 밝힙니다. ( 먼저 이렇게 밝혀야만하는 환경이 서글픕니다 만..)

 

 그 동안 이곳에 올라온 님의 글은 거의 읽어본 셈입니다.

님이 올리신 글 중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심의 글에는 제 자신이 그러하지 못하다는

속죄의 마음을 담아 당연히 추천도 했습니다.

성호경에 대한 글도 저로서는 지금도.. 또 앞으로도 님 만치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 님이 또 다른 글 때문에 여러분의 쟁점으로 떠올라 차마 보기 민망한 거친 말까지

동원되는데 까지 오고야 말았군요.

이회창씨 등에 관한 정치 얘기나 조선일보 이야기 따위는 제겐 이미 식상하고, 나오면

짜증나는 화두라 접어 두기로 하고요.

 

 ’지역감정...’ 시리즈가 마감될 때, 그 글을 다 읽고 한마디쯤은 올려야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으나, 곧 이어 올리신 어머니에 관한 글을 보고 감정이 희석되었고, ’내가

그 내용속의 직접적인 당사자도 아닌데 뭐..’라는 마음도 들고 해서 그만두었던 것입니다.

당시에 제가 한 마디하고 싶었던 말은 아래의 몇 몇 분이 지적하신 ’글 속에 숨은

비수’를 그 당시 저도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님이 크게 틀을 짜고 전달하고자 하셨던 그야말로 근본적인 지역감정 해소의

노력과 정신에는 이견이 없고, 적극적인 지지를 하는 사람이지만, 전달하는 과정에서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아래 글은 님의 글 중에서 옮겨온 것이며,

당시에 제가 뭔가 다른 느낌을 받았던 부분입니다.

 

 "자네, 경상도와 전라도를 놓구 볼 때 어느 쪽이 더 쎄다구 생각허나?"

 "그거야 경상도가 월등 쎄지. 뭘루 보나…."

 "그러니께 전라도가 경상도에 비해서 여러 모루다가 약자인 건 틀림읎다는 소리지?"

 "그런디 왜 갑자기 그런 얘기가 나온다나?"   

 "자네, 좀전에 테레비두 더러 보구 산다구 혔는디, 그럼, ’동물의 왕국’ 같은 것두

  좀 보남?"

 "그건 왜 묻는디야?"

 

 "동물의 세계를 보면, 동물의 공격 본능 중에 이런 게 있지. 같은 종족, 같은 무리

  안에서두 약헌 눔을 집단으루 공격허구 뭇살게 구는 것…. 그건 동물이 본능만 있지

  이성이 읎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여."

 

 저는 이 대목을 읽을 당시.. 님이 참으로 재주가 좋은,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에 올리신 어머니의 글을 읽으므로 많이 둔화되긴 했지만..)

왜냐하면..

그것은 지요하님이 이 글을 읽으시는 전라도와 경상도 양쪽분들의 감정을 미묘하게

자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경상도 사람이 월등쎄다..?

경상도 사람이 쎄다....

아마도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폭압과 팟쇼정치를 했던 몇 명의 대통령을 포함하여 도합 네 사람이 그쪽 지방출신

이었고.. 인구도 그쪽이 많으니 그런면에서만 본다면 쎄다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요.

 

 경상도 사람이 쎄다..라고 읽으시는 전라도 분들의 감정은 어떨까 하고 한번쯤 생각

하고 쓰신것인지..아니면 의도적인지 의아 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의 동물의 세계를 말씀하신 부분은 경상도 사람들을 마치 포악하고

야비한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듯이 몰아간 느낌이 들었고요.

 

그러면서도 어찌 지역감정을 없애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쓴 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지요하님이 없는 사실을 지어내서 얘기하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지 있었던 사실일지라도 좀 더 깊이 생각하셔서 말을 옮기셨더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이지요.

사실을 사실대로 쓸 수 있는 용기와 함께 좋은 결과를 위하여 취할수 있는 지혜

또한 필요 한 것이 아닐까요?

 

 또 다른 한편의 글에 올려진 님이 가지고 있는 경상도 사람에 대한 생각은 저로

하여금 더욱 더 ’지요하님이 아주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마음으로만 쓴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경상도 사람들은 대체로 인정이 박한 것 같았습니다. 여자들이 조용한 소리로

나긋나긋 얘기할 때는 그 말소리가 참 듣기 좋은데, 남자들이 좀 큰소리로 말할 때는

왠지 거칠고 폭압적으로도 느껴지더군요. 살벌함 같은 것도 느껴지고….

그리고 경상도 사람들은 너무 자기 중심적인 것 같고 이기적인 면도 강한 것 같더군요.

그래서 양보심도 별로 없는 것 같고….

 

 또한 최근에 올리신 경상도의 무식한 젊은 엄마이야기는 얼핏 보아도 경상도를 비하하기

위한 글이더군요.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고 하셨지만 판단은 읽는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요.

- 비록 곧 바로 사과의 글을 올리시긴 하셨지만-, 저에겐 (경상도의)그 글이.. 지역감정을

없애자고 쓴게 아니라 오히려 지역감정이라는 불이 꺼질까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으로

비쳤습니다. 마치 나찌가 슬러브족을 인간 이하로 생각하게 만들듯이..

 

 이러한 글들이 반대쪽 당사자에 반감과 반발을 불러온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시리즈로 쓰시고, 이곳 저곳 많은곳에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라면 공인이라면

공인 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전체 문맥을 살피면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큰 맥을 알리기 위한 소품에 불과한

글’ 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읽는 사람의 정서는 이렇듯 표기된 문장 한 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붓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님의 말씀대로 부디 깊은 고뇌속에서 쓰신 좋은글들이, 이런 사소한 글귀로 인해서

읽는 사람에게 변질되는 느낌을 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주제넘게 이런 글을 드리는 이유는 거칠게 반박하는 이전 몇 분의 말투가 이곳 게시판

에서 듣기엔 민망스럽습니다 만, 그 분들이 지적하신 말과 감정은 위의 이유로 해서

상당부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612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