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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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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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2-02-01 ㅣ No.29375

피정 단상

 

 

 

 지난 1월 2일부터 2월 1일까지 30일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못자리라고 불리 우는 신학교에서 40여명의 신학생들과 14분의 신부님들과 함께 "이냐시오 영신수련"을 통한 피정을 하였습니다.

 

 피정의 핵심은 "우리는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창조하셨다는 것이고, 우리는 그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이고,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기 위해서 우리는 피조물을 이용할 것이요, 그러기 위해서는 가난보다는 부귀를 택하지 않을 수도 있고, 업신여김보다는 명예를 택하지 않을 수도 있고, 단명보다는 장수함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직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하여 살아가는 것,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하여 살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피정은 크게 4부분으로 나뉘어 집니다.

첫 부분은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그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느끼며, 그런 하느님의 사랑을 저버리고 나는 유혹과 죄에 빠져서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성서 말씀을 통해서 묵상합니다.

 

 그 안에서 죄의 뿌리를 보고, 그 안에서 천사보다, 아담보다, 성서의 조상들보다 훨씬 더 많은 죄를 지은 나를 그래도 벌하시지 않고 지켜보시는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사랑을 느끼며 이제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는 고백성사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둘째 부분은 고백성사를 통하여 깨끗하여진 나는 이제 그리스도의 깃발아래 서며,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고자 열망을 갖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탄생과, 생애를 묵상하면서 그리스도께서 바로 나를 위하여 태어나셨고, 나를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음을 관상하면서 이제 나의 삶이 그리스도를 닮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생활 개선을 위한 식별과 선택을 하고자 합니다.

 

 셋째 부분은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신 예수님께서 이제 우리와 하나가 되기 위해서 몸소 자신을 내어주신 최후의 만찬을 생각하며, 그분이 바로 나를 사랑하시고, 나의 죄를 대신 짊어지기 위해서 고난의 길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심을 관상합니다.

 

 나는 이제 그분의 고난에 동참하기를 원하며 나의 죄 때문에 거룩하신 분이 치욕과 능욕을 당하심을 부끄러워하며 이제 나 또한 그분과 함께 무덤에 묻힐 수 있도록 그분과 함께 그 고난의 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짐을 합니다.

 

 넷째 부분은 이제 인성으로는 참혹한 시련을 당하시고 나의 죄 때문에 죽음을 당하셨지만 그분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부활하셨음을 생각합니다. 부활하신 그분은 그분을 배반한 나에게 그분을 모른다고 한 나에게 그분의 고난의 현장에서 도망간 나에게 질책과 책망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평화와 위로를 주시기 위해서 오셨음을 생각합니다.

 

 부활하여 오신 예수님을 보지 못한 토마에게도 토마의 불신앙을 책망하시는 것이 아니라, 토마를 위로하고 토마에게 부활하신 주님의 모습을 보여주시기 위해서 다시금 발현하는 자애롭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평화를 주시는 분으로 오십니다.

 

 이제 부활하신 주님께로부터 위로와 평화를 느낀 나는 주님처럼 사랑을 하기 위해서 "사랑을 얻기 위한 관상"을 시작합니다. 그 사랑은 말보다는 행동함에 있으며, 그 사랑은 주고받는데 있음을  느끼며 결국 나의 삶은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하여 살아갈 때 진정한 의미가 있음을 느끼고 변화된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은총을 청하게 됩니다.

 

 하나의 아름다운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각해 봅니다. 그저 진흙 덩어리의 반죽이 도공의 손에 의해서 조금씩 형체를 가지게 됩니다. 이제 형체를 이룬 도자기는 뜨거운 가마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몇 날 며칠 뜨거운 불 속에서 구어진 도자기는 단단해지고 하나의 이름을 가지게 됩니다. 이 도자기는 도공의 손에 의해서 다듬어지고 세상에 하나의 쓰임새로 태어납니다.

 

 이번에 피정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려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이제 주님과 함께 나아가도록 생활개선을 하며, 좀더 견고해진 모습으로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오늘 피정을 마치면서 성체성가를 부르면서 한분이 손수건으로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눈가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이렇게 돌같이 굳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봅니다...

 

 30일 동안 내면의 침묵 속에 머무르면서 주님의 말씀과 함께 기쁨의 시간을 보내신 신부님들과 신학생들에게 하느님의 크신 사랑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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