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자유게시판

새 사제들에게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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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 [tom3217] 쪽지 캡슐

2002-02-03 ㅣ No.29436

이런 사제가 되게 하소서

 

-선배가 후배에게

지난 1월  새 司祭가 탄생되던 서품식장은 나에게는 회한(悔恨)의 눈물의 장(場)이 었소.  정말 이런 신부는 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쩌다 이 모양, 이 꼴로 변해 버렸는지 한스럽고 원통하기가 이를데 없었다오.

무엇이 나를 오늘의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는 가를 생각해 보았소.  그것은 정결의 빈자리를 잘못 메꾸었기 때문 이었소.  배움과 꿈, 규칙적인 신학교 생활, 그리고 항상 함께 하던 동료들이 있었기에 채워졌던 "독신의 빈자리"를 잘못 매꾼 것이요.

새 신부님들 이제 혼자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뼈아프게 알게 될것이요.  "정결의 빈자리"가 얼마나 넓고 깊고 깜깜한지, 그리고 그저 정적 (靜寂)만이 아닌 하늘의 별들 조차도 흐트려 버릴듯한 소용돌이 임을 알게 될거요.  그 빈자리를 참으로 잘 메꾸시오.  그 빈자리는 오직 사랑, 즉 하느님으로 만 메꾸어 질 수 있는 자리임을 하루 빨리 머리로서가 아니라 뜨거운 가슴으로 깨닫게 되길 바라오. 어떤사람, 어떤 취미나 일  - 비록 하느님을 위한 일 일지라도 -  더우기 돈이나 재물 명예로는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사랑을 위한 비자리임을 하루라도 빨리 깨달으면 깨달을 수록 자신에게도 교회에게도 또 하느님에게도 기쁨과 즐거움인 것이요.

내가 인간의 어떤 언어를 말하고 천사의 말까지 한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하고 온갖 신비를 꿰뚫어보고 모든 지식과 산을 옮길 만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모든 재산을 남에게 나누어 주거나 남을 위해 불속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모든 재산을 남에게 나누어 주거나 남을 위해 불 속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린 전 13,1-3)라는 성서의 말씀은 참으로 진리요.  결국 우리의 행복은 오로지 사랑하기게 오는 행복이요.  우리의 가슴에 사랑의 열정, 님을 향한 아픔이 없다면 우린 진정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가증스런 위선자 일것이요.  그렇다고 이 글을 쓰는 나에게 사랑이 있다는 애기는 아니요.  또 그 사랑이 없기에 한스런것도 아니요.  단지 그 사랑이 머물도록 "빈자리"를 "빈자리"로 남겨 두지 못한것이 한스러운 것이요.

진정 내가 "빈자리"를 빈자리로 남겨 놓았을 던들, 그 "빈자리"에 사랑이 깃들었을련만, 님 만이 머물러야 할 그 자리를 온갓 잡것들이 차지하고 있었으니 이 모양 이꼴이 된 것이요.

 

존경 하올 새 사제님들  

 

"정결의 빈자리"

그 귀한 자리에 님이 아닌 다른 잡초들이 침범지 못하도록 끝까지 싸웁시다.  철저히 썩고, 철저히 태움으로 언제나 깨끗한 "빈자리"를 마련하고 기다리노라면 어느날 어느 땐가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그 님이 오시어 우리와 함께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할것이며, 우리는 언제나 그 분을 모시고 기쁨에 넘칠 것입니다(시편 16,11). 바로 이 기쁨이 사랑을 구하는 힘인 것입니다.

 

* 이글은 어느교구의 사제 서품식 후 선배신부가 새신부에게 전하는 글이다.

 서품식이 끝난후 새신부가 피곤을 식히려 선배신부를 방문하여 곤히 잠들어 있을 당시 선배신부가 후배신부의 자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 보면서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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